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몽골원정대 2기 여행 ②
두근두근 몽골원정대 2기 몽골여행 두 번째 에피소드를 들려드립니다.
영상으로도 생생하게 만나보세요!
원정대가 인천공항에 모이기로 한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이었다.
한 달 반을 기다려온 오늘이다. 마음의 준비는 이미 충분했지만 긴 기다림 뒤에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캠핑장비들 때문에 공항에 장기주차를 하고 선호와 함께 원정대를 만나러 가는 길. 먼저 도착한 이들이 멤버들의 도착 현황을 SNS를 통해 생중계 중이었다.
몇몇은 모여 비밀스럽게 원정대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나누고 있었다. 부반장 인애 씨가 정성스럽게 만든 종이는 바로 마니또를 뽑기 위한 재료였다.
단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나는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이름표를 지니고 다닌다.
준표는 남미에서 배운 매듭공예로 팔찌를 만들어 원정대 모두에게 선물해주었다. 5박 6일의 여행을 위한 한 달 반의 기다림.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준비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19명의 원정대가 모두 모였다. 함께 준비한 음식과 캠핑용품이 가방 무게를 초과해 짐을 배분했다. 누가 가져왔는지도 중요하지 않고 네 것과 내 것이 없었다. 그땐 정말 2기는 하나였다.
몽골항공의 개인 수화물 중량 한도는 23kg이며 무료로 붙이는 짐은 1개만 허용합니다. 짐이 추가될 경우 7만 원씩 부과됩니다. 삼각대 같은 물건은 붙이는 붙이는 짐에 끈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3층 택배 사무소에서 묶는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원정대, 무려 3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하는데 지루하기는커녕 기분 좋은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캐스팅을 마친것 만으로 흥행을 예상하는 감독의 기분일까?
천천히 음미하면서 즐기는 프랑스 요리처럼,
향부터 즐기고 음식을 잘근잘근 씹어 삼키며 찬찬히 즐기고 싶었지만 허겁지겁 입으로 쑤셔 넣는 패스트푸드처럼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몽골까지 비행시간은 딱 좋은 3시간. 그 이상은 지루하고 이하는 너무 짧다. 짧은 게 뭐가 고민이냐 하겠지만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도 여행의 일부인만큼 나름의 즐거움을 만끽할 여유는 필요하다.
차분히 마음을 기록을 하거나, 멍하니 두고 온 일로부터 멀어지는 짜릿한 행복을 느끼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우리는 울란바타르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처음 만나는 것은 타지의 낯선 공기와 온도다.
습하고 푹푹 찌는 8월의 더위와 잠시 이별하고 우리가 만난 날씨는 따가운 햇살을 동반한 우리나라 초가을의 기분 좋은 선선함이었다.
공항에서 우리를 맞아준 자화는 몽골에 처음 오는 손님을 환영하는 의미로 아롤을 준비했다.
아롤 : 아롤은 우유를 발효한 후 햇빛에 건조하여 만드는 몽골 유목민의 전통간식이다.
칭기즈칸 공항에서 여행의 시작을 기념한다. 일정을 함께 할 자화와 바츠라까지 두근두근몽골원정대 완전체의 첫 기념사진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글과 사진, 영상과 말로만 보여주고 들려준 몽골...
이제는 직접 느낄 시간이다!
주차장에는 똑같이 생긴 2대의 미니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1호차와 2호차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고 하는데...
1호차는 대체로 멤버들이 얌전했던 탓에 사색을 즐기는 분위기가 여행 내내 계속되었다. 하지만 반전은 이 버스의 터프한 운전자다. 그의 운전실력은 여행 내내 4D 영화관에서 스타워즈 전투씬을 보는 기분이었다. 몇 번은 방심하고 손잡이를 잡지 않아 의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반면 2호차의 운전자 오투는 매우 점잖은 사람으로 버스는 커다란 고래가 헤엄치듯 빠르지만 조용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2호차에도 반전은 있었으니 대장인 선호를 씹어 삼킨 원정대 멤버들의 흥이었다. 그들은 5박 6일간 낮잠 없는 버스를 실현해 냈다.
