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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Feb 17. 2022

타왕복드, 몽골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오르다

두근두근 몽골여행 서부 #7



해발 1,600m에서 4,000m가 넘는 타왕복드까지 반나절, 마치 비행기가 활주로를 오를 때 몸이 살짝 뒤로 젖혀지는 정도의 완만하고 끝없는 경사로가 이어진다.





지평선 너머 푸른 하늘과 흰 구름



마치 목적지가 하늘인 것처럼 구름을 향해 달린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 같은 풍경, 차가 멈추면 초원 위에 내려 그것이 존재하는 것임을 더듬어 확인했다. 





초원에는 길이 없다. 그런데 걸음을 옮기면 길이 된다. 걸음에 이름을 붙여 나만의 길을 만들어도 되겠다. 나지막한 언덕 너머 어딘가로 마땅히 방향을 정하지 않아도 되는 초원 위의 길이다. 







그곳에는 여행책이나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름 없는 절경이 즐비했다. 해는 서쪽으로 앞서가며 길을 재촉하지만 매 순간 불쑥불쑥 등장하는 풍경에 차를 세우는 일이 잦아졌다. 세우지 않고는 도저히 사진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흔들렸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경은 쉽게 사람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몽골의 속담을 해발 3천 미터 비포장로 위에서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말은 아무리 빨리 달려도 사람에게 노면의 상태를 전달하지 않는다. 달릴 때의 규칙적인 반동에만 익숙해지면 편안하다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푸르공은 월미도의 디스코 팡팡처럼 우리를 의자에서 떨어뜨리려는 의지를 가진 듯 몸을 흔들었다. 





사방 지평선 뒤로 하늘뿐인 곳에 마을이 있다. 서있는 자리에서 마을의 입구와 출구가 한눈에 보이고, 게르와 집이 몇 채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으로 보아하니 이곳을 지나는 여행자들로 인해 생겨난 부락 같다. 이곳에서 말을 타고 정상까지 오를 계획이었지만 해 질 녘까지 시간이 여의치 않아 푸르공으로 오르기로 했다. 






금방 도착하겠지 생각했는데 두세 개의 산을 더 넘었다. 말을 타고 천천히 올랐다면 해 질 녘에나 도착했을 거리다. 두 다리로 오르기 힘들 것 같은 험한 경사로를 말과 경주하듯 거침없이 올라간다.





쉼 없이 달려온 덕에 다행히 해지기 전 여행자 베이스캠프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많은 군인들이 있었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이 장소는 4년에 한 번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의 리더들과  스님(몽골의 라마불교)이 모여 국가의 번영을 기원하는 행사를 여는 곳이라 한다. 때 마침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방송도 라이브로 진행하는 모양새다. 






우리도 행사에 초대받은 손님처럼 언덕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관광객이 이곳까지 차로 올라오는 경우(그것도 3 대씩이나)는 흔치 않은 터라 행사를 준비하는 그들도, 우리도 서로의 존재를 신기해하며 힐끗힐끗 구경하던 그곳은 


타왕복드의 다섯 봉우리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곳이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나는 가장 먼저 화장실로 달려갔다. 




몽골에서 가장 높은 곳의 화장실. 앞면은 막혀있지만 뒤쪽은 문이… 아니, 벽 자체가 없었다. 

앉아있으면 해발 4,000미터 자연의 풍광을 아이맥스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는 너무나 멋진 화장실이다. 가식 없는 모습으로 자연과 만나는 것은 다른 어떤 화장실에서의 경험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멋진 체험이었다.



일을 마치고...





그 이름에서 조차 묵직함이 느껴지는 타왕복드! 

다섯 개의 봉우리 앞에 섰다.


몽골에서, 그리고 내 인생에 가장 높은 땅을 밟은 셈이다. 이전까지의 기록은 융프라우 전망대의 3,500미터였다. 타왕복드는 융프라우와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의 풍경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듯한 풍광을 보여주었다. 산소호흡기, 아이젠, 흔한 등산 스틱 하나 없이 거짓말 같은 풍경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해가 기울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짐을 챙겨 언덕 정상에서 1km 남짓 떨어진 여행자 베이스캠프까지 말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무거운 짐은 모두 낙타 등 위에 옮겨 실었다. 







푸른 초원과 만년설

거대한 봉우리 앞에 풍경은 원근감을 상실한 채 합성사진처럼 펼쳐 있었다. 




그때, 풍경에 취해 말 위에서 촬영 중에 실수로 렌즈를 떨구고 말았다. 하필이면 여행사진의 70%를 담당하는 광각 줌렌즈다. 열흘이 넘는 일정은 이제 시작인데 남은 여행과 길에서 만나게 될 것들을 생각하니 나의 부주의 함에 화가 났다. 더 이상 담을 수 없는  서글프게 눈부신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바라보는 것뿐. 풍경은 이미 맛이 느껴지지 않는 라면과도 같았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이미 바꿀 수 없고 이 것도 여행의 일부라는 사실을 그동안 수많은 여행에서 배워왔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마음을 다시 제 자리에 돌려놓는 것이었다. 나는 말 위에서 이미 지나간 일과 막연한 미래 사이를 정처 없이 오가던 마음을 잡아 말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


나는 타왕복드에 도착했다. 








알기 쉬운 몽골이야기 7 알타이 타왕복드


알타이 타왕복드는 몽골인들 조차 많이 가보지 못한 곳입니다. 마치 한국인에게 백두산과 같은 특별함이 있는 장소라 생각됩니다. 칭기즈칸이라는 이름의 상징성처럼 단지 산의 이름이 아니라 몽골인에게는 특별한 의미이기도 한 알타이 타왕복드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몽골이 민주화 체제로 전환된 1990년대 대통령은 공적 발의(1995년)를 통해 국가의 신성한 산과 물의 의식을 복원했습니다. 국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 10개의 산 중의 하나로 알타이 타왕복드가 선정된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몽골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4개의 나라가 만나는 서쪽 국경에 있어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타왕복드는 바양울기(Баян-Өлгий) 아이막, 올란호스(Улаанхус) 위치합니다.  산 높이는 4374m로 4계절 만년설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산입니다. ‘알타이 타왕복드’ 이름의 의미는 몽골어로 타왕이 “5”를 의미하고 “복드”는 산을 의미합니다. 





5개의 봉우리



한여름에도 만년설에 둘러싸인 5개의 봉우리는 가장 높은 후이텐(Хүйтэн 4374m), 아래로 부르게드 (Бүргэд 4068m), 말친 (Малчин 4037m), 울기 (Өлгий 3986km), 나란복드 (Наранбогд 3884m) 봉우리가 있고, 몽골에서 가장 큰 3개의 빙하 Potanin Glacier, Alexander Glacier, Grane Glacier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빙하는 약 14km에 달하는 포타닌 빙하(Potanin Glacier)입니다. 19세기 후반 1876년에서 1880년 사이에 이 빙하를 발견한 러시아 탐험가 포타닌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고 합니다.







몽골 사람들이 평생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알타이 타왕복드


타왕복드는 1956년 최초 등반 이후 지금까지 700명 이상이 등반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몽골 사람들은 주로 여름휴가(7월~8월)에 가족과 함께 초원의 여름을 즐기지만 타왕복드까지 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핫한 여행지가 되어 여행시즌이 되면 SNS를 통해 인증사진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몽골여행 영상 (5분)

https://youtu.be/IUnc2gBzf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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