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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lyaws awake

완벽하진 않아도, 분명 행복한 이야기<브리짓 존슨>

by 성우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


브리짓이 행복해서 참 다행이다. 중학교 사춘기 시절 처음 만난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시작으로, 그녀와 그녀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푹 빠졌었다. 워낙 다양한 개성있는 인물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 어느 누구도 틀리지 않은 채로, 서로가 어우러지며 펼쳐지는 이야기들. 장미 향기를 맡기 위해서는, 잠시 시간을 내야 하는 것처럼. 장미 같은 주변이들을 위해 흔쾌히 시간 내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야기 속에서, 웃기도 했다가, 남몰래 눈물을 닦기도 했다.


50대의 브리짓은 여전히 서투를 때도 많지만, 무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은 그대로다. 다른점은 브리짓과 남편을 꼭 빼닮은 2명의 자녀가 함께한다고 해야할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영화 내내 눈물이 글썽여지기도 했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 미소가 머금어졌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가 나랑 꼭 닮을 수는 없겠지만, 어떨 때는 지금 내 마음 같기도 하고, 과거의 나를 데쟈뷰처럼 바라보는 느낌이기도 하고, 미래의 나를 미리 만나는 것 같기도 했다. 혹시나 브리짓이 너무 아픔을 겪으면 어떡하나 내내 조마조마 했기도 했지만, 행복해지는 그녀를 보며 나도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우린 이겨내는 건 곧 잊는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어쩌면 이겨낸다는 건 늘 기억하면서 남은 이들끼리 잘 살아간다는 뜻일지도 몰라요.”라던 브리짓의 깨닮음은 지금 나에겐 어떤 의미일까? 삶이 계속될 수록 기억을 맴도는 과거의 장면들이 늘어나는 것만 같을 때가 많다. 때로는 답답하게 하기도, 이불킥을 하기도, 잠시 상념에 잠기게도 만드는 그 기억들. 이겨내는 방법은 그것에서 탈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힘을 꽤 얻었다. 브리짓이 어느날 이후로 쓰지 못했던 일기장을, 이제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로 채워나가는 것처럼. 지나간 장미 향기를 그리워 하거나, 잊으려하지 않고. 지금 내 옆에 존재하는 장미 향기를 맡아가야 한다는 걸. 그걸 위해선 잠시 시간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혹시나 틀리면 어떡하지? 예민하고 조마조마한 나의 일상 속에서, 브리짓 존스의 영화는 "완벽하지 않지만, 정답일지도 몰라. 괜찮을거야" 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영화 OST 제목, It Isn’t Perfect But It Might Be 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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