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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류아 May 17. 2020

애플 아이패드 프로 매직 키보드를 보름 정도 사용해보고

제품은 괜찮으나 나는 이 제품이 45만 원이나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패드 프로 3세대 모델을 바탕으로 카메라와 AR 기능이 보강된 4세대 모델이 공개되면서 아이패드의 새로운 파트너로 더 많은 관심을 받은 액세서리가 있습니다.


 바로, 매직 키보드.


 플로팅 힌지 구조를 통해 아이패드 프로를 공중에 띄우고 자유롭게 각도 조절이 가능하며, 트랙패드와 패스스루를 통해서 더 나은 편리성을 제공해 준다고 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약 45만 원이라는 어마 무시한 가격을 가지고 있다 보니 더더욱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고요.


 이번 글에서는 매직 키보드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동안의 애플 제품처럼 '과연, 돈값은 제대로 할 수는 있을까?'란 생각을 가지고 아이패드 프로 4세대와 함께 주문해서 지난 5월 1일 수령받아서 보름 정도 사용해보았는데.. 한 번 차근차근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정말 괜찮은 가위식 메커니즘 풀사이즈 키보드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하기 전, 지난 6~7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패드 에어 1세대를 사용하면서 여러 서드파티 키보드 커버를 사용했었습니다. 이들 모두 좁은 공간에 많은 자판을 넣으려고 하다 보니, 일부 또는 전체 자판을 작게 만들었으며, Fn 키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조합으로 일반 키 입력을 바꾸어두어서 항상 불편함을 주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키 감마저 좋지 못한 제품이라면.. 어우..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끔찍합니다.




 반면, 매직 키보드는 가위식 메커니즘과 함께 맥북 13인치 계열과 거의 동일한 풀 사이즈 키보드를 가지고 있어 정말 편리합니다. 여러 문서 작업을 하면서 사용해보니까 거의 맥북에서 문서 작업을 하는 상황과 얼핏 비슷한 느낌을 제공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품 액세서리인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부터 시작해서 의외로 많은 서드파티 제품들이 백라이트가 없어서 어두운 환경에서 사용할 때 불편함이 많은데.. 매직 키보드는 자동으로 ON / OFF가 되는 맥북과 동일한 구조의 백라이트를 가지고 있어 불편함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Fn 키가 없다 보니까 백라이트 밝기 조절을 하려면 설정에 진입해서 해야 된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옵니다. 차후 업데이트에서 제어센터에서도 조절할 수 있도록 개선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자판 배치에 있어서는 맥북과 동일하여 괜찮다고 생각하나, ESC / F 키(F1~12) 또는 터치 바 / Fn 키가 없어서 아쉽게 다가옵니다. 단순 문서작업만 하더라도 F 키로 할 수 있었던 간단한 작업들이 전부 커맨드 입력을 통해서 해야 되며, 보조키 설정을 바꾸지 않는 한 ESC 키가 없기 때문에 오동작 입력 취소가 어렵습니다. 거기에 Fn 키 관련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백라이트만 봐도 알겠지요? 굳이 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 키와 지구본 키입니다.


 유니코드 인코딩 체계에서 원화 기호(₩) 표기와 백슬레이스(\)는 동일하며, 별도의 폰트 설정을 하지 않는 한, 같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Mac OS와 iPad OS에서는 한/영 키가 없는 대신 Caps Lock 키가 언어 변경을 대신하고 있고요. 두 키가 없으면 모르겠지만, 이미 두 키는 잘 있는 상태에서 하나 씩 더 있습니다. 심지어 원화 기호키는 쉼표 키를 커맨드로 만드면서까지 말이지요.


 결국, 중복되는 키가 하나씩 더 있는 셈인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언젠가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이유를 들었으면 합니다.


 여담으로, 저는 지구본 키를 ESC 키로 바꾸어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다는 것만 빼면 다 좋은 트랙패드



 iPad OS 13.4부터는 아이패드 환경에 최적화된 마우스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블루투스 또는 USB 어댑터를 통해서 마우스 또는 매직 트랙패드를 연결할 경우, 아이패드에 특화된 포인터가 나오며 아이패드를 굳이 터치하지 않더라도 제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직 키보드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키보드와 함께 트랙패드를 같이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트랙패드 크기는 맥북이나 매직 트랙패드와 비교해서 정말 작다고 생각될 정도로 절반 이하의 크기입니다. 비슷한 크기의 제품군을 찾아보면 윈도우 계열의 소형 노트북 중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애플 같은 경우 제스처가 상당히 잘 되어있다 보니까 트랙패드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유리한 점이 많은데.. 매직 키보드의 트랙패드는 크기가 작다 보니 아쉽습니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고.. 이 작은 트랙패드에서 지원해 주고 있는 제스처는 두 손 터치를 통한 화면 이동, 세 손 터치를 이용한 앱 간 이동까지 '그래! 이게 애플이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강합니다.




