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9일 기발행
글을 읽으면 글을 쓰고 싶다. 그게 누구의 글이든. 블로그 글을 읽으면 나도 블로그 글을 쓰고 싶고, 시를 읽으면 시를 쓰고 싶고, 일기를 읽으면 일기를 쓰고 싶고,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소설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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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영의 일기시대를 읽고 있다. 읽고 있으면 나도 일기를 쓰고 싶어진다. 이미 주간일기를 쓰고 있지만 그건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만 쓰고 있으니까. 매일 무엇을 생각했고 무엇을 느꼈고 어떤 상상을 하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일기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생각한다. 매일 수필을 쓸 만큼 많은 걸 목격하고,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시야가 좁다. 상상은 얕으며 생각은 단순하고 감정은 절제되어 있다. 더 깊이 생각했으면 좋겠고 풍부한 감정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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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던 문보영의 일기 중에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짤막하게 있었다. 나는 뭘 적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쓰고 싶었던 소설은 이미 썼으니 그 다음으로 쓰고 싶은 건 뭘까? 전에 j에게라는 게시글 속 어느 문장이 생각났다. 편지처럼 썼던 글 아래쪽에 차라리 이 모든 이야기들이 소설이고 우리가 소설 속 인물들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차라리 특정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지우고 소설로 만들어버릴까 잠깐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소설이 될 수 없으니까, 너무나 뚜렷하게 사실일테니까. 그러다가 K의 소설이 생각났다. 며칠 전 그 소설을 다시 찾아내 읽은 적 있었다. 소설의 시작이 이랬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정확히는 그때는 알았는데, 까먹었다가, 다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팠다. 당신의 소설은 뚜렷하게 사실일까? 아니면 뚜렷하게 거짓일까? 나는 답을 모른다. 사실 이미 답을 아는 것 같지만 굳이 적어내지는 않기로 한다.
칠흑 속에 서있지만 태양처럼 사실인 그대
춤춰요 나와 춤춰요 음
요조의 3번째 정규앨범을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동안 요조가 냈던 다른 곡들과 많이 다른 앨범이라 오히려 낯을 가리는 것 같지만 나는 같은 이유로 저 앨범을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곡은 나의 쓸모, Mr.Smith, 나영이, 그리고 춤이다.(너무 많은 곡을 좋아하는 걸까?) 대부분 가사를 좋아한다. 특히 위에 적었던 저 부분을.
태양처럼 사실인 것에 대해 생각한다. 명확히 사실인 것과 명확히 거짓인 것에 대해 생각한다. 대부분의 요소들은 조금 더 진실인 것과 조금 덜 진실인 것, 어느 정도의 진실인 것과 딱 그 정도로 진실인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세상에서 명확한 진실을 찾고 싶어서 헤매다가 그런 건 아주 조금만 존재한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선을 아주 많이 확대하면 면이 되는 것처럼. 원이라 생각한 것이 점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그래서 더더욱 명확한 사실에 대해 생각한다. 태양처럼. 어쩌면 태양조차 사실이 아닐 수 있지만.*
* 우리가 보는 태양은 8분 전의 태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태양에서 쏘아진 빛이 우리에게 도착하려면 8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8분. 짧고도 긴 시간이다. 컵라면을 연달아 2번 끓이고 3번째 컵라면이 익어갈 정도의 시간.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 시간 중 투자하기엔 너무나 큰 시간. 어쩌면 무수한 골든타임보다 짧을 시간. 태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에게는 골든타임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외에도 사실이 아닐 이유가 너무 많다. 현실적으로. 사실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