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표의 자연여행 이야기
캠핑, 도구를 이용해 하룻밤을 보내는 여정
'호모파베르(Homo Faber)’
도구의 인간이라는 말이 있다. 먼 옛날에는 도구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요했다면 현대의 도구는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또한, 도구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 상상을 자극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주변을 살펴보자. 맛있는 음식이 놓일 예쁜 접시부터 주말을 기다리는 낚싯대, 외출을 기다리는 오토바이, 구석 어딘가 숨어 멀리 떠나길 바라는 여행 캐리어. 일상 도처의 모든 것이 우리의 상상을 유발하는 도구들이다. 우리는 욕망하는 무엇을 실현하기 위해 도구를 찾고 사용한다.
‘생존’과 ‘유희’의 관점에서 도구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취미 중 하나가 캠핑이다. 요컨대 야영 도구는 인간이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지만 요즘은 자신이 원하는 아웃도어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캠핑용품은 쉽게 말하면 먹고, 자는 것을 돕는 도구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가 자연여행을 위한 준비물이며 자연여행은 도시 인프라의 도움 없이 오롯이 자연에 적응해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하루를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보내기 위해서 밥을 먹고 잠잘 곳을 해결하는 단순한 여정. 그러므로 자연에서 캠핑을 하기 위해서는 도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이 도구를 통해 여행을 상상한다. 아득히 깊은 초원, 울창한 숲, 끝없는 지평선, 해발 4,000미터의 산, 깊은 모래사막, 에메랄드빛 호수... 그곳에서 도구는 곧 나의 행위를 뜻한다.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획일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도구를 통해 공간과 환경을 새로운 가치로 변화시킬 수 있다.
자연여행을 떠나는 이유
자연에서는 시계가 필요 없다. 시간은 사람이 더불어 살기 위해 만들어낸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자연에서는 해의 위치가 중요하다. 자연여행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만 존재하는 여정이다. 그러므로 미리 티켓을 예매하거나, 줄을 서거나, 시간에 맞춰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을 쥐어짜듯 여행하는 내내 스마트폰을 붙잡고 다음 갈 곳, 해야 할 것을 찾지 않아도 된다. 일상에서 쫓는 효율을 그곳에 가져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의자를 꺼내고 초원 가운데 앉아 단조로운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자연여행이다.
자연에서 먹고 자는 행위는 도시인에게 있어 소중한 노동의 가치다. 그것을 노동이 아닌 놀이로 즐기는 것.
하룻밤 보낼 자리를 정하고
등허리로 노을을 받으며 텐트를 치고 도구를 하나하나 펼친다.
눈으로 보고,
향을 맡고,
피부로 느끼고,
손으로 만지고,
걷고, 앉고, 때로는 누운 그 자리에서
반듯한 지평선을 경계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본다.
초롱초롱 별이 내린 밤하늘 아래
보이지 않는 바람을 느끼고
무겁고 고요한 초원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내일이면 다시 비울 자리 위에 누워
눈을 감는다.
자연여행, 도구를 사용하는 즐거움
나는 자연으로 떠나기 전에 캠핑을 한다.
여행을 앞두고 사용할 도구들을 미리 하나하나 점검하는 의미이다. 문화가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 그곳의 행동양식에 맞춰야 하는 것처럼 자연여행 역시 마찬가지로 떠나는 곳의 계절이나 환경을 고려해 도구를 준비해야 한다.
캠핑도구는 자연여행에서 동반자이며 나를 지켜주는 보호막이고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다. 동행이 누구냐에 따라 여행의 색이 달라지듯 도구가 다르면 경험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여행하며 잠시 머물고 쉬어간 아름답고 경이로운 수많은 풍경을 함께하며 하룻밤 누울 곳을 마련해 준 나의 도구들은 낡을수록 마음이 가는 내 지난 여행의 흔적이며 증거다.
나는 다시 여행을 앞두고 그곳에서 이 도구들의 쓰임새를 상상하고 기대한다.
가을 고비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해 질 녘 지평선을 보며 따뜻한 차한 잔은 어떨까?
* 소니코리아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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