 최근 애플이 iOS 13부터 3D 터치 기술을 전부 삭제한 것의 연장선상인지 모르겠지만, 매직 키보드에는 포스터치가 없습니다. 대신 오래된 맥북이나 윈도우처럼 누르면 접점이 눌러져서 클릭되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설정에 들어가서 가볍게 터치하는 것으로 클릭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포스터치가 없다 보니 롱 프레스 동작에 있어서는 그리 길지 않지만 조금 지그시 누르고 있어야 합니다. 몇 년째 업무상 사용하는 노트북이 윈도우 계열이다 보니 큰 불편이 없지만, 확실히 맥북을 잠시 빌려서 사용할 당시 포스터치를 체험해보니까 신세계이더군요. 한두 푼 하는 제품도 아닌데 포스터치까지 제공해 주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기술적으로는 이해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힌지



 애플이 매직 키보드를 공개하면서 주된 요소 중 하나로 아이패드를 공중에 띄우고 편하고 자유롭게 각도 조절이 가능한 '플로팅 캔틸레버 디자인'을 강조했습니다. 다른 것보다 자유롭게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프리 스톱 힌지를 생각하고 큰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며칠 사용해보고 난 이후에는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애플이 왜 광고에서 아이패드 프로를 매직 키보드에서 '땠다. 붙였다."를 그리 자주 했는지 너무나도 잘 이해되었습니다.




 1단 힌지에서는 약 0~80도, 2단 힌지에서는 약 0~50도 정도로 움직여서 최종적으로는 약 120~130도 정도까지 각도를 조절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요즘 나오고 있는 노트북이나 2 in 1 PC처럼 뒤로 완전히 넘겨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처럼 애플 펜슬을 사용할 때 뒤로 넘겨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무조건 때서 사용해야 됩니다.


 여러모로 각도에 있어서 참 아쉬운데.. 기술자의 관점에서는 나름 이해되기도 합니다.


 보통 다른 태블릿 제품군이나 서드파티 케이스들은 킥 스탠드 또는 이와 유사하게 본체를 지지할 수 있는 기구물이 있습니다. 반면, 매직 키보드는 두 개의 키보드만 가지고 아이패드 프로를 공중에 띄우고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합니다.




 즉, 중심이 뒤로 넘어가지 않고 세워둘 수 있는 한계선이 지금의 각도라는 것이며, 여러 리뷰에서 지적했던 무게에 있어서도 균형을 이루면서 휴대성에 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한 마지노선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각도 조절이 자유로워질수록 무게는 더 늘어났을 것이고, 무게가 줄어들수록 각도 조절은 제한적으로 밖에 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뜬금없지만.. 1+1.. 아니, 2 in 1 하드웨어 명가가 왜 하드웨어 명가인지 다시금 이해되기도 합니다.





데이터 통신까지 되었으면 최고인 패스스루



 매직 키보드에 있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자판이었다면, 그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패스스루입니다. 힌지 좌측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패스스루는 USB Type.C 규격을 사용하고 있으며, 데이터 입출력은 불가능하지만 아이패드 본체 충전을 할 수 있습니다.




 충전은 12.W (5V 2.5A)와 22.5W (9V 2.5A)를 지원해 주고 있으며, 테스트기를 통한 측정에 있어서도 측정 손실을 감안했을 때, 거의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의 배터리가 36.71 Wh (3.76V 9,720mAh)로 매우 크고, USB-PD 2.0 30W 충전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조금 아쉽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충전하며 사용해본 결과로는 디스플레이 사용 중에도 꽤나 빠르게 충전되어서 괜찮았습니다.




 사용성 측면에 있어서도 데이터 입출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꽤나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 3세대 모델부터 3.5 mm 헤드폰 잭을 제거함에 따라 별도의 허브를 사용하지 않는 한, 이어폰을 비롯한 모든 데이터 입출력 장치와 충전을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패스스루를 사용하면 이러한 아쉬움이 어느 정도 감소합니다. 패스스루를 통해서 본체를 충전하고, 본체 포트에서는 이어폰을 비롯한 데이터 입출력 장치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여러모로 데이터 입출력 안된다는 점 제외하고는 괜찮습니다.





마치며..



 아이패드 프로 3 · 4세대를 위한 액세서리, 매직 키보드를 보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사용해보면서 아쉽다고 생각한 부분도 많았지만, 확실히 괜찮다고 느껴진 부분들도 꽤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매직 키보드를 사용하더라도 만족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매직 키보드는 애플 공식 제품답게 괜찮은 제품인 것은 분명합니다.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보다 자유로운 각도 조절이 필요하다', '키보드와 트랙패드가 같이 있어야 한다', 이런 니즈가 있다면 더더욱 괜찮게 다가오는 제품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12.9인치 모델 기준으로 약 45만 원이라는 가격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아무리 제품이 좋다고 하더라도 만족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당장, 이 돈이면 아이패드 7세대 와이파이 베이스 모델부터 시작해서 웬만한 중저가형 태블릿에 액세서리 세트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즉, 웬만한 중저가형 모바일 디바이스를 하나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고가의 액세서리인데.. 정작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은 돈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아쉬운 점이 너무 크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 정도 가격이었다면, 정말 자유로운 각도 조절은 어려워도 180도 펼치거나 뒤로 넘겨서 애플 펜슬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어야 된다고 보며, 포스 터치 적용이나 패스스루를 통한 데이터 입출력은 가능했어야 된다고 봅니다.


 아니면, 지금의 1/2 ~ 1/3 수준으로 가격을 형성하던지요. 안 그래도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도 1/3 ~ 1/4 수준으로 가격이 낮추어져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매직 키보드는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슬슬 각설하고 마무리하도록 하지요.


 만약, 본인이 니즈에 의해서 필요로 한다면.. 충분히 괜찮게 생각할 수 있는 제품이고, 또 괜찮은 제품입니다. 이러나저러나 애플은 애플이니까요. 하지만, 가격이 가격인 만큼 다른 서드파티 제품들에 대해서 충분히 알아보시고 구매 여부를 결정지으시는 것을 추천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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