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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Aug 28. 2022

나의 첫 경험, 고비여행

몽골 고비여행記 #2



고비로 떠나는 날 아침

 

건장한 몽골 남자 빌게와 체체가 호텔 앞에서 나와 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덩치 큰 사륜구동 SUV 자동차가 먹이를 바라는 동물원 하마처럼 뒷 트렁크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정작 짐이 꽉 차서 염소 한 마리 넣을 공간도 없어 보였다. 우리가 호텔에서 들고 내려간 열흘 치 여행 짐을 보고 흠칫 놀란 그들은 엉기성기 쌓아놓은 짐을 모두 밖으로 꺼내 다시 견고한 테트리스 쌓기를 시작했다.  






처음 만난 그들의 뒷모습은 과연 이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무뚝뚝함이 느껴졌다.

물론, 나 역시 다르지 않았을 거다. 생면부지의 남자들이 거친 고비 여행을 떠나는 특별한 시간. 하늘은 화창하고 공기도 맑은데 고비로 출발하는 차 안의 기운은 무뚝뚝한 그런 아침이었다.





왼쪽부터 빌게, 자화, 체체, 선호


4박 5일 여행의 일등 항해사 '체체'는 건장한 몽골 씨름선수 체형을 가진  IT 전공의 대학교수로 힘과 스마트함을 겸비한 믿음직한 몽골 남자다. 그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꼼꼼함과 무지막지한 힘으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듯 5일 치 물과 음식, 텐트며 가방을 모두 트렁크에 구겨 넣었다. 운전 보조석에는 몽골여행 경험이 많은 빌게가 앉아 여행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그는 몽골에서 가장 큰 여행사진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랜드스케이프를 기록하는 사진가다. 뒷자리에는 자화, 선호, 내가 레고를 조립하듯 어깨와 무릎을 딱 붙이고 앉은 채


우리는 고비로 출발했다.







그런데, 고비의 모습은 떠나기 전 상상한 것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거친 황무지의 비포장로를 달리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현실의 우리는 소실점을 가진 반듯한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마치 지평선과 도로, 누가 더 곧은지 경쟁이라도 하듯 단조로운 풍경.







또, 고비는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사막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초록이 선명하다. 

우리는 가끔 차를 세우고 지평선을 향해 나란히 서서 자연을 만나고(?), 다시 차에 오르기 전, 우리가 전세 낸 것 같은 고속도로 위를 어슬렁거렸다. 드러누워 낮잠을 한숨 자도 아무일 없을 것같은 정지된 액자 속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다시 차에 올라탄 뒷 열의 멤버 셋은 차례대로 서로의 무릎과 어깨를 조립했다. 커다란 도요타의 랜드크루저지만 뒷 열에 건장한 남자 셋이 앉기에는 좁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가 저려왔다. 승차감이 편한 대신 다닥다닥 붙어가야 하는 여행. 가족이나 친한 친구라면 괜찮아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불편할 수 있겠다. 좁은 짐칸까지 생각하면 역시, 몽골의 초원 여행은 푸르공이 가장 좋은 대안이다.






거짓말처럼, 출발한 지 2~3시간 밖에 지나지 않아 만달고비(중고비 아이막 중심)에 도착했다. 지도로 봐도 울란바토르와 사막이 있는 남고비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위치인데 너무 쉽고 빠르게 도착했다.당시만 해도 아이막 사이에 고속도로가 하나 둘 완공이 되던 시기여서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고비여행을 하게 되었지만 덕분에 특별함은 사라져 버렸다. ‘허무하다’라는건 분명 이런 감정이다. 쉬운 여행은 쉽게 사라져 버리고 만다. 우리나라의 모든 지역이 도로로 연결된 것 처럼 언젠가 차강소브라가, 고비사막 앞까지 고속도로가 생기게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러면 모든 고비여행자의 경험은 공산품 처럼 규격대로 생산되겠지... 사람들은 도시여행의 오픈런 같은 여행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




고비 지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시작한 여행이라 예상치 못한 순조로움에 공허함 마저 느꼈다. 하지만 허탈보다는 허기가 더 큰 문제였으므로 복잡한 감정은 잠시 뒤로 미루고 우선 식당부터 찾기로 했다. 식당으로 향하던 중 체체는 주유소 간판을 발견하자 동료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주유소로 들어가 연료를 채웠다.







이유를 묻자

고비에서는 주유소가 보이면 연료가 충분해도 주유를 해야 한다고 한다. 초원에서 길을 잃으면 몇 시간 헤매도 사람을 못 만나는 경우가 있어 위험하기 때문이다. 과연, 한 칸이라도 빈자리가 있으면 그만큼 연료를 채우고 들어가야겠구나... 그렇다, 우리는 이제 겨우 만달고비의 문턱에 앞에 도착했을 뿐, 진정한 고비여행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두근거리는 심장



'만달고비'는 돈드고비(중고비) 아이막의 도심으로, 우리가 흔히 고비라 말하는(사막이 있는) '우문고비(남고비)'로 향하는 중간쯤에 위치해 있어 여행자들이 차의 연료를 채우고,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고비여행의 통과점이다. 우리도 다른 여행자와 다름없이 기름을 채운 후, 허기를 달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고비에서 만난 몽 유럽식 식당


여행자가 많은 편이라 식당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 여행의 첫 식당은 몽유럽식 식당이다. 몽 유럽식이란, 몽골+유럽(주로 러시아식)류의 음식으로 몽골 음식은 주로 고기, 밀가루, 감자 중심인데 그 외 샐러드는 러시아 음식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 맥주의 이름은 '니스를' 수도(首都)'를 뜻한다. 몽골도 맥주의 종류가 다양하다. 10가지 넘는 브랜드가 있고 '칭기스'나 'GEM'처럼 비싼 브랜드가 있는 반면 '니쓰를'은 저렴한 편이라 대중적으로 인기 가 있다.(2015년 기준, 지금은 보다 많은 맥주 브랜드가 생겼다)





만달고비에서 만난 초이왕(츄오왕)




맥주와 함께 초이왕을 주문했다. 초이왕은 고기와 약간의 야채를 칼국수와 함께 볶아 만든 몽골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들은 '츄브왕'에 가깝게 발음하는데 한국에서 검색해보니 '초이왕'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한국인이 몽골에서 가장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음식이 호쇼르(튀김만두)와 초이왕이다.(고추장을 섞어 먹어도 좋다)



입이 짧아서 몽골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라면 아래 영상을 확인해보자

초이왕 만들기 영상


초이왕은 양이 많아서 항상 남기게 되는 음식이다. 그래서 몽골 남자들은 다음날 남은 초이왕을 수태차에 말아먹는다고 한다.







식사 후, 여행 경로를 빌게가 설명해 주었다. 돌이켜보면 고비여행으로 턱없이 부족한 4박 5일이었지만 빌게 덕분에 우리는 알차게 일정을 채울 수 있었다.


거친 고비 원정을 목전에 둔 나는 초이왕  접시를 비우고 남은 맥주를 들이켰다. 식당문을 나서며 출발선 앞에  선수의 마음으로 이어질 여정을 상상한다. 갈증과 허기진 배로  음식점에 들어왔을  테이블 위에 놓은 낯선 초이왕과 니쓰를 맥주를 바라보며 포크와 컵을 들었을 때의   마음이다.




자, 이제부터 경험할 고비는 과연 어떤 맛 일까?












두근두근몽골원정대 모집 



진짜 몽골여행 고비! 영상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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