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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니 Aug 17. 2024

구글 에릭 슈밋의 방송사고

인터넷은 기억한다, 영원히

[DON'T be evil]

에릭 슈밋은 구글의 2대 CEO로써 2001년부터 2011년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퇴임 이후에도 2018년까지 회장으로 영향력을 유지했으며, 구글이 인터넷 세계의 제왕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한 비공식 강연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비공개 자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에릭은 다소 과하게 느껴질 만큼 솔직하게 평소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문제는 그 강연이 라이브 스트리밍 중이었다는 것!

한번 뱉은 말은 돌이킬 수 없고, 인터넷에 올라온 것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영상 원본은 삭제되어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그 내용은 이미 영구 박제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 세상의 창업공신 중 한 사람인 그가 인터넷 때문에 곤경에 빠졌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래는 문제가 된 주요 발언들이다. 하나같이 맵고 쌘 내용들 뿐...

▪️ 구글이 AI에서 뒤처지고 있는 건 승리 대신 ‘워라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 성공하려면 직원들을 극한까지 밀어 부칠 줄 알아야 한다, 머스크와 TSMC에게서 배워야

▪️ 솔직히 OpenAI가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

▪️ 성공을 위해 필요하다면 남에게서 훔치는 걸 거리끼지 마라. 성공한 뒤 고액의 변호사를 고용하면 된다

▪️ AI가 오픈 소스로 남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만들고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OpenAI의 Stargate는 구축하는 데 3천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다. (참고로 OpenAI 측이 예상한 초기 비용은 1천억 달러)

▪️ 유럽은 좌우 갈등으로 정치적 리더십이란 게 사라져 AI 혁신을 쫓아오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은 중국, 가장 중요한 우방은 인도

▪️ AI는 강한 자와 약한 자,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려놓을 것이다

▪️ AI가 우리 세상을 크게 바꿀 건 분명하지만… 그러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려면 각종 인프라와 주변산업, 법과 제도,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인식과 일상 속 습관도 따라서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정적으론 그의 발언 중 공감이 가는 것들도 있다. 힘들게 일군 구글 제국이 AI 경쟁에서 뒤처지는 듯한 모습을 보며 심정이 편하지 않았을 것.

애초에 구글 같은 회사가 꾸준히 혁신을 향한 갈증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가진 것, 지켜야 하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혁신적 개척자인 동시에 능숙한 관리자가 된다는 건 이율배반적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창의성이 좌우하는 지식산업의 시대엔 무작정 사람들을 쥐어짠다고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창의성과 적극성을 죽이는 결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모든 산업은 어느 정도 성숙도에 들어가면 성장 동력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때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혁신에 다시 불을 붙일 방법을 찾거나 아니면 쥐어짜거나. 아쉽게도 쉽고 빠른 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법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결국엔 황금알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결말로 끝나곤 한다. 관료주의 타파가 아니라 사람과 품질을 희생해 비용을 절감하는 건 언제나 악수다.

워라벨 이야기보다 더 불편했던 건 전제에 깔려 있는 ‘승자독식’의 원칙이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의 철학으로 세워진 구글의 전 리더가 ‘필요하면 훔쳐라’, ‘양극화는 필연’이라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이 보기에 편치 않았다.

비공개된 자리에선 누구나 저 정도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에릭과 같은 글로벌 리더가 저런 말을 하는 건 역시 불편하다.

Note: 지난 8월 5일, 미 연방법원은 구글이 자기가 가진 지배력을 남용해 자유 경쟁시장의 원칙을 어기고 시장을 교란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는 구글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명시적인 지시가 담겨있진 않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엔 그룹을 강제로 분할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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