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일, 미국이 캐나다와 TSA를 체결했다.
항공우주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TSA란 표현이 나오면 통상 Technology Safeguards Agreement를 일컫는다. 이미 미국은 2020년에 영국, 2023년에 호주와 TSA를 체결했다. 최근엔 일본과 정상회담에서 미-일 TSA 체결이 논의되었다는 소식으로 우리의 마음을 찜찜하게 만들기도 했다.
(최대한 간단하게 말하면) TSA는 미국 발사체가 해외 발사장을 사용하겠다는 협약이다. 이렇게만 보면 땅을 빌려주는 쪽이 갑일 것 같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대부분 미국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 지정된 발사장은 치외법권으로 설정되어 해당국이 아닌 미국이 관리하게 된다. 미국의 기술과 자산에 대한 현지인들의 접근은 원칙상 차단되며, 이뤄진다 하더라도 미국의 통제 하에서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미국과 TSA를 맺는 나라가 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또는 그렇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거대한 영토와 세계 어느 곳보다 발사에 유리한 지형에도 불구하고, 발사 수요가 앞으로 더 늘어나면 발사장 부족으로 허덕이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발사장은 쉽게 늘릴 수 있는 인프라가 아니다. 발사에 적합한 지점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미국도 몇몇 주에 발사장이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해외 발사장을 쓸 수 있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빈번하고 유연하게 발사 미션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부수적인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현재는 미국이 세계 발사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원할 때 신속하게 탈 수 있는 국산 발사체’에 대한 니즈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근데 미국 발사체가 집 근처까지 출장 서비스를 온다면? 미국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견고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미국의 신생기업 중엔 TSA로 열릴 틈새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 여럿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에겐 무슨 혜택이 있을까?
일단은 경제다. 발사장을 운영하고 발사체를 쏘려면 미국에서 사람들이 넘어와야 한다. 발사체 핵심기술에 접근할 순 없겠지만 부품가공이나 기타 주변산업의 발전으로 현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자국 발사체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혹시 일본은 H3를 포기할 생각인 건가?)
미국 발사체에 우선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크다. 물론 TSA를 맺는다고 탑승기회를 우선적으로 보장받는 건 아니다. (이건 나라마다 협상 결과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내 앞마당에 이용할 수 있는 발사장이 있다면 당연히 남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미 발사체를 이용하려는 주변 국가들의 위성들이 모이는 ‘발사 허브’로 발전할 여지도 있다.
여기서 잠깐, 미국이 TSA를 맺거나 맺으려고 하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국의 최우방 동맹국들이란 것이다. (자력 발사체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지만 일본이란 예외가 생겼다) 아무리 뉴스페이스 시대라고 하지만, 미국은 철저하게 전략적 외연 확장을 염두에 두고 파트너를 고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입지도 좋고, 미국이 제안만 하면 국경과 지갑을 열 준비가 된 나라가 많다. 누구나 자동차를 만들 순 없으니, 주차장이나 휴게소라도 차리겠다는 심정인 것.
하지만 그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다.
자국 기업도 아닌 TSMC의 위치에도 불안해하는 게 미국이다. 핵심 우주기술이 유출될 위험을 감당하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미국과 일본의 TSA가 호주나 캐나다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에서 합의가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예 없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아쉽게도, 미국의 '찐 우방'의 기준은 아르테미스 협약이 아니라 TSA 가입국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