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란에 개입할까?
이란의 시위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팔라비 왕조 복귀를 요구하는 구호까지 등장하자 아랍 국가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구 왕조를 상징하는 인물인 레자 팔라비는 이스라엘과 연결돼 있어 민감한 존재다.
팔라비 왕조가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다른 시나리오가 낙관적인 것도 아니다. 이란은 쿠르드인, 아랍인, 아제르바이잔계 투르크인 등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정부가 뚜렷한 대안 없이 붕괴한다면 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르무즈 해협에 반군이 출몰하고, 수백만 명의 쿠르드 난민이 국경으로 몰려드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이스라엘은 이란의 숙적이지만 정작 상황이 심상치 않자 말이 계속 바뀌고 있다. 양국의 갈등은 구조적 문제이기에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친미 성향의 세속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이스라엘에 우호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애초에 이스라엘이 바라는 것은 평화롭고 민주적인 이란이 아니라 약하고 고립된 이란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 그리고 이란의 오랜 경쟁국인 터키와 이라크도 하나같이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아랍에미리트는 자국 공역을 통한 군사 작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왜 이들은 ‘절호의 기회’가 왔음에도 망설이는 걸까?
첫째, 이란은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오랜 역사와 상당한 군사력, 풍부한 에너지 자원, 9천만 명이 넘는 인구, 국제 제재를 견뎌낸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섣부른 외세 개입은 반정부 세력을 ‘애국’의 깃발 아래 결집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이 협박한다고 해서 무너질 나라였다면 진작에 무너졌다.
둘째, 이란을 둘러싼 방정식이 지나치게 복잡하다.
미국은 이스라엘 안보, 사우디와의 협력, 중국·러시아 견제, 유가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이란은 열어보면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 쉽게 개입을 결정하기 어렵고, 설령 개입하더라도 그 의지가 장기간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
셋째, 미국이 처한 현실도 녹록지 않다.
지금은 ‘테러와의 전쟁’ 때처럼 미국이 한 지역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미국은 이란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곳이 많다. 당장 베네수엘라 문제도 제대로 수습이 안된 상태다.
넷째, 주변국들도 내심 이란 현 정부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이란이 내부 문제에 묶여 외부로 영향력을 확대하지 못하는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다. 제재에서 벗어난 이란이 급속히 강해지면 중동의 역학 관계는 뿌리 채 흔들리게 된다. 반대로 이란이 무정부 상태에 빠져도 그 파장은 주변국으로 번지게 되어 있다. 둘 다 재앙이다.
이란 문제에 외세가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없다. 중동은 변화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자유세계는 허장성세, 말로만 큰소리 칠 뿐이다. 다른 나라들도 그저 친미와 반미를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써먹을 뿐이다. 반미 동맹인 러시아도 겉으로만 질타할 뿐 속으론 지금 이 상황을 반기고 있을 것이다. 둘은 겉으로는 협력 관계지만 에너지 시장과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하다.
결국 안타까운 건 이란 국민들이다. 누구도 그들의 운명을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이란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이란 국민들의 각성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