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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lyaws awake

친절은 멀리 있는게 아닌

by 성우

어제, 오랜만에 한 지인과 저녁 식사를 했다.


청소년을 돕는 비영리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분이었다. 용산의 한 고깃집. 고기를 구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찰나, 손에 식물을 가득 든 한 분이 다가왔다.


“혹시 이 식물 어떠세요? 싸게 드려요.”


순간 머릿속이 분주해졌다. 지인도 함께 있는 자리니,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려던 그때, 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건 어떤 식물이예요?, 어떻게 키워야 하나요?”


그러자 그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건 ‘야자테이블’이라는 식물이에요. 집에서 키우기 딱 좋아요.”


짧은 대화가 오갔고, 지인은 자리에 일어나 옷 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만 원을 꺼내 건넸다.


길어야 2분 남짓. 갑작스레 다가온 식물 판매상과의 짧은 순간이었다. 나는 그저 ‘잡상인이구나’ 생각하며, 빨리 보내드려야겠다고만 여겼다. 아마 대부분 그런 상황이라면 비슷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나도 늘 그렇게 해왔고.


하지만 지인은 달랐다. 말을 건넸고, 웃으며 반응했고, 따뜻한 몇 마디와 함께 만 원 한 장을 건넸다. 기억에도 남지 않을 일상 속 장면이, 친절이 닿은 특별한 순간으로 바뀌었다. 수없이 거절을 겪었을 그분에게, 그날 가장 따뜻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친절은 거창한 게 아닌 것 같다. 예상한 순간에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도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아주 잠깐의 여유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오늘 나도 친절함을 나눠줄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야겠다.


테이블야자.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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