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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Nov 04. 2022

내 생의 첫 몽골 여행

서울에서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으로

내 생애 첫 몽골 여행

 
 
 

 

누구에게나 첫 여행이 있다.

당시만 해도 몽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나는 출국 일주일 전,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장티푸스, 말라리아 등 예방접종을 미리 해야 하는지 문의했다. 몽골이라는 낯선 나라와 22명의 낯선 대학생 인솔 임무는 빌려 입은 잠옷처럼 불편하고 어색했다.


 



2011년 첫 몽골 여행은 전국 각지에서 선정된 대학생이 휴양지나 문화 선진국이 아닌 몽골의 자연으로 떠나는 챌린지 프로그램의 동행 취재 차 합류하게 되었다. 이십 대 초 중반의 이름도 모르는 이들과의 나이 차가 몽골과 한국의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왠지 모든 것이 서먹하게 느껴졌다. 익숙하고 편한 사람들과의 여행과는 사뭇 다른, 몽골 승무원들의 어색한 한국어 발음만큼이나 어색함이었다. 


그러나 아스팔트와의 거친 접촉이 끝나고 비행기가 부드럽게 허공으로 떠오르자 여행은 여느 때와 같은 익숙함으로 갈아입는다.

  






구름 위로 흐르는 하늘의 강

그 파랗다고 소문난 몽골의 하늘이 이곳까지 마중을 나온 듯했다. 그렇게 세 시간 반의 비행이 끝나고 구름 아래 낯선 몽골 땅이 모습을 드러냈다!

 

 




늘 여행지에서 골목을 탐닉해온 나는 흔한 아스팔트조차 보이지 않는 몽골의 풍경에 놀라 하늘 위에서 잠시 잊었던 어색함을 슬그머니 다시 꺼내 들었다.

 



 


해발 1,600미터의 고원지대여서인지 구름이 낮게 드리운 울란바토르의 풍경. 몽골은 남북한 면적의 7배이며 인구는 400만에 못 미친다. 그중 반이 수도인 이곳 울란바토르에 살고 있다.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일행들을 기다리며 바라본 대합실의 풍경은 '러브 액츄어리' 엔딩 신을 재현하듯 재회하는 가족, 친구들의 스킨십으로 가득했다. 언제나 빠듯한 여행지에서의 일정 때문에 공항 문을 나오면 뒤돌아 보지 않고 벗어나기 바빴던 탓에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소소한 여행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었다.

 

마중 나온 자화는 남자들끼리 키스하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던 나에게 오해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그것은 '몽골식 인사'라고 설명해주었다. 몽골에서는 연장자가 상대의 뺨에 입맞춤을 하는 게 인사라고 했지만 이방인의 눈에는 흡사 연인의 키스처럼 느껴졌나 보다.

 





공항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모습과 풍경을 가지고 있다. 보얀트 오하 공항은 당시만 해도 칭기즈칸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21년 7 월 새롭게 오픈한 신 공항에게 이름을 내어주고 이제는 몽골 국내선을 이용할 때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공항 주차장에서 칭기즈칸 글자는 몽골 방문을 기념하기에 더없이 좋았다.(새롭게 오픈한 신공항은 어느 나라의 공항이 그렇듯 밋밋한 건물뿐이라 공항 기념사진의 의미가 사라져 버렸다.)


몽골에 처음 온 여행자는 공항 밖으로 나가는 순간 흠칫 놀라게 된다. 우리나라의 습한 더위로부터 불과 세 시간 만에 만난 건조하고 서늘한 공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물을 벗어나면 냉탕에서 열탕으로 건너간 것처럼 노출된 피부 위로 쏟아지는 태양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에어컨이 나오는 전자레인지 같은 기분이랄까?

 


 


 

버스에 오르기 전 몽골 최고의 브랜드 칭기즈칸 이름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다. 아직 '우리'라 부르기엔 어색한 동행들을 하나로 만들어줄 현수막을 꺼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에 자연에 대한 면역력이 부족했던 걸까? 함께한 그 열흘 간의 여행 이후 나는 1년이 넘는 몽골 앓이를 했다. 덕분에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년 몽골의 자연을 여행하고 있다. 



여전히 어색한 사람들과 함께...





두근두근몽골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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