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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보 Dec 15. 2022

장애와 예술, 월드컵효과, 인구

SFAC 문화예술정책동향 리뷰 2022년 11월호

11월 키워드 : 장애와 예술, 월드컵 효과, 인구


지난 11월 9일 예술의 전당에서는 특별한 연주회가 열렸습니다. 선천적 장애로 양팔이 없어 발로 호른을 연주하는 펠릭스 클리저의 독주회였습니다. 그는 “장애는 눈에 보이는 약점일 뿐이며...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모두 각자의 강점과 약점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연합뉴스, 2022.11.2.)라고 말했습니다. 11월 17일 국립극장에서 상연된 연극 ‘틴에이지딕’의 주연을 맡은 장애인 배우 하지성, 조우리씨도 "관객이 보시기엔 무대 위 배우들이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냥 다른 몸일 뿐“(매일경제, 2022.11.1.)이라고 말합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제자의 오케스트라 협연 데뷔 무대를 기획한 피아니스트 김지현 코리안컬쳐리더스 대표도 “장애와 비장애의 벽이 악기 앞에선 무색하다”(중앙선데이, 2022.11.5.)고 말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장애인 예술“을 편견이 아니더라도 예술적 요소 이외에 ”장애“라는 요소를 염두에 두지 않고 소위 ”비장애인 예술“과 완전히 같은 마음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장애인“이라는 사람을 고려해야 할지, ”장애“라는 창작의 맥락에 집중해야 할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있습니다. ”장애와 예술“을 합쳐서 그냥 하나의 장르처럼 ”장애 예술“로 부르고 싶지만, 엄연히 소외받고 있는 ”장애인의 창작과 문화참여“ 상황을 고려한 정책용어가 필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장애인·비장애인이 예술로 함께 어울리는 '예울림 페스티벌'이 11월 30일 대전에서 개최(뉴시스, 2022.11.28)된 것도 아직은 일천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정부는 지난 9월에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기본계획(2022~2026)’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13년 만에 우주비행사를 신규 모집한 유럽우주국(ESA)에서 세계 최초 장애인 우주비행사 후보를 선발(연합뉴스, 2022.11.24.) 했답니다. 3년간 예산 3조원 증액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수하고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들으니, 우리 정책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낍니다. ”시각장애인이 셀피를 찍을 수 없다면 그런 기술은 차별도구다“(한겨레신문, 2022.11.14.)며 구글이 10월에 출시한 스마트폰 픽셀7에 ‘가이드 프레임’ 기능을 넣었답니다. OTT 업계에서도 배리어프리 콘텐츠를 적극 강화하는 추세(매일경제, 2022.11.10.)라고 합니다. 장애인을 고려하는 기술이 기특한데, 그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세상을 글로 보여주는 ”화면해설 작가들“(한겨레신문, 2022.11.1.)이랍니다. 장애 예술이든 장애인 예술이든, 장애인을 위한 예술이든, 특별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려면 정책과 기술과 사람이 함께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포브스가 카타르 월드컵 대회 개최 투자비용만 무려 303조원(연합뉴스, 2022.11.26.)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2023년 우리나라 정부 예산안 639조원의 절반에 육박한답니다. 반면 총 120만명의 방문객이 예상되는 사상 첫 겨울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는 26조(파이낸셜뉴스, 2022.11.20.)로 예측된답니다. 오일머니 이슬람 국가의 이미지 개선 효과로 그 적자를 정당화해야겠지만, 그것조차 빨간색인 것 같습니다. 경기장 건설과정에 발생한 인명사고와 노동착취로 이번 월드컵이 시작 전부터 ‘피의 월드컵’으로 불렸고, 여성과 성소수자의 인권문제를 지적하며 각국 선수들이 무지개 완장 착용(한겨레21, 2022.11.23.)을 예고했습니다. FIFA의 으름장으로 좀 덜 정치적인 완장으로 대체되기는 했지만, 관중들이 무지개 옷을 입고 입장하려다가 30분간 억류(한겨레신문, 2022.11.23.)되기도 하고, 성소수자 상징으로 착각해서 고향 깃발을 뺏긴(조선일보, 2022.11.24.) 사연도 전해졌습니다. 포르투갈-우루과이전에서는 "이란 여성을 존중하라”는 문구가 적힌 슈퍼맨 옷을 입은 남성이 난입(뉴스1, 2022.11.29.)했지만, 오히려 큰 비난을 받지는 않았답니다. 음주 금지 등 글로벌 시민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카타르의 문화 때문에 오히려 인접한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가 월드컵 최대 특수를 누리는 도시(조선일보, 2022.11.23.)로 주목 받기도 합니다. 월드컵 특수라면 우리나라 축구팀의 승패에 상관없이 무조건 ‘승리’하는 치킨(한겨레신문, 2022.11.29.)의 매출상승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스포츠 행사에서 선수들의 모든 정치적 행동을 금지한다는 말자체가 더 정치적입니다. 국가 연주 때 그냥 침묵했던 선수들에게 이란 당국이 '고분고분 안하면 가족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위협(연합뉴스., 2022.11.29.)했다는 소식은 스포츠란에 있지만 정치뉴스입니다. 아무도 마스크를 안 쓴 월드컵 중계를 시청한 중국인들이 SNS에 "왜 우리만?"(연합뉴스, 2022.11.24.)이라며 분노의 “열 가지 질문(十問)”을 게시하였습니다. 시진핑 정부의 봉쇄조치에 반발하며 “백지”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중국인들이 어떤 혁명을 이룰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정치뉴스입니다. 세계인의 이목과 이해관계가 알게 모르게 촘촘히 연결된 월드컵 효과가 어떻게 국제정세까지 바꾸어 놓을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축구공처럼 알 수가 없습니다.

