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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Mar 16. 2022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산책하다

북한산 국립공원 둘레길 산책



'세계적인'이라는 수식을 가진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은 오랜 유럽 생활을 마감하고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가 뉴 잉글랜드 뉴햄프셔 주 작은 마을에 안착한다. 그는 자신이 사는 마을 외곽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길을 발견했다. 그 길이 미국 3대 트레일 중 하나인 애팔래치아 트레일(Appalachian Trail, AT)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곧 자연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여행을 시작한다. 그 걸음의 기록은 '나를 부르는 숲(A Walk in the Woods)'이라는 베스트셀러로 세상에 소개된다.



 



빌 브라이슨처럼 한적한 교외로 이사한다면 두 발로 걸어서 쉽게 자연을 만날 수 있지만 대도시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가 자연을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날씨가 쌀쌀한 요즘 우리는 건물에서 건물로, 지하로, 차 안으로 몸을 숨기기 바쁘다. 그러다 보니 도시인은 하루의 대부분을 사방이 막힌 콘크리트 속에서 호흡한다.



 



“도시인의 들 숨, 날 숨은 하늘과 자연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다.”



다행히 서울에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도심 속 국립공원이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이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시내 지하철에서 나와 두 발을 옮겨 자연을 만나는 것은 커다란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북한산은 1983년 우리나라에서 15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도심에 위치해 있어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서울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와 숲의 경계를 걷다


휴일, 북한산 둘레길 8번 코스를 산책했다. 이 코스는 줄곧 도시와 숲의 경계를 걷는다. 해가 어깨 위까지 내려오길 기다리다가 오후 3시,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을 시작했다. 불광역 2번 출구에서 은평 한옥마을까지 느긋한 산책.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초행이라도 길 잃을 염려는 없었다.






산길이지만 험하지 않고 흙길과 데크 길이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흡사 마을 주민들의 산책로 같은 길이라 걷다 보면 금세 마을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나타나고 불쑥불쑥 동네와 만나고 헤어진다. 걸음을 그만두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 산책로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언제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자연이다. 등산이나 먼 외지에서의 산책은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지만 이 둘레길은 수많은 화살표 속에 자신의 걸음을 그때그때 선택할 수 있어 좋았다.




두근두근 매직아워를 만났다





늦은 시간 출발해서 금세 일 몰을 만났다. 영하의 겨울 날씨지만 따듯한 노을빛이 나무에 걸려 시간을 잠시 거꾸로 돌린듯 가을이 찾아왔다. 때마침 만난 길이 아름다운 것인지 지는 해의 마법 덕분인지 매직아워에 빠져 가는 걸음을 잃어버린 채 그곳에서 한 참 머물며 풍경을 감상했다. 영화 와일드애서 리스위더스푼이 어머니의 이야기를 읊조리던 장면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일출과 일몰은 매일 있으니까

there's a sunrise and a sunset every day


네가 맘만 먹으면 볼 수 있어

and you can choose to be there for it


너도 아름다움의 길에 들어설 수 있어

you can put yourself in the way of beauty


- 영화 wild -







자연과 도심의 어우러 다른 국립공원에서는   없는 북한산의 특별함이다가벼운 산책이라 일몰의 감동은 배가 되었다걷는 내내 아파트가 보이고 마을이 보여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 순간 숲과 도심의 경계를 걷는 둘레길 산책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되었다.

 


이 풍경은 앞으로 두고두고 나를 이곳으로 불러 낼 것만 같다.












환경부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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