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은 J보다는 P스럽게
두근두근 몽골여행
여행은 항공권을 끊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날그날의 숙소를 이어가며 동선과 루트를 짜고, 그 위에 꼭 하고 싶은 욕망의 정보 뭉치를 하나씩 덧대다 보면 전체 스케줄이 완성된다. 예약 시간, 교통편, 걸음의 속도까지 촘촘하게 설계하고 다양한 할인 정보를 활용해 경비까지 아끼는 MBTI J형 인간에게 복잡한 여행 준비 과정은 유희에 가깝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몽골은 J형 인간이 준비할 게 없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아득한 초원, 거친 땅과 사막에서는 날것의 여행이 있을 뿐이다. 예약도 입장권도 필요 없는 몽골 이야말로 P형 인간을 위한 여행지다. 선택과 기회비용을 저울질해야 하는 도시 여행과는 다르다. 자연 여행에서는 날씨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계획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선택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그러므로 디테일한 욕망의 지도를 가진 사람에게는 함부로 몽골 여행을 추천하지 않는다. 별도, 초원도, 사막도, 유목민과의 만남도 예약이 불가능하다. 지평선까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무 한 그루 없는 초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만남은 그저 우연이다.
하지만 특별한 무엇을 기대하지 않고 떠나는 P의 여정에 초원은 언제나 고마운 만남의 주선자이기도 하다. 소나기가 멈추면 지평선 위로 선명하게 아치를 그리는 무지개도, 해 질 녘 서늘해지는 기온과 다르게 벌겋게 달아오르는 하늘빛의 장엄함도 가축이나 유목민과의 우연한 만남도 초원이 주는 깜짝 선물이다. 내가 몽골의 지평선이, 초원과 사막이 아름답다고 느낀 이유는 그것을 계획하고 떠나서가 아니라 바라는 것 없이 떠났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몽골여행 출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