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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May 07. 2024

두근두근 몽골여행 초원의 낮잠

몽골여행 에세이



햇살이 따갑게 내려앉아 가만히 누워 있을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엉뚱하게 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리로 가서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수평선 같은 초원이 펼쳐 있다. 잔잔한 바람이 붓질을 하듯 초원이 일렁인다.


소란스러움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초원 한가운데 사람들이 모여 있다. 젊은이가 대부분이지만 그중에는 아이도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와 아빠가 그늘을 찾아 이쪽으로 왔다. 아이 아빠는 긴 여행으로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나무 그늘 가장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다. 아빠 옆에 있던 꼬마는 혼자 심심할 만도 한데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재미있게 놀았다. 어쩌다 아이의 놀이에 동참하게 되었다. 별것 아닌 내 말과 행동에 아이는 진심으로 즐겁게 반응해 주었다. 지평선 멀리 있던 구름이 타임랩스처럼 거대한 그늘을 몰고 와 나무 그림자를 삼켰다. 아이 아빠는 일어나 인사를 남기고 먼저 일행들 사이로 사라졌다.




문득 내가 있는 이곳이 어딘지 궁금하던 참이었다. 사방에 아무것도 없는 초원이라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그리움을 품은 풍경이다. 아이의 얼굴을 보고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내 아이의 얼굴이다. 멀리 일행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너무 재미있어서 즐거웠다고 해맑게 웃으며 고맙다고 허리까지 숙여 인사를 했다. 나는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고 품에 안긴 아이를 꼭 껴안았다. 내 인생에 가장 깊고 긴 포옹이었다.


그들은 노란 미니버스를 타고 항가이의 지평선 너머 홉스골로 사라졌다. 나는 초원에 다시 홀로 남았다. 6년 전 풍경 그대로였다. 무게를 참지 못한 구름이 툭 하며 뺨 위에 빗방울 하나 떨구더니 구멍 난 것처럼 멈추지 않고 흘렀다.










지난겨울 원고 마감을 며칠 남겨두고 꿈을 꾸었다. 얼마나 실감 나는 꿈이었는지 깨고 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서둘러 책상에 앉아 기억을 더듬어 메모했다. 그리고 원고 마지막 장에 그 내용을 넣었다.

시간은 고정되어있지 않으니 7년 전의 항가이 풍경도 이 또한 지나가겠지 싶었던 원고 마감의 기억도 이미 저만치 흘러가버렸다. 2월에 시작한 브런치 연재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지금까지 함께해 주시고 공감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5월에 출간한 따끈한 책
'두근두근 몽골여행'에서
만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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