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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Jun 27. 2020

몽골 최고의 풍경은 고비도 홉스골도 아니다.

몽골여행




여행 둘째 날 욜링암에서 출발한 우리는 둥레기암의 거친 협곡을 통과했다.





차 한 대 지날 정도의 좁은 길은 높은 언덕으로 이어져 있었다. 경사가 꽤 가팔랐지만 우리는 지는 해의 희미한 흔적을 쫓아 똑바로 산을 올라갔다.



해는 거기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의 상식은 

"산을 오르면 너머에는 내리막이 있다."였다.


하지만 산 위에서 만난 지평선은 그야말로 낯선 풍경이었다. 360도 사방으로 곧은 지평선만 보였다. 반반한 지구 위에 올라선 느낌이다.






해가 긴 여름밤. 고비사막에 닿지 못한 우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색에 홀려 차에서 내렸다. 먼 길을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한 사람들처럼 약속한 듯 지평선 아래로 사라져 가는 해를 먹먹한 마음으로 뚫어져라 바라본다.






해가 지고 어둠이 세상 모든 것을 품기 직전, 찰나의 아름다움에 가슴 터질 듯한 흥분을 느꼈다. 사방으로 어느 것 하나 가리는 것 없는 반원의 거대한 하늘. 정수리 뒤로부터 검푸른색 파도가 밀려와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노을의 붉은 기운을 빠른 속도로 밀어낸다.




아름다운 것은 짧다.





성미 급한 별 무리들이 아직 노을이 사라지기 전 반대쪽 하늘부터 스며들어 이내 하늘을 뒤덮었다.

밤과 낮의 짧은 만남은 끝나지만 아직 감동은 호주머니에서 꺼내지도 않은 참이었다.





그날 새벽, 나는 그 자리에서 태어나 가장 많은 별과 은하수를 보았다. 지금까지 초원을 여행하는 내내 내가 지구 안의 존재라는 사실을 막 깨달았던 참인데 그날 밤, 우주 품 안의 존재라고 고쳐 써야 했다.






해가 넘어간 시간은 밤 10시가 넘어서 였으니 우리는 서둘러 텐트를 치고 식사 준비를 해야 했다. 여행 첫날 만난 이흐가즈링촐로. 둘째 날,  차강소브라가, 욜링암까지 그야말로 고비 여행은 몽골여행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느낌이었다.






보드카에 취해, 여행에 취해 귀한 경험을 열어준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 "몽골 최고의 풍경, 고비에 함께 있어 행복하다"라는 말로 건배를 나누었다. 그런데 잠시 후 비운 잔을 내려놓은 자화는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몽골에는 최고의 풍경을 가진 아이막이 세 개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 나름 다른 사람들보다 몽골에 관심이 있었고 책도 몇 권 사서 보았는데...






자화의 말에 따르면 몽골 최고의 풍경을 가진 세 개의 아이막, 거기에 우리가 아는 '고비'나 '홉스골'은 포함되지 않았다. 함께 여행한 몽골인 친구 세 명의 의견을 물어보았지만 그들의 답은 한결같이 서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매직 아워와 은하수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알게 된 몽골의 서쪽 이야기는 이번 여행이 몽골여행의 끝이 아닌 시작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우리는 몽골 서쪽을 함께 여행하는 순간이 언젠가 오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분명 언젠가 그날이 오겠지?





왜 자꾸 몽골에 가냐고?

https://youtu.be/IUnc2gBzf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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