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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Jan 27. 2022

인생에 한 번, 굴업도에 가봐야하는 이유

함께 떠나는 섬 여행, 굴업도 백패킹



굴업도는 백패킹의 3대 성지라고 불리며 4계절 백패커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마을에 민박집도 있어 여행으로도 꼭 한 번 가볼만한 곳이니 아래 정보를 참고하시고 여행을 계획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리 여행으로 만족하신다면 이어지는 ‘여행정보’는 건너뛰고 여행기와 마지막의 영상까지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리 예매하세요


#굴업도여행준비팁

굴업도에 가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미리 배편을 예매해야 합니다. 인기 있는 여행지인 만큼 성수기 주말 배편은 거의 만석이기 때문에 한 달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9월, 10월은 주말 배편이 오픈 5분 만에 매진되기도 합니다. 봄(3, 4월)에는 안개를 조심해야 합니다. 안개로 발이 묶여, 굴업도 혹은 덕적도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굴업도배편

우선, 가고 싶은 섬 앱을 설치하세요. 복잡한 가입 절차 없이 비회원으로도 배편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https://island.haewoon.co.kr/

※ 최근 코로나로 인해 백패킹을 허용하지 않는 섬들도 있으니 여행하기 전 현지에 전화 문의를 미리 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총 4개의 배편을 예약해야 합니다.



- 인천 연안 부두에서 - 덕적도 진리
- 덕적도 진리에서 -굴업도


이렇게 편도 2회 배편을 예매해야 합니다. 배편을 예약할 때는 굴업행 배를 먼저 확보한 다음 연계할 수 있는 덕적도행 배를 예약하세요. 덕적도 배편은 많은 편이지만 덕적도에서 굴업도로 가는 배편은 하루에 2번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 - 어쩌면 가장 중요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굴업도 여행은
홀수날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래호는 덕적도 인근의 여러 섬을 경유하는 배인데 홀수날과 짝수날 경유하는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홀수날은 굴업도가 두 번째 경유지인 반면, 짝수날은 멀리 백아도까지 총 4개의 섬을 경유하니 시간이 배로 걸립니다. 이런 이유로 홀수날 굴업도행 나래호에는 사람이 많고 짝수날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홀수날이건 짝수날이건 굴업도에 가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몽골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쉽게 만날 수 없다.’ 쉽게 얻을 수 없는 여정이 그곳의 풍경을 더 가치 있게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천연안부두

연안부두에 차로 갔다면, 1박 주차요금은 하루에 12,000원입니다. 주말에는 오전 9시가 넘으면 그나마 자리도 없어 인근 주차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뱃삯도 4~5만 원 정도 합니다.(인천 주민은 승선료 할인이 80%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미 모바일로 예매를 했으니 터미널에서는 신분증을 보여주고 티켓을 수령합니다. 모바일 승선권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 배터리가 수명을 다할 수 있으니 종이 티켓을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연안부두에서 출발해 덕적도로 향하는 배는 코리아익스프레스쾌속선 2종류가 있습니다.






#코리아익스프레스

코리아익스프레스는 여객선으로 오전 9시 10분에 출발하며 덕적도까지는 1시간 50분이 걸립니다.

(쾌속선은 8시 30분에 출발하며 소요시간은 1시간 10분입니다) 쾌속선은 좌석이 정해져 있고 선실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출발시간이 일러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하고 덕적도에 도착해서도 나래호를 기다려야 하지만 익스프레스는 덕적도에 도착하자마자 나래호에 승선할 수 있습니다.(굴업도에 간다면 익스프레스호가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굴업도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드렸습니다. 제목처럼 ‘인생에 한 번쯤 굴업도에 가봐야 하는 이유’는 여행기의 마지막에 옮겨놓았습니다.

하지만 그 문장을 온전히 공감하시려면 여행에서와 마찬가지로 과정이 중요합니다. 우리 여행기를 느리게 함께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덕적도행 여객선은
오전 9시 10분, 연안 부두를 출발했다.

목적지가 덕적도이거나, 섬 안에서 아침식사라도 간단히 챙겨 먹고 싶었다면 8시 반에 출발하는 쾌속선을 선택했겠지만 굴업도가 목적지인 우리는 섬에 도착하자마자 나래 호로 환승할 수 있는 여객선을 택했다.





동행은 뿌연 하늘을 보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3년 전 그는 굴업도에 들어갔다가 짙은 안개로 발이 묶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안개로 여객선이 운항하지 않아서 고깃배를 얻어 타고 어렵게 덕적도에 도착했지만 그곳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이틀을 더 섬에서 보냈다고 한다.

