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변경은 이해가 되지만,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https://blog.google/products/photos/storage-changes/
2015년 서비스 출시 이후, 고화질 이미지를 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있어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구글 포토의 사진 저장 정책이 변경됩니다. 구글 블로그에 'Shimrit Ben-Yair' 부사장이 올린 글에 따르면, 2021년 6월 1일을 기점으로 구글 포토는 픽셀 폰 이외의 나머지에는 무제한 저장소를 제공하지 않으며, 차후 업로드되는 사진에 대해서는 구글 계정에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구글 드라이브 15 GB의 저장 공간에 포함됩니다.
정리하자면, 2021년 5월 31일까지 업로드된 이미지는 기존과 동일하게 무제한으로 제공, 용량에 산정되지 않으며 이후 업로드된 이미지에 대해서는 구글 드라이브의 기본 저장 공간인 15 GB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구글 포토는 구글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4조 개 이상의 사진이 구글 포토에 저장되어 있고, 매주 280억 개의 사진과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다고 합니다. 즉, 많은 사람들의 추억 저장소로 널리 활용이 되고 있는 상황인데, 구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구글 포토를 추억 저장소로 활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좋은 제품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용자들의 요구 사항을 지속적으로 충족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하며 더 나은 구글 포토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무제한 고품질 정책을 변경한다고 합니다.
이에 덧붙여서 '변경사항이 적용되어도 80% 이상의 사용자가 15 GB의 무료 저장 공간에 약 3년 이상의 사진을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 밝히며 사용자가 불편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몇 번을 다시 생각해보아도 이번 정책 변경은 이해는 되지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니, 그동안 여러 서비스에서 진행되어온 유료화 전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동안 구글에서 운영되어온 서비스를 보게 되면 처음에는 무료로 제공해 주어서 많은 사람들이 널리 활용하고, 이를 통해 구글은 많은 데이터를 취득 및 활용하여 서비스 개선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어느 정도 서비스가 완성 단계에 이르면 유료로 전환하여 사용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들로 구글 지도 API와 유튜브 뮤직이 있습니다. 구글 지도 API 같은 경우 2018년 7월 15일까지는 무료와 유료 정책으로 나뉘어서 운영되었지만, 이후로는 일괄적으로 과금 체계가 적용되어 유료화되었으며,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2019년 9월 2일 이후로는 유료 구독 서비스로 전환되어서 비용을 지불해야지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구글 포토의 무제한 저장소 정책 변경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물론 서비스 운영에 있어서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만큼 구글 입장으로서는 꽤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약 4조 개의 사진이 업로드되었다고 하는데, 이를 개당 1MB씩 잡더라도 약 4 EB(= 사십억 GB)가 저장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매주 28 PB가 업로드되고 있는 셈이기도 하고요.
서비스 운영 목적으로 다년간 서버 관리를 해본 입장으로써 충분히 부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정책을 바꾸겠다고 하는 것 역시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형태는 "이거 만들어봤는데.. 어때? 괜찮지? 잘 사용해봐" 이렇게 제공해놓고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 사람들이 때려야 땔 수 없는 상황이 된 시점에서 "응, 이제는 돈 줘야 쓸 수 있어" 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쉽게 말해서 주었다가 뺏는다는 것이지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15 GB의 저장 공간이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구글이 밝힌 대로 따르면 약 80%의 사용자는 약 3년 이상의 사진을 보관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또한, 구글 포토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 드라이브를 알차게 잘 활용하고 있는 경우는 또 어떻게 되겠습니까?
더군다나 시기에 있어서도 불과 얼마 전에 통합 클라우드 서비스인 구글 원(Google One)에 VPN 지원이 추가되어 마케팅이 한참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라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고도의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고 판단됩니다.
마지막으로 구글 포토가 처음 출시할 당시, 구글은 사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분명히 '무상으로 사진을 무제한 저장할 수 있도록 제공하겠다'라고 소비자들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책 변경은 출시 당시에 한 약속을 깨버리는 것입니다. 결국, 소비자는 깨진 약속 때문에 월 일정 금액 이상 비용을 지불하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수고를 들여야 하는 상황으로 피해를 입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여러모로 이번 구글 포토 무제한 사진 저장 정책 변경은 이해는 되지만 정말 마음에 들지 않으며, 철회가 되지 않는 이상 구글 원 결제를 고민해 보거나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전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