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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언 Jan 08. 2023

보고 싶은 나의 강아지, 해피에게 2

1월 8일

사랑하는 나의 강아지 해피야.


여기는 며칠째 날씨가 좋지 않아. 미세 먼지는 최악을 달리고 있고, 날은 추운데 우리집 난방은 고장났어... 지난번에 니가 방이 너무 덥다고 해서 아빠가 난방 조절하는걸 건드렸잖아. 그게 어떻게 된건지 조절이 잘 안되나봐. 이제는 방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더라고. 진짜 분명 니가 있었으면 덥다고 한소리 했을텐데 하는 생각하고, 또 날씨가 이렇게 안좋은데 니가 고생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


니가 떠난 이후에 나는 니가 쉬야하던 자리만 봐도 니가 생각나서 문제야. 여기서 냄새 오래 맡았었는데... 이제 해피가 쉬야를 안하면 다른 강아지들은 해피가 없다는 걸 알까? 그렇게 하루에도 몇번씩 몇년을 계속 쉬야하던 네가 없는데, 내가 공지라도 써서 붙일 수도 없고 말이야.

너를 떠나보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엘레베이터에서 이동장에 탄 강아지를 만났어. 나는 처음보는 강아지인데 나를 계속 쳐다보는 거야. 물론 내가 니 생각하느라고 조금 울긴 했었지만 정말 너무 쳐다보더라고... 보호자분이 왜 그렇게 쳐다보냐고 할 정도로. 평소같으면 '제가 개 키워서 냄새가 나나봐요.' 했을텐데, 이젠 니가 없잖아.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집에 와서 엉엉 울었어. 니가 집에 있었으면 너한테 동네 강아지 만났다고 너 아는 사이냐고 물어보고 괜히 옷 냄새라도 맡게 해줬을텐데. 그러면 너는 관심 없다는 듯이 대충 몇번 냄새 맡아주고 한숨 쉬었겠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강아지도 해피 네 소식이 궁금해서 날 쳐다본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네...


진짜 이상하지. 강아지가 사람말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닌데 왜 맨날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나 많아지는지 모르겠어. 내 말을 정말 잘 들어주는 멋진 강아지라서 언니가 그렇게 신나게 다 이야기 했나봐. 택배 오거나 물건 새로 사면 꼭 보여주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옷 냄새나 가방 냄새 맡게 해주면서 우리 매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잖아. 강아지가 갈 수 있는 곳 다 같이 가서, 너는 관심도 없는 펜이나 스티커 사는 것도 기다려주고, 내가 옷 고르는 것도 기다려주고 진짜 좋은 강아지였는데 내가 그렇게 말 안듣는 애라고 놀려서 미안해.


언니가 전에 식물 사왔다고 구경하라고 했던거 기억나? 니가 또 착한 강아지라서 냄새 맡아줬잖아. 그게 벌써 엄청나게 자랐어. 정말 많이 자라서 키가 많이 커졌어. 너 아프다고 식물 제대로 신경 못써서 몇개는 정말 비실비실 아팠거든. 그래도 잘 자라줬어.


진짜 너랑 산책을 얼마나 많이 다녔던건지! 하루가 이렇게 긴줄은 몰랐어. 하루가 이렇게 느리게 가는지도 몰랐고, 이렇게 오랫동안 내가 펑펑 울 줄도 몰랐어. 진짜 별거 아닌거에 계속 갑자기 우는 게 문제야. 며칠전엔 전시회를 갔는데, 작가님이 네 그림을 그려주신거야. 그걸 보는데 갑자기 너무 보고싶고, 여기에 같이 왔었으면 너무 좋았을 것 같고, 또 그림 안에 니 모습이 무지개다리 건넌 후에 니가 잘 지내는 모습 같아서 또 울었어. 울보도 이런 울보가 없는데, 네가 나이 들고 어른 강아지 되면서 언니 우는 모습에도 그래 울던가 하던 모습을 봤어서 조금 안심이네.


내가 널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니가 날 키워준 것 같아.

어쩜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네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어. 아기야. 언니 산책가방도 이동장도 리쉬도 강아지 유모차도 하나도 안 버렸어. 못 버렸어. 산책하러 많이 놀러와.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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