‘3, 4월 굴업도 여행은 주의해야겠구나…’

그런데 하필 오늘도 4월이고 구름의 무게도 꽤나 묵직했다.






섬 여행은 날씨가 중요하다. 떠나기 전 일기예보 확인은 필수다. 특히 굴업도에 갈 때는 바람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갈수록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일기예보에는 이렇다 할 이슈가 없었지만 자연은 알 수 없으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였다.






2시간 뱃길,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애매함에 바닥에 드러누웠다. 평상도 넓고 사람도 없어서 누워가기 좋았다. 미리 베개나 매트를 준비하면 좋을 듯하다. 이런 호사도 나래호에서는 누릴 수 없으니...







덕적도에 도착하자마자 나래호로 환승한다.






쾌속선을 이용해 덕적도에 일찍 도착한다면 나래호 탑승까지의 대기시간이 많이 남으니 아침식사를 하거나 하나로 마트에서 먹을거리를 구입하는 것도 좋겠다.





#나래호



나래호는 크기가 작았다. 짝수날이라 사람이 적을 거라 생각했지만 쾌속선을 타고 먼저 온 승객이 함께 모이니 좁은 배가 북적였다. 객실은 1, 2 층에 각각 하나씩 있다.(2층이 더 좁다) 평상이 있지만 좁고 사람도 많아 누울 수 없었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몸을 기댈 수 있는 벽 쪽에 자리를 잡았다. 좁은 여객실에서 2시간가량을 버텨야 했다.






굴업도에 도착할 무렵 뱃머리에 모여 입도를 기다리는 백패커들의 뒷모습을 보니 그저 놀랍다. 그나마 짝수날이니 이 정도지 홀수날은 전좌석 매진이었으니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 걸까... 굴업도를 다시 찾는다면 평일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래호는  때도 내릴 때도 서둘러야 했다.


백패커들 서둘러 내리기 위해 경쟁을 하는 것처럼 . 여행자를 마을까지 실어주는 용달차에 탑승하기 위한 경쟁이다.

용달차는 항구에서 1.5km 떨어진 마을까지 픽업해주는 주민들의 서비스다. 탑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 민박을 이용하거나 식사를 예약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예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용달차를 두어 번 왕복하면서 대부분의 여행자를 마을까지 태워주었다.






우리는 걷기로 했다.

식사나 숙박을 예약한 것도 아니었고 초행이니 걸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섬 동쪽 선착장에서 서남쪽 끝에 위치한 개머리 언덕까지는 대략 3.2km 정도의 거리다. 굴업도에는 개머리 언덕뿐 아니라 다른 볼거리도 많겠지만 첫 방문자답게 가장 유명하다는 그곳에 가기로 했다.







걷다 보면 갈래 길이 나온다. 하나는 왼쪽으로 계단을 올라 만나는 산길이고, 하나는 해변과 함께 이어진 포장도로다. 섬에 왔으니 해안 길을 따라 걷자고 했지만 잘못된 선택이었다.







길은 금세 해변을 벗어나 풍경도 없고 온통 뙤약볕뿐인 도로로 이어졌다.







배낭에 등산화를 신고 잘 닦인 포장로를 걷는 것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용달차가 우리 앞에 차를 세웠다.






이미 많은 길을 걸어왔지만 나머지 반을 걷는다고 해서 딱히 좋은 경험이랄 것은 없어 보였기에 우리는 냉큼 차에 올랐다. 카트라이더의 아이템을 사용하듯 시원하게 달려 마을에 도착했다.






배낭을 정비하고 다시 출발한다. 마을에 있는 몇몇 집의 마당에는 먼저 도착한 백패커들이 툇마루 앞에 배낭과 등산화를 가지런히 던져놓고 식사 중인 듯 조용했다.






마을을 통과하면 굴업 해변이 나타난다. 사진 중앙의 건물은 마지막 화장실이다 (몸을 가볍게 하고 자연으로 떠나자)






시원하고 널찍한 백사장은 개머리 언덕이 없었다면 이 섬 최고의 랜드마크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근사했다.






해변을 따라 걷는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어 초행이지만 길 잃을 염려는 없었다. 그들이 향하는 야트막한 산 너머로 희끗 민머리 언덕이 보였다.






평지와 같은 백사장 덕분에 멀리 바다와 섬보다 낮은 곳을 걷는 듯한 시각적 왜곡이 생겼다.







