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리진이 지난달 공개된 공장 투어에 이어 발사대 투어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둘 다 촬영일은 5월 30일로 같다. 아무래도 관심 고조를 위해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식으로 편집한 듯하다.
발사체가 등장하는 장면은 얼마 안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은 볼 가치가 있다. 제프 베조스가 어떤 사람인지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 세상에 자기 회사의 제품과 기술을 이렇게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임원은 그리 많지 않다. 그의 머릿속에 블루오리진이 아마존보다 더 큰 비중을 차 있다는 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Cape Canaveral 발사장을 내려다보는 광경이 담긴 건 덤이다.
난 순도 100%의 문과다. 그런 내게도 두 회사,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가 로켓을 만드는데 임하는 철학의 차이는 또렷하게 느껴졌다. 스페이스X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들은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빠르게 도전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걸 즐긴다. 그 과정에서 로켓 몇 개를 날려먹어도 개의치 않는다. 반면 블루 오리진은 실전에 앞서 철저한 사전 계획을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한다.
역사상 큰일을 해낸 사람들은 크게 도박사와 계획가, 두 부류로 나뉜다. 전자는 큰 성공은 반드시 혼란과 변화를 수반한다고 믿으며 계획보단 실전, 정공법보단 임기응변에 강하다. 알렉산더 대왕과 롬멜이 전형적인 사례. 후자는 철저한 사전준비로 확률을 극대화하는 걸 선호한다.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운다는 원칙에 철저했던 우리의 이순신 장군, 체코의 얀 지스카가 대표적이다.
머스크와 베조스는 서로 매우 다른 사람이다. 한쪽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불안해질 만큼 도박사 기질이 강한 반면 다른 한쪽은 촘촘한 계획을 짜는데 능하다. 두 사람이 각각 블루 오리진과 스페이스X에서 지닌 존재감은 어마어마하다. 사실상 두 사람의 인격이 고스란히 반영된 ‘아바타’ 같은 존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우리가 사는 세상엔 누구에게나 통하는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의 개성이란 게 있고 여기에 어울리는 스타일이란 게 있다. 그동안 스페이스X에 밀려 2인자 취급을 당해왔지만, 결국엔 마지막에 누가 웃는지가 중요하다. 우주를 향한 레이스는 이제 1막이 끝났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