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구석구석 여행 6
몽골과 몰디브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나라지만 닮은 점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득한 지평선과 수평선이 그랬다. 그리고 또 하나의 깨달음.
절대 혼자 가서는 안되는 곳이구나
몰디브 매력의 반이 이 워터빌라에 있으니 몰디브에서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혼자 보내야 했다. 매력적인 탓에 매 순간 안타까움을 느꼈던 워터빌라에서의 하루를 소개한다.
그날은 이른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잠시후 멀리 비구름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숨바꼭질이 불가능한 환경
그리고 잠시 후, 시원하게 비가 쏟아져 내렸다. '잘 됐구나.' 이참에 하루종일 빌라를 즐겨보기로 했다.
나의 67번 빌라는 섬 바깥쪽 3/4지점에 위치해 있어 섬까지 걸어가려면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10분은 족히 걸어야 했지만 어쨌든 오늘은 비를 핑계로 워터빌라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처음 빌라에 와서 가장 먼저 반겨준 것들은 다양한 웰컴 메시지들이었다. 침대 위에 장미로 꾸민 하트는 민망하고 부담스러워 건드리지도 못했다.
침대 옆에 묘하게 생긴 물건, 무엇에 사용하는 물건인가 했는데, 안경 걸이였다.
천장은 도니(몰디브 전통 배) 모양을 하고 있다. 할라벨리 리조트 대부분 건물 천정이 도니 모양이었다.
화장실, 욕조가 있는 공간, 사진의 양쪽 가장자리에 개인 짐을 보관하는 공간이 있고 중앙에는 세면대가 있다. 그 사이에 각각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는 구조다.
샤워실은 채광이 잘 되어있고 샤워를 하며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뒤를 돌아 보면 오픈된 공간 중앙에 욕조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수긍할만 하다. 욕조에 앉아 인도양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밖에서 안이 보일까 싶지만 옆 빌라에서는 보이지 않는 구조다.
비도 그치지 않고 마침 가져온 책도 있으니 욕조에 앉아 읽기로 했다.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고 다섯 장 정도를 읽은 것 같다. 이런 곳까지 와서 책 읽을 시간이 있나 싶지만 나름 시간을 값어치 있게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물고기 도감일 거라 예상하고 구입한 카드 안에는 낡은 몰디브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 살짝 실망해 탁자 위에 뿌려놓고 사진을 한 장 담았다.
머무는 동안 사용할 피씨와 카메라 장비들을 꺼내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비가 그쳐 있었다.
바다로 들어갔다.
스노클링을 마치고 다시 빌라로 들어왔다. 문밖을 나서지 않고 바다를 만날 수 있으니 넓은 바다가 내 것이 된 마냥 좋다.
그런데 넓은 바다가 있는데 이 풀의 존재 이유는 뭘까?
프라이빗 풀의 수심은 1.2m
결국, 발 한 번 담그지 않고 하루가 지났다.
오며 가며 빈 풀장을 바라보며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우선 셀프 사진을 한 장 담기로 했다. 여행을 다니며 늘 누군가를 향해 렌즈를 들었는데 이번 여행은 내 카메라가 향할 사람이 없었다. 덕분에 아마 인생 처음의 셀프 사진에 도전하게 되었다. 5일간 얌전히 가방 속에 누워있던 삼각대도 꺼내고...
모든 일은 시작이 어려울 뿐...
잠시 후 셀프 사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타이머의 시간을 맞추지 못해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으며 또 찰랑찰랑하던 풀의 물은 얼마나 흘러 넘쳤는지...
체력이 무한 정있었다면 몇 번이고 뛰어들었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적당한 선에서 그만두었다.
한 여름 소나기 같은 퍼포먼스 덕분에 물에 빠진 생쥐가 된 카메라와 렌즈
매직아워가 시작된다.
인생에 타이밍이 있듯
여행 사진을 담는 사람에게 이 타이밍은 중요하다.
바삐 움직이지 않아도 한 곳에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반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
셔터를 누르면서도 과연 이 풍경을 카메라에 온전히 기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쉽게 발을 뗄 수 없었다.
왜 사람들은 이 중요한 시간에 저녁식사를 하는 것일까, 아쉽지만 카메라를 거두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런데,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풍경 역시 아름다웠다. 이럴 줄 알았다면 미리 이곳에서 일몰을 기다렸을 텐데... 마지막 불씨를 태우는 하늘을 바라보며 스멀스멀 차오르는 아쉬움.
몰디브의 하루는 너무 짧구나...
긴 저녁식사를 마치고 10시가 넘어 빌라로 돌아왔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