모래도 곱다. 파도가 다져놓은 듯 적당한 물기를 머금어 단단한 백사장이 밟지 않은 눈처럼, 숙련된 미장공의 솜씨처럼 반반하게 햇볕 아래 펼쳐 있었다. 따듯한 계절에 찾는다면 굳이 개머리 언덕에 가지 않아도 좋을 법한 바닷가다.






백사장 끝에는 산으로 오르는 작은 문이 열려있다.






문 뒤로 이어지는 야트막한 등산로를 따라 10여 분 올라간다.






천천히 오르면 쉬이 오를 수 있는 나지막한 산이지만 경사는 꽤 있는 편이라 쉬지 않고 올랐더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언덕에 오르면 섬은 다음 걸어야 할 풍경을 보여준다.






그렇게 쭉 일렬로 늘어서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목적지로 향한다.







굴업도 여행의 백미는 그 유명한 개머리 언덕이 아니라 그곳으로 향하는 여정인 듯싶다. 능선의 양쪽 기슭 아래로 바다가 보이고 바다로부터 부는 바람은 뺨 위로 쏟아지는 따가운 햇볕을 식혀주었다.






풍경에 취해 배낭의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았던 순간







굴업도의 트레킹 코스는 딱 좋았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지의 지루함, 바다로 안내하는 마을 골목, 넉넉히 반겨주는 해변, 짧지만 고된 언덕, 부드러운 능선의 산책코스는 사계절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누군가는 동쪽 바다가 보이는 언덕 아래 텐트를 펼치고 있었다. 지는 해보다 일출을 보고 싶은 건지, 아니면 사람을 피해 저곳을 자리 잡았는지... 분명 굴업도가 처음은 아닌 사람이겠지 싶다.






드론 촬영 때문에 일행과 떨어진채 목적지까지 홀로 걸었다.







시간을 잠시 길 위에 두고 모든 이가 지나간 뒤 호젓하게 홀로 걸으니 더없이 좋은 트레킹이다.





초행이지만 길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걸음이 길이 되어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적 없는 자연, 홀로 있는 것만으로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앙상한 숲은 아직 겨울의 모습 그대로지만 옹기종기 모여 겨울의 혹독함을 이겨낸 이른 봄의 아지랑이 같은 따듯함을 머금고 있다. 도저히 글로는 옮길 수 없는 여행의 기분을 온전히 공감하고자 한다면 걸을수록 가벼워지고 깊어지는 듯한 이 길 위에 서 보시길 권한다.





 



생각보다 빨리 개머리 언덕에 도착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풍경. 잠시후, 전화가 울렸다. 저 아래 바다 위로 봉긋 솟은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개머리 언덕은 넓은 면적에 반해 공연장 객석처럼 바다 방향으로 경사가 있어 텐트 칠 곳이 마땅치 않다. 사람들은 중간중간 계단식으로 형성된 좁고 평평한 틈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설치하고 있었다. 꽤 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왔지만 워낙 넓은 곳이라 밀도가 높지는 않았다.






거대한 거북이 등껍질을 타고 저만치 바다를 향해 봉긋 솟은 머리로 향하는 기분.






개 머리 언덕의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굴업도와 해지는 풍경을 함께 보고 싶다면 언덕 위쪽이 더 좋다. 극장 무대의 맨 앞자리는 배우들의 얼굴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도 무대 전체를 보기는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날은 이 단순함도 좋았다.

긴 여정의 종점이자 반환점.






각자 원하는 방향과 위치로 텐트를 설치하고 가운데 타프를 쳤다. 4월의 햇살은 따가웠지만 서늘한 바람 덕분에 얇은 타프 그늘만으로도 견딜만했다.






바다와 가까운 위치라 앉은자리에서도 바다가 보였지만





의자에서 일어나 몇 걸음 걸어 나가면 바다를 향해 봉긋 솟은 지형 덕분에 카메라 프레임에 담을 수 없는 넓은 시야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따듯한 4월의 햇볕 아래 단조로운 해안선을 보며 의자에 앉아있던 동행의 얼굴에는 피곤에 지친 나른함이 묻어있었다. 전날 밤 응급실에서 밤을 새우고 이른 새벽부터 4시간 운전을 해서 인천 연안부두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4시간 가까이 배를 타고, 배낭을 메고 이 자리까지 왔으니 얼마나 피곤할까?




