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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체 스타트업이 뭔가요?

by 셔니

최근 주변에서 스타트업이란 용어가 남용되는 경우를 자주 보곤 한다.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은 ‘지속가능한 미래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를 그리는 기업이다. 자세히 따져보면 페이스북처럼 독자 비즈니스로의 성장을 추구하는 케이스와 유튜브처럼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든 뒤 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목표를 하는 케이스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미래에 올인한다’는 것은 동일, 그렇지 않으면 ‘Startup’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이러한 ‘야성’ 없고 그냥 작기만 하면 그건 스타트업이 아니라 영세 사업이다.


‘스케일’이나 ‘회사의 연령’은 스타트업의 정의와 아무 관계가 없다. 당신의 사업이 ‘뭔가 새로운 것’이 되기 위한 여정 중이라면 그게 곧 스타트업이다. 그 유명한 스페이스X도 스타트업이다. 매년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뉴스페이스 시장의 지배자이지만, 궁극적으로 다행성 서비스가 목표이며 이를 위한 자본을 대부분 외부투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세 사업은 ‘오늘을 잘 수습하는 게’ 목표다. 예측과 통제가 가능한 사업으로 고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하는 게 최고다. 물론 그게 나쁘단 건 결코 아니다. 우리 모두가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될 순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 회사 앞의 설렁탕집 ‘이남장’은 ‘오늘 우릴 찾아준 손님에게 변함없는 맛을 보장한다’는 자세로 50년을 넘게 버텨왔다.


결국에 중요한 것은 소크라테스의 옛말처럼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사업의 중점을 안정적인 오늘에 둘 것인지, 아니면 미래를 향한 도전/도박에 둘 것인지에 따라 사업을 운영하는 기준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 카메라 앞에 섰을 때와 실제로 지갑을 열어야 할 때의 마음가짐이 다르면 둘 다 놓치기 십상이다.


또 하나 강조하면 꿈만 꾸고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면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 동네 빵집 사장님들이 다들 성심당이 되길 꿈꾸겠지만 그렇다고 그 빵집들을 스타트업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만일 입으로 미래를 떠드느라 오늘을 망각한다면 이런 곳은 스타트업은 고사하고 기업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이런 게 이미지의 힘인 걸까? 실리콘벨리의 신화 덕분인지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기존의 법칙에 연연치 않는 스마트한 혁명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자기가 스타트업이라고 주장하는 곳이 여기저기 너무 많다.


말만 하는 거면 볼썽은 사납겠지만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으니 각자의 자유다. 문제는 스타트업이란 타이틀의 오용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폐해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스타트업은 비상식적인 근로환경을 감당하는 게 당연하고, 사회적 원칙을 어느 정도는 무시해도 좋다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다.


신속한 Scale Up을 위해 ‘불가피하게 투자’를 받는 건데, 공짜 돈을 가져다 쓰는 것으로 착각하고 스스로에게 채무에 대한 심리적 면죄부를 주는 곳도 많다. ‘Fake it until make it’, 투자를 받기 위해 적당히 허풍을 치는 걸 일종의 ‘전략’으로 인정하는 건 가히 최악이다. 세상에 ‘적당한’ 이란 단어만큼 그 기준이 모호한 것은 없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는 건 순식간이다.


원래는 좋은 뜻으로 쓰였던 단어들이 남용, 오용된 결과 나쁜 의미로 변질된 사례가 적지 않다. 모”범생”, ESG, PC (Political Correctness) 같은 게 대표적이다. 이러다 언젠가 스타트업도 부정적인 이미지로 변질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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