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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 Feb 01. 2016

가족

우리의 VIP 관객

당신이 너무 바빠서 아이들, 아내를 위해 시간을 낼 수 없다면
당신은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사랑은 원할 때 곁에 있어주는 것이며
그를 위해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틱낫한, <힘>



아버지의 그림자를 본 적 있나요


세상의 가장들은 따뜻한 집의 온기를 뒤로 한 채 험난한 세상의 가시밭길로 매일 출근한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님의 뒷모습을 품고 자란다. 그래서 그들은 주인공이 아니다. 어깨엔 책임져야 할 식구들을, 등에는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채 그저 당신들의 여정을 묵묵히 걷는다.


어떤 가정에서든 사진첩에서 가장 적게 등장하는 것은 아버지일것이다. 때론 카메라 렌즈 뒤에서, 운전대 앞에서, 쌀쌀한 늦은 밤 일터에서, 그렇게 프레임 밖에서 우리의 뒷모습을 지켜주는 가장 조용하고 묵직한 관객. 수고를 마다않고 스크린 앞에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박수를 보내는 충성스러운 관객.


그렇게 아이들은 눈동자에 익숙한 아버지의 뒷모습과 그림자를 담고 꿈을 키운다. 아빠는 영원한 내 팬이니까.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많이 울린 사람은 우리 엄마다. 그에 질세라, 이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많이 울린 사람도 나일 것이다. 엄마들은 ‘절대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가르치면서도, 막상 딸이 대놓고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철없는 딸들은 그런 엄마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매번 엄마에게 반항하면서 해방감을 느낀다.

 아침에는 엄마와 싸우고 눈물 뚝뚝 흘리며 집을 뛰쳐나가고, 밤이 되면 집에 돌아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엄마와 싸운 나날들. 그것이 나의 20대였다. 나는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동시에 늘 그 기대로부터 뛰쳐나가고 싶은 반항기 다분한 아이였다. 엄마의 기쁨의 원천도 나였고, 엄마의 모든 슬픔의 원천도 나였다.

엄마는 내가 입는 것, 먹는 것, 가는 곳, 만나는 사람 모두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셨다. 나는 그 관심을 모두 집착이라고 생각했고, 빨리 돈을 벌어서 독립을 해야 엄마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감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정여울, 엄마에게도 사랑이 필요하다


글을 읽고 마음이 시큰했다. 엄마와 딸. 이 대단히도 복잡하고 강력한 연대는 나에게 평생 참으로 어렵다. 대하기도, 이야기하기도 참 편하지 않다. 생각하고 따지기 좋아하는 내가 일찌감치 포기했을 정도로.


예를 들어, 나 같은 사람에게 오빠가 있다는 것, 그것도 우리 오빠같은 오빠가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오빠는 내가 꽤 쓸모있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잊을 만하면 상기시켜준다. 나는 결국, 세상 그 누구의 인정보다도 오빠의 말 한마디가 더할 수 없는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막내동생이므로 그런 오빠의 존재가 세상 소중하고 묵직하며 미덥다.


항상 맏이였고, 평생 장남이고, 집안의 기둥일 오빠는 아마 이 생에는 모를 심정이겠지만. 나를 내려놓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건 한 사람에게 정말 큰 의미가 된다.


그래서 고맙다. 존재만으로도. 그리고 오빠가 내 오빠여서. 내 오빠가 오빠라서.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그래도 늘 이 말을 하는 건, 정말 이게 내 마음의 전부라서 다른 말이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늘 같은 말로 결론지어지고 만다.


오빠가 오빠라서 참 좋다. 그래서 난 가난해도 부자다. 오빠가 하나라도 나는 오빠부자다.





밤 늦은 길을 걸어서 지친 하루를 되돌아 오면
언제나 나를 맞는 깊은 어둠과 고요히 잠든 가족들

때로는 짐이 되기도 했었죠 많은 기대와 실망 때문에
늘 곁에 있으니 늘 벗어나고도 싶

어떡해야 내가 부모님의 맘에 들 수가 있을지 모르고
사랑하는 나의 마음들을 그냥 말하고 싶지만 어색하기만 하죠

힘겨운 하루를 보낸 내 가족들의 낮은 숨소리
어린 날 보살펴 주던 내 누이의 고마운 추억이 있죠

가족이어도 알 수 없는 얘기

따로 돌아누운 외로움이 슬프기만 해요 아무 이유도 없는데

심술궂게 굴던 나를 위해 항상 참아주던 나의 형제들
사랑하는 나의 마음들을 말하고 싶지만 어색하기만 하죠

힘이 들어 쉬어가고 싶을 때면 나의 위로가 될
그때의 짐 이제의 힘이 된 고마운 사람들

사랑해요 우리 고마워요 모두 지금껏 날 지켜준 사랑
행복해야 해요 아픔 없는 곳에 영원히 함께여야 해요


-이승환, 가족


내 삶의 영원한 관객. 아이들은 소꿉장난에 정신이 없고, 이 세상에 한 번뿐일 그 순간을 부모들은 그림자처럼 카메라 뒤편에서 지켜본다. 아이들은 조그만 눈을 반짝이며 새로운 것 투성이인 세상을 바라보고,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해바라기처럼.


이렇듯 가족이 아름다운 건 내 일거수 일투족을 무조건적으로 바라봐주는 변함없는 관객이기 때문이다. 관객이 없어지면, ‘나’라는 배우는 행동의 동기를 잃어버린다. 외롭고, 무섭다. 가족이 있다는 건 내 행동을 변함없는 관심으로 바라봐줄, 소중한 관객이 있다는 것이다. 이 소중한 관객의 관심은 연중무휴, 24시간 풀가동이다. 때로는 이 관심이 너무 부담되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그 관심이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는 것이다. 그 관심이 집착이 되지 않도록, 당사자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가족에게도 ‘인터미션’을 주어야 한다. 나를 바라보지 않아도 되는 시간, 각자의 삶에 바쁠 수 있는 시간을.


슬픔의 근원이기도, 고민의 원천이기도, 위안이기도 축복이기도 한 우리.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의 곁을 늘 지킬거라는 것. 그게 무엇으로가 되었든, 거리가 얼마나 멀어지든, 서로를 향해 보내는 사랑과 지지는 변치않을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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