아직 해는 타프 위쪽에 있지만 지금 잠이 들면 아마도 내일 아침 눈을 뜰 것이 뻔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낮술을 즐기기로 했다.






멀리서 온 벗과 이곳까지 와서 술 한잔하지 않고 다음날을 맞이하는 건 너무나 아쉬운 일이라,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고 함께 잔을 비웠다. 그리고 얼마 뒤 동행은 SF 영화, 동면 장치에 들어가는 우주인처럼 텐트로 들어가 잠들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낯 술에 취한 우리







술을 즐겨하는 정도는 아니라 낮술은 낯선 경험이었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다.

취기가 텅 빈 풍경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어느새 해가 기울었다.
한낮에는 희끗한 노인의 머리카락 같은 초원의 색이 진한 노랑으로 물들었고, 사람들은 마법에라도 홀린 듯 멍하니 해지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은 온통 따듯한 색으로 물들어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쌀쌀한 바람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따듯한 침낭 속에서 풍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텐트 안에 앉아 기울어가는 햇살을 받으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해의 위치를 살폈다.





적당한 취기, 한 줄의 문장, 서늘한 공기, 침낭 속의 따듯함이 아름다운 풍경과 한데 어우러져 달달하다.


3년 전, 이곳에서 안개를 만나 바다를 보지 못한 동행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침의 걱정과 달리 좋은 날씨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데 오늘은 참 좋은 것들을 만났구나.”





유일한 아쉬움은 아무리 셔터를 눌러도
담아 올 수 있는 것은 풍경뿐, 그 외 어떤 것도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상실한 나머지 기억을 찾아 두 번째의 여행을 계획하게 되나 보다.







바다 위에 초원을 상상한 그날의 기억, 참 좋았다.










컴컴한 밤 몇 시쯤 되었을까?





자연에서 눈을 뜨면 시계를 확인하고 일어날지 다시 잠을 청해야 할지 결정하는데 대게 일출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날은 새벽 4시가 지날 무렵 눈을 떴다.


평소대로라면 다시 잠을 청했겠지만 침낭에서 나와 텐트 문을 활짝 열고 아침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름다운 일몰과 일출을 보기 위해 양문 개방형 디자인의 텐트를 가져왔으니 어제의 일몰과 마찬가지로 텐트 안에 앉아 풍경을 즐기기로 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이 10,000일이라고 가정하면 그중 하루는 이렇게 아침을 맞아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었다.






텐트 주변으로 손 닿는 경계 너머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먼바다 일렬로 늘어선 어선의 희미한 불빛이 해수면의 높이를 가늠하게 할 뿐 하늘과 땅이 한 몸이다.







그런데 거리를 분간할 수 없는 저 어디쯤, 종기같이 볼록 솟은 덩어리 2개가 어렴풋 느껴졌다.
섬일까? 바위일까? 아직 잠에 덜 깨고 눈도 흐릿해서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둘이 아니라 하나인 것 같기도 했다. 랜턴을 비춰 보니…


사슴이다.






그렇게 두 마리의 사슴과 함께 아침을 기다렸다. 그들과 함께 이곳에 온 것은 아니지만 밝아오는 아침을 기다린 것만으로 여행을 함께 한 기분이었다. 공간이 아닌 시간을 함께한 여행.







그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날이 밝아 올 때까지 머물다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모습을 감췄다.








새벽부터 카메라와 커피를 준비하고 앉아 기다렸지만 결국 일출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생각이 멍한 초점을 따라 봄기운처럼 피어오르고 바람을 따라 흩날렸다.







형체도 없고 이름도 없고 증명할 방법조차 없는 것들은 저 섬과 나 사이에 존재하다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몽골 초원 위에서도 이처럼 홀로 찾아오는 시간은 비록 짧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그 순간을 위한 과정인 것처럼 소중했다.






다시 돌아가는 길은 어제의 길과 달랐다.


돌아 나오는 골목도 방향이 다르면 풍경이 다른 것처럼. 또, 어제 이 길을 지나간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닌 것처럼.


우리가 걷는 모든 길은 단 한 번이다.

여행도 그렇다.
다시 굴업도를 찾는다고 해서 같은 여행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굴업도에 또 언제 떠날 거냐? 묻는다면 한참 망설이게 될 것 같다. 그 길을 함께한 친구와 날씨, 길, 바람, 노을, 두 마리의 사슴...


이 추억은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






맞아,


그래서 여행의 기억은 소중한 거다.







굴업도에 취하다.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nrBKMFBKG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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