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대결: 마음이 급하면 악수를 두게 된다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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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급하면 악수를 두게 된다>


나름 일관성이 있었던 1기때와 달리 트럼프 2.0는 혼란스럽다. 특히 대외정책은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지지 예측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하지만 가장 혼란스러운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미국 스스로일 것이다.


지난 30여년, 중국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이 마치 독감처럼 주기적으로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천안문 사태가 터지자 개방의 부담으로 중국이 무너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는 금융위기가 전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행했고,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1년과 전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진 2008년, 코로나가 휩쓸고 간 2020년에도 비슷한 전망이 외피만 바뀐 체로 반복되었다. 언제나 그 논리는 비슷했다. 부동산 시장 버블과 인구 고령화, 과도한 수출의존과 기술혁신의 정체가 맞물려 언젠가 터지고야 말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관세로 중국을 무너뜨리는 게 가능할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수출 둔화로 지방정부의 재정이 악화되면 그동안 가려온 중국의 곪은 상처들이 터질 거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만만치 않았다. 트럼프 1기 때 불시의 공격을 당한 중국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미국과 완전히 결별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중국은 역대 최대인 1조 2천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미국 없이 중국이 살 수 없었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흑자의 약 80%가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와 같은 첨단 제품이라는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중국이 선진국들의 하청 공장이었던 시절은 끝났다. 핵심기술을 통제하는 것으로 중국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은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이제 중국의 기술력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버금 내지 대등하다. 2025년 세계 대학 순위(조사: CWTS Ranking, 네덜란드)에서 상위 25위에 중국대학들이 19개나 포함된 것 역시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금융과 무형자산의 힘을 과신했다. 특허, 소프트웨어, 채권과 금리, 국제 표준, SWIFT로 원할 때 언제든지 중국의 숨통을 틀어막을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세계 최대 마스크 제조회사인 3M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코로나가 터지자 자국민을 위한 마스크도 만들지 못했을 때, 미국의 제조업을 상징하는 GE, 인텔, 보잉이 차례로 몰락했을 때, 세계 최강의 무기를 개발했지만 제조 능력의 부족으로 군사력의 초격차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깨달었을 때, 이미 트럼프 1기 때 희토류 무기화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2기때 또다시 무기력하게 당했을 때, 미국은 자신들이 중국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는 것 못지않게 쌘 그립으로 중국이 자신들의 멱살을 쥐고 있다는 걸 깨달었다.


우크라이나 채굴권, 파나마 운하, 그린란드까지 – 맥락을 알고 보면 요즘 미국이 유형자산에 왜 극심하게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공격하는 쪽은 성벽을 쌓지 않는다. 바둑으로 따지면 미국은 그동안 즐겨 쓰던 중원을 휩쓰는 방식이 먹히지 않자 적과 귀를 다투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될 수도 있겠지만 – 그래도 후퇴는 후퇴다.


물론 중국이라고 고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반드시 나쁜 게 아닌 것처럼 중국의 무역흑자도 무조건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중국은 지지부진한 국내 소비를 메꾸기 위해 저가의 물건을 전 세계에 쏟아 붇고 있다.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자국 시장이 초토화되는 게 불만인 건 미국만이 아니다. 특히 중국에게 중진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박탈당한 저개발 경공업 국가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중국이 모든 작업을 직접 하기 시작하면서 ‘왕서방’에게 잘 보여야 할 이유도 줄고 있다. 만일 보호무역이 미국을 넘어 더이상 참지 못하게 된 전세계로 확산된다면 어떻게 될까? 20세기 초에 유사한 케이스가 있었다. 바로 대공황 직전 ‘찬란한 20년대’를 보냈다가 공급 과잉으로 대공황을 맞은 미국이다.


둘의 경쟁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양쪽 모두 강력한 무기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지나치게 소비에 의존하는 미국과 과도하게 수출에 중독되어 있는 중국 둘 모두에게 구조적인 약점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둘 중 더 당황해 있는 쪽은 미국인 것처럼 보인다. 마음이 급하면 묘수가 아니라 악수를 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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