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미티드 에디션 팬덤
창작자와 독자의 만남
UNLIMITED EDITION
지난 2009년부터 일 년에 한 번 독립출판 제작자들이 모여 자신의 창작물을 판매하는 행사,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7회를 맞이했다. 일민미술관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는 11월7일 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 아트북 페어'라는 부제를 품고 진행된다. 어둑해지는 시간, 행사장 앞에 도착했을때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우산을 쓰고 길게 줄을 늘어선 관람객 모습에 깜짝 놀랐다. 신제품 출시 당일 애플스토어 앞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었다. 그나마 비가 와서 20분 만에 입장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왔지만 상황은 이쪽도 비슷했다. 1층부터 3층에 걸쳐 바리케이드 치듯 전시부스를 가린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매대 쪽으로 접근조차 어려웠다. 루브르 미술관의 모나리자 그림 앞 팬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얼마 전 썰렁하기 그지 없었던 코엑스의 북페어와 도서정가제 이후 열기가 식은 와우북페스티벌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인디저작물은 인디책방을 찾으면 쉽게 구할 수 있음에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간단하게 답을 구할 수 있다. 인디책방에서 저작물은 구할 수 있지만 창작자를 만날 수는 없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나 광화문 소소시장이 인기 있는 이유는 창작자와 소비자가 창작물을 매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창작자와 독자가 만났을 때의 긴장이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지속 시키는 원천이 된다. 기성 출판계에서는 흔치 않은 문화다.
최근 동네책방이 살아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마을 안 공간을 통해 저자와의 만남 등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해 단순히 책만 팔던 공간으로써의 옛 모습을 탈피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 브런치와 네이버포스트에서도 책만들기 프로젝트 등 다양한 콘텐츠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선정부터 시상 발표까지 모바일 속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트래픽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처럼 오프라인에 비해 긴장감과 에너지가 덜하다.
브런치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소규모로 진행 중이지만 언리미티드 에디션과 비교하면 고요한 수준이다. 진정한 콘텐츠 유통의 활성화를 원한다면 작가와 독자가 마찰할 수 있는 면적을 보다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온라인 서점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아마존도 최근 씨애틀에 오프라인서점을 오픈하지 않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