한 편, 자화, 선호와 1년 만에 다시 칭기즈 공항에서 만났다. 스물네 명의 만남과 설레는 마음들이 석양을 준비하는 하늘의 진득한 파랑처럼 부드럽게 블랜딩 되는 시간이었다.
울란바타르를 거치지 않고 공항에서 출발한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초원을 만날 수 있었다.
시 외곽을 벗어나기 전 주유를 위해 버스가 멈춰 선 그때, 화장실을 찾는 이가 있었다.
그녀는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몽골에서의 첫 화장실을 개시했다. 초원 화장실의 진정한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주유소 화장실을 이용할리 없다. 물론 말해주어도 믿지 않을 테니 말없이 뒷모습을 향해 손뼉을 더할 뿐이었다.
지는 해를 쫓아가듯 달리던 버스가 멈춰 섰다. 석양을 다 함께 즐기자는 자화의 제안 때문이다.
해가 지는 것은 하루에 한 번,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도시에 사는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밤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림자 조차 구경하기 힘든 초원에서, 석양은 하루 일과 중 가장 큰 태양계의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의 반, 하늘에 잉크 한 방울 떨군 것처럼 극적으로 색이 번지고 곧 하늘과 땅의 색이 반전된다.
거대한 아이맥스 스크린을 전세 낸 원정대가 잠자코 앉아 하늘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을까?
그럴 리 없다.
여행에, 흥에, 색에 미쳐
부드럽게 그라데이션 되는 하늘을 배경지 삼아 열심히 우리의 실루엣을 고정한다.
몽골은 평균 해발 1600미터가 넘는 고원지대라 해가 지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 버스에서 내린 김에 짐을 꺼내서 따듯한 옷으로 갈아입도록 했다. 엘승타슬하 까지 꽤 먼길을 가야 했기 때문이다.
긴 밤을 지내기 위한 그녀들의 수면바지와
후리스... 초원의 패션쇼가 시작된다.
조금 전까지 곁에 있던 한여름과 작별하니, 두툼한 아우터 안으로 느껴지는 따듯함에 감사하는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꺼져가는 불씨만큼 남은 지평선 뒤 태양의 흔적을 배경으로, 초원을 무대로, 워킹하고 뛰고
그렇게 이름 없는 초원 위 흔적을 남기고 우리는 다시 떠난다.
버스를 잠시 세우고 자화가 준비한 도시락을 나눠먹었다. 이미 도로 주변으로는 컴컴한 밤의 장막이 드리워 있었다. 식사 후 나는 잠시 잠에 빠졌다.
눈을 떠보니 엘승타슬하의 모래 위에 있었다. 이미 자정이 지난 시간, 우리는 바퀴가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버스를 바라보며 여행 2일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되어 버스를 밀고 응원하는 사이 잠들어 있던 흥이 다시 깨어났다.
텐트를 치고 베이스캠프를 구축했다. 3시간만 지나면 사방 어느 쪽에서건 해가 올라올 것 같은 깊은 밤의 한 가운데였지만 그들은 다음날에 대한 두려움 없이 밤을 즐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 위의 하늘이 우주를 향해 열려 있음을 깨달았다.
육안으로도 보이는 선명한 별무리, 은하수
그곳에는 태어나 지금까지 본 별들보다 많은 별들이 있었다.
하늘에 상처를 내듯 별똥별이 떨어졌다. 몽골 밤하늘에서 별똥별을 보는 것은 무척 간단하다. 한곳만 시선을 고정하면 대개 5~10초 사이에 별똥별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예정에 없던 기념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한국을 출발해 몽골에 도착한 지 10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
우리의 발아래에는 초원이 있고 머리 뒤에는 별이 있었다.
그날 밤, 별이 빛나는 하늘과 초원 사이에 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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