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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 스페이스X 신화 복제를 꿈꾸다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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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스페이스X 신화를 복제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오늘 ESA는 미국의 Commercial Cargo Transportation Initiative (줄여서 CCTI)를 책임질 민간 파트너를 발표했다. CCTI는 미국의 COTS를 참고한 민간 주도 우주수송 프로젝트다.


사업자로 선정된 두 회사, Thales Alenia Space와 The Exploration Company는 유럽의 우주수송을 책임지게 됐다. 목표로 하는 서비스 개시 시점은 2028년까지 스페이스X의 Dragon과 같은 우주수송선을 개발해야 한다.


문제는 규모다. NASA의 COTS 사업은 개발비 4억 달러로 시작했고 추가로 34억 달러 규모의 서비스 물량이 보장되었다. 반면 ESA가 개발 착수를 위해 제공할 지원금은 총 75백만 유로에 불과하다. 이래선 Scale 차이가 너무 크다. COTS 사업이 시작한 건 2006년이니 실제 차이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다.


75백만 유로는 개발 1단계에 해당하는 2024~2026년을 위한 ‘착수금’에 가깝고, 2025년 ESA 정기회의에서 2단계 2026~2028년을 위한 추가 펀딩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럽에 CCTI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책 추진력이 충분한지는 의심스럽다.

ESA가 과연 NASA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앵커 고객이 될 수 있을까? NASA가 34억 달러 (플러스알파) 규모의 사업기회를 보장했기에 스페이스X는 조 단위의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 있었다. 반면 CCTI 사업은 과연 얼마나 큰 규모가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국제우주정거장이 그나마 예측가능한 수요지만 2028년이면 은퇴가 임박했을 때다. 힘들여 기술을 개발했는데 쓸 곳이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엔 미국과 유럽의 경제규모 차이도 있지만, 20개가 넘는 나라가 물주인 것이 더 크다. ESA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NASA처럼 화끈한 결단을 내릴 수 없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들과 인연이 없는 나라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그만큼 규모는 작아지고 진행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 ESA 국장인 Josef Aschbacher는 취임 이래 ‘민영화를 통한 혁신’을 강조하며 유럽의 우주개발에 미국식 모델을 이식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의 일부 발언들은 미국을 따라가는 걸 넘어 앞서갈 정도로 ‘매워서’ 화제가 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철학이 제대로 반영된 정책은 그리 많지 않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게 좀 더 사실에 가까운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그 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적 지평에 맞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이 시대의 올림푸스처럼 숭배하는 나라다. 미국에서 통했던 방법을 고스란히 옮겨오고 같은 결과를 기대하면 안 된다. 옛말에도 귤화위지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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