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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May 30. 2016

마츠모토타이요의 출발선, Sunny



작가 마츠모토타이요의 자전적인 이야기, Sunny는 여러 사정과 형편으로 부모와 살 수 없는아이들을 위한 시설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소재로 한 장편만화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 써니 (Sunny)는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하고 싶을 만큼 커버 이미지가 아름답다.

표지에는 'Sunny'라는 제목 밑에 대문짝만 하게 작가의 이름이 좌우로 펼쳐 있다. 만화책에 작가의 이름이 이토록 크게 디자인된 것은 데즈카오사무나 우라사와 나오키 정도의 만화책에서나 본 것 같다.




'천재적인 만화가'라는 수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슬램덩크의 다케히코 이노우에, 드래곤볼의 토리야마 아키라처럼 대중적인 부류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세계관을 관철해 수많은 마니아층을 만들며 여기까지 왔다. 이름 넉 자(일본어로)만으로 망설임 없이 구입하게 만드는 그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 만화의 호흡은 산책자의 걸음처럼 느리다.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 무리하지 않고, 긴 호흡을 고르듯 천천히 떼는 발걸음' 같은 인상을 준다. 각각의 챕터는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단편을 통해 천천히 얼개를 이루어 간다.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가 각 챕터의 주인공으로 손색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며 이들이 모인 화보는 화려하기까지 해 보인다.




'Sunny'는 고아원 옆 공터 한편에 버려진 고물차 이름이다. '버려진 차'라고 표현했지만 이 책의 제목으로 아깝지 않은 역할을 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에게 조금씩은 다르지만 그들의 결핍을 채워 주는 공간인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결핍을 가지고 살아간다



작가는 이 이야기의 반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라 말했지만 만화를 보고 있는 이라면 이야기에 몰입하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등장인물 중심의 작은 에피소드로 분절되어 있는 내용은 누구나 가지고 살아가는 과거의 성장통, 혹은 현재 안고 있는 결핍을 여지 없이 관통한다.




마흔을 지나며 그의 만화는 '정리'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더 이상 몇 걸음 먼저 내달리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독자와 호흡한다. 작가는 '이제 언제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 어릴적 경험이 담긴 이 만화를 그려야 겠다고 결심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결국 만화 Sunny는 '철근 콘크리트', '핑퐁', '하나오', '넘버파이브' 등 상상과 공상 그리고 드라마 속 망상을 오가던 그의 종 잡을 수 없는 상상력의 출발선인 셈이다. .



누구나 안고 사는 결핍을 따듯하게 감싸주는 만화



책장을 넘기며, 살아온 환경이 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작은 일상의 알갱이, 까맣게 잊고 지내던 유년의 파편들이 심장을 지긋이 자극한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을 만큼 담담하게 흐르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동안 나 역시 'Sunny'라는 낡은 자동차 속에 그들과 함께 앉아 있음을 발견한다.




오랜만에 써니의 후속편이 나왔다. 1편이 국내에 소개된 것이 2013년 말이니 대체 몇 년 만인지... 게다가 2,3권이 동시에 출간되었다. 애니북스라면 대형 출판사 문학동네 임프린트인데 무슨 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돈이 되기 때문인지, 다양성 측면인지 자극적인 성인물도 여과 없이 19금 라벨을 붙여 속속 출간하는 요즘, 왜 이런 작품들은 제때 소개하지 않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Sunny는 일본에서 2015년 이미 연재를 마쳤고 단행본 5권으로 완결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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