   

유엔은 2022년 11월 15일에 세계인구가 80억명을 돌파(연합뉴스, 2022.11.7.)한다고 밝혔습니다. 50억명을 돌파한 1987년에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7월 11일을 ‘세계 인구의 날’로 정했었습니다. 이 추세라면 2080년에는 세계인구가 약 104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제 지구는 80억 인구를 버틸 수 있을까(한겨레신문, 2022.11.14.) 걱정됩니다. 환경단체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계 15대 육가공·낙농업체가 내뿜는 메탄이 유럽연합 회원국 전체 배출량의 80%가 넘고,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에 맞먹는다(연합뉴스, 2022.11.15.)고 합니다. 흰긴수염고래가 매일 먹는 1000만개의 미세플라스틱(주간조선, 2022.11.18.)은 인간들이 쓰고 버린 것들입니다.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와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인도인의 생활수준으로 산다면, 1년에 지구가 약 0.8개만 있으면 되지만, 미국인처럼 산다면 지구 5개가 필요하다고 추산했습니다.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전하는 보고서나 기사에 후진국의 조밀한 판자집과 유색인 군중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파렴치한 것인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지구촌은 인구 폭발로 걱정인데,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가 걱정입니다. 3분기 출산율이 0.8명 아래로(시서저널, 2022.11.23.) 내려갔고 35개월째 인구 자연감소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지방소멸”의 위기감이 크다보니 “'인생샷 성지' 입소문 나더니…"살고 싶다" 작은 마을의 기적(한국경제, 2022.11.14.)” 같은 기사들이 눈길을 끕니다. 너도나도 문화를 활용한 관광객 유치에 나섭니다. 그 과정에서 인구 위기를 막을 근본적 대책 보다는 관광 시설 보수 등에 집중되는 지방소멸기금에 대한 논란(노컷뉴스, 2022.11.18.)도 들려옵니다. 줄어드는 노동력을 이주노동자로 확보하다보니 이제 총인구의 4%가 외국인인 ‘다문화 사회’를 넘어 ‘다민족 국가’(문화일보, 2022.11.4.)가 되었습니다. 이에 걸맞게 인구 정책의 리셋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지방소멸, 고령화, 다문화 사회를 준비하는 것이 문화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다가옵니다. 


참사와 사고로 얼룩진 11월은 국가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달이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들과 기타 동향정보는 첨부파일 참조


서울문화재단 블로그 <문화 +정책> 에서  더 많은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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