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도박>
한때 테슬라는 친환경의 전도사이자 전기차 혁명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중국의 BYD가 판매량 기준 세계 1위로 올라서는 동안 테슬라의 존재감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시장에서 약화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테슬라의 판매량이 9% 감소하는 동안 BYD는 28%나 성장했다.
문제의 핵심은 결국 제품이다. 테슬라는 아직도 초기 모델인 모델 3와 모델 Y에 의존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매년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하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본업인 ‘자동차’ 부문에서 뚜렷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머스크의 야심작으로 주목받았던 사이버트럭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에 그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차 캐즘까지 겹쳤다. 트럼프의 복귀 이후 전기차를 둘러싼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그 여파로 현재 테슬라의 오스틴 공장은 가동률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브랜드의 퇴색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과거 테슬라는 친환경 가치와 기술 낙관주의, 머스크의 카리스마가 결합된 강력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무기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최근 머스크의 행보와 친환경에 대한 반감으로 테슬라의 브랜드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당장 테슬라의 진보적 가치에 열광했던 유럽과 캘리포니아에서 판매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머스크가 내놓은 해결책은 ‘피벗(다른 말로하면 Exit)’이었다. 테슬라는 회사 정체성을 전기차에서 자율주행과 로봇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일부 공장을 로봇 생산을 염두에 두고 재설계하는 중이다. 겉으로만 보면 그럴듯하다. 놀리고 있는 공장을 활용해, 정체에 빠진 전기차를 대신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머스크의 약속은, 특히 일정에 관한 약속은 지켜진 전례가 거의 없다. 경쟁사들이 특정 작업에 특화된 로봇 개발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공장 운영부터 가사 노동까지 인간의 거의 모든 활동을 대체할 수 있는 범용 로봇을 목표로 한다.
이 비전을 현실로 구현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머스크가 공언한 일정표보다는 훨씬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 물론, 기술 구현을 넘어 이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정착시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테슬라의 ‘변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 이는 곧 회사의 오늘, 즉 자동차 개발과 ESS(Energy Storage System) 사업에서 자원을 빼 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논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 가치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 현실이 아니라 꿈으로 지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꿈이 ‘이상’인지 ‘상상’인지, 그도 아니면 ‘망상’인지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갈린다).
만약 테슬라가 저가형으로 기획했던 모델 2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모델 2는 기존 테슬라 차량들이 포착하지 못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실용적인 해법이었다. 실제로 모델 2가 목표로 했던 가격과 성능을 구현한 르노 5는 유럽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왜 모델 2를 포기했을까? 여러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저가 전기차에 집중하라는 임원진의 조언을 외면하고 자율주행 로보택시에 모든 것을 걸었다. 자율주행은 머스크의 서사를 이루는 핵심이다. 이를 포기하는 순간 테슬라는 ‘테크 기업’이 아니라 평범한 자동차 제조사로 전락할 수 있다.
결론: 테슬라는 두 개의 세계관 사이에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하나는 전기차 시장에서 살길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고, 다른 하나는 머스크가 그려온 상상 속 미래다. 머스크는 양자택일을 강요당했고, 그의 선택은 후자였다. 이 선택이 테슬라를 다시 한번 시대를 앞서는 선구자로 만들지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자충수가 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