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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 May 22. 2016

새벽을 걷는 아이


세상이 잠든 새벽을 살금살금 걸어 아침을 만나는 아이.


모두가 잠든 밤, 그렇게 외로울 수가 없었다. 그 막막하고 세상 혼자인 기분은. 뻑뻑해져오는 눈이나 뻐근한 목덜미, 몽롱한 정신의 불편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억장이 무너지는 서럽고 울적한 기분이었다. 





모두가 지루한 현실을 벗어나 꿈 속으로 신나게 여행하러 가버리는데 나만 혼자 남겨졌잖아. 결국 또 매일 그렇게. 왜 다들 나를 떠나. 아 왜 또 나만 두고 가. 


그들의 부재를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이고 이제 몇 시간이 남았나 활기를 저당잡힌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시계바늘이 한 바퀴 두 바퀴 돌기를 기다리는 것, 그게 나의 밤의 많은 부분이었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새벽을 지나 아침과 만나는 반가움. 동이 트는 광경에 매일 새롭게 느끼는 감격과 환희. 그래서 그 기쁨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늘 감동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외로울 때는 도망치거나 숨지 말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드러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의 어디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고, 남과 다른 나이기에 결국 아웃라이어도 될 수 있다. 외로운 시간을 가진 사람만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알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 없는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아웃라이어가 된 사람 중에 외로움을 거부했던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본 사람만이 나다운 삶이 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나는 요즘도 가끔 해가 뜨기 전에 잠에서 깬다. 그리고 이젠 그 혼자만의 시간이 하루중 가장 소중해졌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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