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0세 시대를 대하는 자세

by 셔니
1535303426830.jpeg

(최근엔 기후 이상으로 조금 달라진 느낌도 들지만) 한 해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로 이뤄지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반면 우리의 삶은 20여 년 전과 비교해 그 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누군가에겐 ‘버텨내야 하는 시간’이겠지) 성장 침체와 출산율 하락으로 정부와 미래 세대에게 나의 노년을 맡기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가속이 붙을수록 과거에 내가 쌓은 지식과 자산의 유효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더 이상 우리가 익숙한 삶, 교육 – 생업 - 노년의 세 계절로 이뤄진 삶은 유효하지 않다.


새로운 삶의 패턴에 우리는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것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가을이 오면 열매를 맺을 것이란 믿음으로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가짐을 이젠 버려야 한다.


과거엔 60대쯤 되면 모든 것을 다 이룬 만족감에 젖어 인생을 회고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단순히 재정적인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급변하는 세상, 자칫하면 ‘지나간 세대가 되었다는 애수’에 젖어 그동안 산 것만큼이나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성경 말씀처럼 우리는 빵으로만 사는 게 아니다. 성취감과 자존감 없이 보내는 삶은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첫째, 종적 성장이 아니라 횡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특화된 한 가지 재능으로 버티기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MBA, 공인중개사, CCNA, 코딩, 유튜버 크리에이터. 대부분 고점 대비 가치절하 됐고 심지어 무용론마저 나온다. 더 이상 뭐 하나를 끝내주게 잘하는 것으론 살아남기 어렵다. 그보단 독특한 조합, 오직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쓸모없어 보이는 것에도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다. 관기대략, 책 하나에 파묻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책의 요지만 훑는다.


둘째, 은퇴를 위해서가 아니라 더 오래 일하기 위한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기본적인 선택의 자유를 위한 최소한의 재산은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세상이 변해도 내 역할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자산이다. 건강, 평판, 믿을 수 있는 친구들, 가치가 없는 경험은 없다고 믿고 항상 새로운 걸 쫓는 태도, 그리고 단호하게 과거를 끊어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며, 그중 대부분은 내 제어 밖에 있다. 나의 여정에 영원히 함께 하는 건 오직 나뿐이다.

셋째, ‘내 인생에 졸업식이란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흔히 100세 시대라고 한다. 기대 수명이 120세까지 올라갈 것이란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학사 일정이 송두리째 바뀌었는데 20세기의 커리큘럼을 기준으로 인생이란 학교를 다니면 낙제할 수밖에 없다.


농부와 달리 사냥꾼은 정해진 룰도 없고, 쉴 때와 일할 때의 구분도 없으며, 과거와의 단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젠 사냥꾼의 시대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현실을 인정해야 문제가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