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물량공세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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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민간 어선을 동원해서 보여준 ‘기동’은 오직 중국만이 가능한 총력전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 사건이다 (기동 항로는 '사진' 참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역시 압도적인 스케일이다. 중국은 작년 12월과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2,000척에 달하는 어선들을 훈련에 동원했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해상 항로에서 마치 한 몸처럼 질서 정연하게 장벽을 이뤘다. 정규군이라도 고도의 지휘/통제 체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전시 상황도 아닌데 이만한 규모의 민간 선박을 작전에 동원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할 것이다.

민간 어선은 적의 지휘계통을 교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섭다. 이만한 규모의 민간 어선은 적의 감시 체계에 과부하를 주는 동시에 교전 규칙을 심각한 혼란에 빠지게 할 수 있다. 특히 대만해협처럼 피아식별이 어렵고 잘못된 표적을 공격했을 때 정치적 부담이 큰 곳에서는 더욱 치명적이다. 만일 이들이 생업의 탈을 쓰고 대만을 에워싸면 어떻게 될까?

중국의 민간 선박들이 비상시 전력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 움직임에서 보여준 모습은 단순한 보조 전력의 수준을 넘어선다. 수천 척의 배를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조율하는 건 고도의 통신과 항법 인프라가 정교한 조직 체계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미션은 결코 즉흥적인 동원이 아니었다. 중국은 공개된 해군이 자기들이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정도 훈련도라면 단순한 수송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가능할 터.

아무리 현대전이 돈과 기술로 승부가 갈리고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시대라고 해도, 전쟁의 승부를 결정짓는 건 여전히 사람이다. 예비군 처우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볼 때 중국의 동원력은 두려운 수준이다.

우리는 그동안 자유세계와 전체주의가 대결하면 자유가 승리한다고 배워왔다. 자신의 재산과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자유인의 의지가 왕의 명령에 따라 싸우는 꼭두각시들보다 강하다는 게 근거다. 역사는 한줌도 안되는 자유인들이 거대한 독재국가를 상대로 한방 먹인 예시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건 자유인들이 단결하고 스스로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나 성립되는 이야기다. 결국 승패를 결정하는 건 힘이며 그것의 연료가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 자유를 원하지만 스스로 싸우고 싶진 않고, 나의 자유를 위해 남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기주의로 가득한 사회는 전체주의의 군화에 짓밟혀 사라질 뿐이다. 역사에는 제국에게 짓밟힌 자유국가가 훨씬 더 많다. 단지 기록을 남길 사람조차 남기지 못하고 멸망해 버렸기 때문에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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