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찍힌 건 2005년, 트럼프의 세 번째 결혼식이다. 당시 트럼프는 클린턴 부부와 우호적인 관계였다. 트럼프는 클린턴 기부 재단의 중요한 기부자였고, 2001년부터 2009년까진 공식 민주당원이기도 했다. 당시 남긴 발언들도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성향에 가까운 게 많다.
2005년이면 미국인들이 공화당(당시 대통령은 부시 2세였다)에 실증을 느끼기 시작한 때다. 더군다나 뉴욕은 대체로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곳이다. 비즈니스맨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트럼프 입장에선 민주당과 잘 지내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20년이 흐르는 동안 사람이 바뀐 걸까? 빌 클린턴과 트럼프는 1946년생으로 동갑, 힐러리는 1947년생이다. 사람은 60살이 넘으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 주변인들의 회고에 따르면 트럼프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똑같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 ‘같이 있으면 유쾌한 친구’도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 인간’도 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우리 인간의 편협함이다.
이는 지위가 높아지고 좋은 교육을 받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비뚤어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걸 인정해야만 비로소 편협함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들 때마다 되새겨야 할 것이다.
…결혼식장이라 서로 어쩔 수 없이 예의를 갖춘 건 아니냐고? 둘이 사석에서 어울린 사진은 이 밖에도 많이 남아있다. 이 정도면 ‘보여주기 위한 관계’를 넘어 진짜로 친한 사이였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