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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홀과 디지털 트윈

by 성우

지하의 빈 공간, 그리고 우리가 놓친 것들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 '씽크홀(Sinkhole)'이 생겼습니다. 통행 중이던 차량이 순식간에 도로 아래로 빨려 들어갔고, 현장을 촬영한 영상은 금세 뉴스와 SNS에 퍼졌습니다. 대명초교입구사거리, 누군가에게 너무 일상의 도로였던 곳이 한순간에 재난터로 변했습니다.


출처: 나무위키


그저 일시적인 사고일까요?


사실, 서울 곳곳에서 지반 침하와 씽크홀 발생은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닙니다. 성동구, 강남, 심지어 신도시로 불리는 지역들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요. 이제는 단순한 노후 인프라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안전 인프라가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처럼 느껴집니다. 관련해서 메르님의 블로그에 씽크홀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 일어난 일


2025년 1월,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조금더 먼저 발생했습니다.


일본 도쿄 북쪽 사이타마(埼玉)현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고, 트럭 1대가 추락했습니다. 마치 명일동 싱크홀을 예언한 것마냥, 비슷한 모습으로 2달 앞서 씽크홀이 생겼습니다.



2025년 2월, 일본 MBS 방송국은 한 편의 특집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일본의 수도·다리 등이 한계 직전'이라는 주제였습니다.


사이타마현 야시오시의 도로 함몰 사고를 계기로, 재차 「인프라의 노후화」의 문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인프라의 대부분은 1970년대를 피크로서 고도 경제 성장기에 정비되어 「대개 50년」이라고 불리는 수명이 지금 왔습니다.



‘우리도 머지않아 이 길을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물음이 점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도시 인프라도 이미 30년이 넘은 시설이 전체의 40% 이상에 이릅니다. 지하 공동구, 노후 하수관, 오랜 도로 기반…


하지만 무엇보다 위험한 건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하에 얼마나 많은 배관과 통신망, 공동구가 얽혀 있는지도 잘 모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지하 안전 통합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서울시는 정기 지하 시설물 정밀 점검과 스마트 센서 도입 등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대응은 결국 '사후적 대응'에 머무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남습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개인적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공간을 정밀하게 디지털로 복제해, 그 안에서 변화를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눈에 보이지 않는 도시의 속살을 가상 세계에서 들여다보는 창이죠.


예를 들어, 강동구 지하의 하수관로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면 지반 변화, 수압 이상, 미세 균열 등 문제 징후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사전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데이터 축적이 아니라, 예측과 예방의 기술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제는 도로 하나, 아파트 단지 하나, 심지어 도시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디지털트윈 국토 사업’을 통해 국토 전역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스타트업, 모빌테크


미래를 앞서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그중 '모빌테크'라는 스타트업이 눈에 뜁니다.


이 회사는 자율주행용 고정밀 3D 지도 제작 기술로 시작해, 지금은 서울 테헤란로, 청와대, 수서역, 심지어 중동의 스마트시티까지 실제 도시 공간을 스캔하고 3D로 복원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모빌테크의 기술은 단순히 공간을 시각화하는 것을 넘어, 도시의 지하·지상·실내까지 정밀하게 디지털로 구현하고, 변화 예측과 실시간 대응 시스템으로 연결됩니다. 놀라운 건, 이미 이 회사에는 네이버D2SF, 위벤처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 국내외 유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빌테크, IPO 준비 본격화)


스마트 시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기술력으로 무장한 모빌테크 같은 기업이 한국에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는 2022년 6568억 달러(약 907조 원)에서 2030년 6조9650억 달러(약 9619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하네요.



예방이 필요한 순간


씽크홀은 단지 사고가 아니라 징후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온 도시의 기반이 이제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신호이죠. 이제는 예방 중심의 기술, 예를들어 문제를 미리 감지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도시의 ‘디지털 쌍둥이’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기술 기업들이 미래의 삶을 지탱할 안전 인프라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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