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AI의 시대다. 모두가, 그중에서도 소위 ‘비즈니스 리더’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그렇게 외친다. 호텔 예약부터 무기 체계에 이르기까지 업계를 불문하고, 다들 AI가 새로운 OS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AI의 확산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한 미국 자료에 따르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 기업은 약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변화는 확산되는 과정에서 마찰을 불러오기 마련이며, 신기술의 도입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AI에 열정적인 대통령과 대표이사라도 AI로 대체된 사람들을 해고하거나 막대한 초기 투자를 결정해야 하게 되면 주저하게 된다. 누구도 자기 손에 피를 묻히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관료제도 한몫한다. 아무리 위에서 변화를 강조해도 일의 성패가 결정되는 건 현장이다. 눈에 띄지 않게 일을 지연시키거나 비틀어 버리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 그 자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사내 변호사들과 보안 담당자들은 컴플라이언스와 보안 문제로 AI의 도입을 방해하기 마련인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AI의 등장으로 권한이 줄어들거나 희소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직원들 역시 AI에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혜택보다 손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극단적인 소수가 무덤덤한 다수를 압도하기 마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AI가 넘어야 할 장벽은 의외로 높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2025년이 AI 에이전트의 해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현실의 온도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주식시장과 우리의 담론을 AI가 지배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정부, 학교, 군대, 헬스케어, 그리고 사무실에서 주류가 되려면 아직 멀어 보인다.
미국 기준으로, 오픈AI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9%가 AI를 사용하게 되는 데 2년이 걸렸다고 한다. 같은 기간 동안 인터넷이 기록한 20%를 훌쩍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는 AI의 확산을 늦추는 병목이 기술적 요소가 아님을 증명한다.
다들 AI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대부분의 논의는 데이터와 인프라에 맞춰져 있다. 반면, AI 도입을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유스 케이스, AI 도입을 위한 부서 간 협업 체계,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을 벗어난 실용적인 컴플라이언스 체계, 그리고 단기적으로 AI의 ‘위협’ 앞에 놓여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고민하는 진지한 논의는 학계의 일각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역사 속 다른 혁신들과 마찬가지로, AI가 우리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효율성을 검증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AI의 윤리적, 법적, 사회적 측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AI의 발전은 무대 뒤에서 그것을 반대하는(심지어 증오하는) 사람들에 의해 조용히 저지당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