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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니 Jan 29. 2023

유랑지구를 봤다: 문화의 힘, 그리고 우주 걱정

' 영화를 봤다 '


주말에 중국 영화 유랑지구(on Netflix)를 봤다. 중국에서 역대 흥행 순위 5위를 기록한 흥행작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중국 영화는 아마도 쿵푸허슬 아니면 색계. 주성치가 연기를 그만두고 탕웨이가 정서적 한국인이 된 이후 중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끊고 살았지만 '유랑지구'는 우주개발을 다뤘고 소위 ‘국뽕’도 심하지 않다고 해서 보게 됐다




감상은 평작과 수작 사이. 인터스텔라와 아마게돈 (살짝살짝 승리호랑 겹치는 모습도 보인다)의 잔상이 진하게 느껴지지만 특정 영화를 베꼈다기보단 SF 영화의 클리셰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 CG는 훌륭하고 ‘중국 만세’를 외치고 싶은 유혹도 잘 견뎌낸 편이다. 극 중 양념처럼 깔려 있는 우주에 대한 상식들도 재미를 준다 (아 물론 블록버스터 치고 그렇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DNA는 조디 포스터의 ‘컨택트’ 보단 드웨인 존슨의 ‘샌 안드레아스’에 훨씬 더 가깝다, Netflix 알고리즘도 이러한 나의 생각에 동의하는 듯)


그렇다고 그 퀄리티가 압도적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리도 관대한 (간섭하지 않고 지갑을 풀 때만 화끈해지는) 제작 환경만 주어진다면 이보다 나은 영화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웹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우리만큼 스토리텔링에 강한 나라는 많지 않다


' 정작 부러웠던 것은 중국이 우주에 대해 품고 있는 열정 '


그동안 SF의 불모지라고 불렸던 우리나라에 최근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당장 ‘승리호’, ‘고요의 바다’, ‘정이’ (이건 1화만 보고 드롭했다) 정도가 떠오른다. 달 탐사를 주제로 다룬 ‘더 문’도 올해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거론한 작품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시도는 좋았다’, ‘이제 특수효과는 밀리지 않는다’는 정도에 그쳤다, 왜?


영화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가 우주에 감정이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 않을까. SF의 천국인 미국은 60년대부터 우주개발을 지켜보며 살았다. 우주 파일럿의 꿈을 꾸었던 세대, UFO 음모론에 열광했던 세대가 메인스트림 문화의 주인공인 나라가 미국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우리에게 우주는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한국인이 나오는 SF 작품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대본과 특수효과가 좋아도 스크린 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것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야기의 흑막은 미국이며 (아니면 불특정 서양국가), 부족한 연기력으로 극의 흐름을 깨는 외국배우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가 아닐까 (최근에는 예산이 늘어난 덕분인지 연기 수준이 많이 올라가긴 했다)





반면 중국의 우주 붐은 한시적인 것이 아니다. 현지에서 유랑지구 2가 개봉했는데 인기몰이하는 기세가 전작 이상이라고 한다. 중국의 한 드라마에선 우주개발 과학자 (우리로 치면 항우연 연구원)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못하는 것이 없는 전형적인 초엘리트로 그려지며 탑 아이돌과 사랑하는 사이로 나온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주로 ‘실장님’이 맡는 역할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고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나의 항마력으로는 불가능해서 결말부만 확인했다, 여성층에겐 나름 인기가 있었다고)


사실 그럴 법도 하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우주개발에서 놀라울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이미 중국인들에게 우주는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나, 내 나라의 일이 된 것이다


2018년: 베이더우 (중국판 GPS) 가동

2019년: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 성공

2020년: 달 샘플 리턴 성공

2021년: 세계에서 3번째로 화성 탐사에 성공

2022년: 세계에서 2번째로 우주정거장 완공


덕분일까, 중국의 우주항공 엔지니어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라고 한다. 우주를 꿈꾸는 학생 수가 000만 명이라는 조사도 있었다. 유망한 젊은 인재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우주에 배팅하고 있다는 것. 더 멀고 깊은 우주를 노리는 '중국호'... 방향을 잘 잡았는지는 둘째치고 일단 연료가 만빵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부러워만 할 순 없지 '


우리도 작년에 누리호와 다누리를 계기로 우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었다. 우주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면 천만 관객 우주영화도 가능할까? ‘인터스텔라’가 천만을 찍은 것을 보면 우리가 SF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닐 터


소싯적 손에 땀을 쥐고 봤던 허준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그때 한의사 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앞으로 우리나라도 우주산업과 SF 장르가 서로의 발전을 촉진하며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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