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의 적으로 인해 완성된다
뉴욕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조란 맘다니, 이렇다 할 정치적 경력도 없는 신인이 뉴욕 시장이 되었다. 91년생의 젊은 나이, 우간다에서 태어나 7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무슬림 이민자, 한때 래퍼였으며 자본주의의 심장에서 공공연히 무상복지를 주장하는 그는 우리가 상상하는 뉴욕 시장의 이미지와 거리가 먼 인물이다. 미국 정치인들이 금기로 여기는 이스라엘 비판 발언으로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올해 초 그의 지지율은 고작 2% -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군소후보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랬던 그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꺾고 뉴욕 시장이 되었다. 아마 본인도 지금 이순간이 실감이 나질 않을 것이다.
이러한 반전의 배경에는 트럼프가 있었다. 트럼프가 상징하는 변화가 없었다면 세상이 조란 맘다니를 주목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여러모로 트럼프가 대표하는 가치에 대한 반작용 같은 존재다. 맘다니는 트럼프라는 거인이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태어났다.
우리 눈에 보이는 맘다니의 모습이 진짜인지 연출된 모습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마 뉴욕의 유권자들도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누가 당선되야 트럼프를 짜증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맘다니에게 표를 주었을 것이다.
그가 훌륭한 시장이 될 수 있을까? 글쎄,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개인적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선거 때는 경력 부족을 참신함으로 포장할 수 있었지만 뉴욕이라는 도시는 정치신인이 운영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곳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실험적인(어쩌면 비현실적인) 공약들이 과연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까? 트럼프가 얄미워서 표를 준 중도, 보수 유권자들이 얼마나 참아줄지도 미지수다.
이번에도 변수는 트럼프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미국 최대 도시의 시장에 공산주의자를 앉혔다’며 날을 세우고 있는데, 이는 좋은 수가 아니다. 사람들이 맘다니를 ‘뉴욕의 일꾼’이 아닌 ‘안티 트럼프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한 트럼프는 그를 이길 수 없다. ‘테제’는 결함이 있기 마련이지만 ‘안티 테제’는 테제의 모순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테제’가 있는 한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아이러니다. 종종 우리의 힘은 친구가 아니라 적으로부터 나온다. 이런 의미에서 적이 있는 게 꼭 나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배트맨이 없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조커도 없다.
혹시나 해서 말하면 지금 트럼프와 맘다니 둘 중 한쪽을 편들려고 하는 게 아니다. 선악의 문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음양의 이치로 굴러가는 세상의 신비로움을 말하는 것이다. 애초에 21세기에 가장 성공한 안티 테제가 바로 트럼프다.
갈수록 세상이 20세기 초반을 닮아간다. 서양의 진보적 역사관보다 중국의 순환적 역사관이 설득력있게 느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