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가까운 일본 도심지 강에서는 꽤나 요상한 장면이 많이 나타난다.
바로 바다에 사는 가오리들이 바글바글 강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놀라운 점은 우연히 1~2마리가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단체로 강으로 올라온다.
분명 강 즉 민물에 서식하는 가오리가 있기는 하다. 또는 해수와 담수 오묘하게 섞인 기수지역에 서식하는 어종들도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좀 이상한 게 이렇게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가오리 종들이 기수나 담수 가오리가 아닌 평생을 바다(해수)에 서식하는 어종들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국명으로 "노랑가오리"와 "박쥐가오리"이다
한 마리씩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우선 노랑가오리 [aka Red stingray, 아카에이 ] 배부분이 노란색의 띠가 있어 노랑가오리라 불리며, 한국을 포함한 서태평양 근해에서 관찰되는 어종이며, 국내에서는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sting(가시)ray(가오리)에 속하는 만큼 꼬리에 큰 독침가시를 갖고 있어, 어업현장에서 잡힐 시 바로 제거한다.(물론 제거해도 다시 재생되긴 함..)
다음은 박쥐가오리다 (Aetobatus flagellum) 국내 서해안 인근에서 발견된 사례가 몇 있지만, 흔한 개체는 아니고 박쥐 같은 날개에 우뚝 튀어나온 주둥이를 갖고 있는 가오리이다. 요 친구도 노랑가오리와 마찬가지로 독침가시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바다에 사는 해수어가 강과 같은 담수지역에 들어가게 된다면, 염분농도 차이로 인해 금방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어째서 이 친구들은 폐사하지 않고 강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연구도 일본에서 진행되었다.(안 하는 연구가 없어요... 크으..)
22년 8월 투고된 논문에서 시행되었던 실험이며, 실험대상은 앞서 이야기했던, 노랑가오리이다.
노랑가오리가 저염분 환경 즉, 강, 하천 등의 지역에서 어떻게 죽지 않고 적응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해 이 실험이 진행되었으며, 그 초점은 그들의 신장에 맞춰져 있다. (아무래도 신장이 체내 삼투압에 감여하기에..)
실험은 2가지로 나누어 시행하였다
실험 1. (2018년 1월 5월 , 11월에 포획된 개체 이용)
노랑가오리 13마리 해수환경에 맞춰 3일간 적응시킨 후 염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면 3일째에는 염도를 50%, 11일째에는 거의 담수 수준에 맞춰 염도를 낮췄다. 그 이후 실험을 완료한 노랑가오리들의 신장 조직 샘플을 수집하여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였다
실험 2 (21년 11월 12월, 22년 2월 포획된 암컷 개체 이용)
노랑가오리 11마리를 각각 해수환경(SW)과 염분농도를 해수의 5% 수준인 환경(5% SW)으로 나누어 사육하였으며, 이번엔 이들을 죽이지 않고, 각 수조의 소변 샘플을 채취하여, 염분농두를 측정하, 소변 내 Na+, Cl−, Ca2+, Mg2+ 등의 이온 농도를 분석하였다
두 실험 모두 사육 간에는 노랑가오리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폐사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실험 결과를 각각 요약해 보면..
실험 1에서는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는지 분석하였고 그 결괴 신장에서 염분 재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유전자 NKCC2(염분이 신장에서 다시 체내로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유전자). NKA(염분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유전자)가 발현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실험 2에서는 저염분 환경에 적응한 노랑가오리의 소변 내 Na+ 농도는 해수환경 개체보다 10배나 감소한 것을 확인하였다. 물론 Cl−농도도 유의미하게 감소했지만, 어느 정도 농도는 유지했는데 이는 몸 안에 필요한 염분을 어느 정도 남기기 위한 기작인 것으로 보인다.
뭐 결론적으로 노랑가오리들은 저염분 즉 기수, 담수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신장에서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어, 이들의 체내 염분 농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노랑가오리는 저염분 환경에서 신장이 염분을 재흡수하고 소변을 통해 염분이 적게 배출하게 하는 방식으로 염분이 적은 강이나 하천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쥐가오리의 경우에는 따로 연구가 진행된 바가 없지만, 노랑가오리와 비슷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분명 요 가오리들은 저염분상태에서 적응이 가능한 능력을 갖고 있긴 하다만, 굳이 하천으로 올라오는 것일까?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현상이 단발적이지도 또 지역구분하지 않고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열도에서 보고된 지역이 나열하자면, 미야기현, 도쿄도 가나가와현(요코하마), 효고현(고베),
히르시마현, 후쿠오카현, 오이타현, 시마네현, 돗토리현 등등..
지역 막론하고 늦은 여름철이 되면 일어나는 이벤트이다
사실 이렇다 할 정답은 딱히 존재하지 않지만 추정해 보거든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1. 번식기
박쥐가오리와 노랑가오리 5월에서 9월이 번식기다 (한국에 기록된 번식기랑 상이할 수 있음. ) 하천 같은 담수(기수) 환경이 바다보다 상대적으로 포식자가 적다 보니 안전하게 짝짓기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태어난 새끼들도 안전하게 양육이 가능하다
2. 먹이활동
단순히 먹이를 찾아 하천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강 하구나 기수환경에서는 작은 갑각류와 어류가 풍부하여, 먹이활동에 유리할 수 있다.
3. 환경변화의 영향
기후변화, 인간활동으로 인해 가오리들이 기존 서식지를 떠나 하천으로 이동한다는 가설이다.
정확히 어떤 이유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사실 검증이 되지 않았다. 단순 추측일 뿐이지만, 해수어가 담수지역에 우발적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부분이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다.
또한, 특정지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보니, 가오리들이 하천으로 들어오는 시기에는 재미난 구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이때를 노려 가오리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는 현지보도도 있는 모양이다.
물론 2종 다 독침가시를 갖고 있기에 함부로 만지는 행동은 지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