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0X + AK620 + 벤젠스 조합으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이번에 떠들고자 하는 데스크톱 업그레이드는 사실 작년 11월 초에 부품을 구매하고 말에 조립해서 실질적으로 약 3달 정도 지난 시점입니다. 비교적 최근까지 일에 치여 집에서 컴퓨터를 안 했다 보니 실질적으로 제대로 사용한 것은 이번 설 연휴 기간 동안이지만요.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시스템 AMD Ryzen 5 3600을 바탕으로 삼성 RAM 4장으로 32GB 정도 맞추어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사용하는 용도를 생각하면 16GB 여도 충분할 것 같지만, 집에서 가끔 회사 일이나 만들고 있는 라이브러리를 작업하는 경우 코드가 꽤 길다 보니 조금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각설하고 이리저리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RAM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것이 섞여 왔었던 것인지 꽤 몇 달 전부터 부팅 자체에 장애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아예 부팅이 안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를 어찌할까 하다가 기존에 예정해두었던 것을 엎어버리고 시스템 자체를 업그레이드해서 한 번 손 보고는 걸로 바꾸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DDR5 제품이 꽤 많이 나왔을 시점인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기존 시스템으로 버티는 것이었는데, 뭐..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시스템 구성을 어찌 변경하는 것이 좋을까 꽤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결국은 기존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최대한 그대로 사용하면서 주요 부품 몇 가지만 변경했습니다. 가능하면 그래픽카드까지 같이 바꾸려고 했는데.. 보면 볼수록 입에서 욕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떨어질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그냥 포기했습니다. 채굴 에디션 출신이다 보니 슬슬 맛이 가고 있는데.. 새 그래픽카드 살 돈이면 M1 맥미니 또는 맥북을 사고 애플 환경을 얼추 구성해도 돈이 조금 남는다 생각하니 이건 진짜 아닌 것 같더라고요. 최종적으로 CPU와 CPU 쿨러, 고장 난 RAM 만 교체하고 나머지 몇 가지는 따로 보완하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AMD Ryzen 9 5900X, 딥쿨 AK620, 커세어 벤젠스 RGB PRO SL, PCCOOLER 할로 킷을 구매했는데.. 왜 이걸 선택했는지 가볍게 떠들어보겠습니다.
먼저 AMD 라이젠 9 5900X입니다. 굳이 CPU를 바꾸어야 했는가를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딱히 바꿀 이유가 없긴 했습니다. 그저 당시 이것저것 작업할 때 물리 코어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꽤 자주 들어서 5700G나 5800X 가격 조회를 틈틈이 하면서 갈아탈까 아니면 그대로 사용할까를 고민했는데.. 5만 원 정도만 보태면 5900X을 살 수 있는 특가가 뜨더군요. 그대로 눈이 돌아서 지름신이 강림했습니다.
CPU를 바꾸면서 물리 코어 개수가 두 배로 늘어났다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와닿는 점은 없었습니다. 이게 참 점점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무언가를 만진다는 두근거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참 씁쓸하기도 합니다. 다이 사이즈는 AM4 소켓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니 당연히 이전과 동일합니다. 매번 조립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어디처럼 세대 별로 소켓을 바꾸지 않고 꾸준하게 사용해주는 점은 참 좋은데.. 이놈의 CPU에 PIN이 붙어 있는 구조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까딱만 실수하면 그대로 날려먹는 꼴이니.. 다음 세대 소켓에서는 인텔이나 스레드 리퍼처럼 바꾸어주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CPU 쿨러는 수냉으로 넘어간 이후로 그동안 공냉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었고,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니 그냥 덩치 큰 공랭으로 구성하는 것이 수명 및 관리 측면에서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더군요. 그래서 녹투아 NH-D15 크로마 블랙을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었는데.. 딥쿨에서 AK620이라는 혜성이 나타났더라고요, 비교 데이터를 여러 개 살펴보니까 꽤 괜찮아서 선택했습니다.
크기는 보시다시피 무지막지하게 큽니다. CPU에서 6개의 히트파이프를 통해 두 개의 방열판으로 열이 분산되고 120mm 25T 쿨러를 통해 냉각시키는 구조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냉각도 잘되고 소음이 적어서 마음에 듭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수냉 쿨러의 아쉬운 점이 약간의 소음과 부팅할 때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는 점인데.. 공냉이라 물 흐르는 소리는 당연히 없고, 소음도 이전보다 약간은 더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RAM은 커세어 벤젠스 RGB PRO SL 2 x 16GB 패키지입니다. 삼성 RAM을 다시 사용하려고 했는데, 어차피 오버클럭도 안 하는데 굳이 시금치 살 필요 없이 이미 되어있는 제품을 사서 쓰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듣고 예산 범위 내에서 추천을 받아서 직구했습니다. 확실히 이미 오버클럭 다 되어있는 제품이 따로 뭐 할 필요성이 없어서 편하고 괜찮았습니다. 거기에 LED 기능은 지금 사용되고 있는 보드와 연동이 가능해서 꽤 괜찮았습니다.
오픈형 케이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 쿨러가 굳이 필요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이 온실 구조이다 보니 인위적으로 공기 흐름을 만들어주는 것이 조금이나마 발열 해소에 도움이 될 것 같더군요. 그래서 수냉 쿨러 라디에이터 부착 자리가 비어서 허전한 것도 채울 겸 3개 킷을 구매해서 달아주었습니다.
조립하고 난 이후 설정은 간단하게 시스템 굴러는 CPU 온도에 따라 녹색, 황색, 적색으로 색상이 변경되도록 해두었고, RAM은 각각 특정 작업에 따라 색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수냉 쿨러가 색상 변경이 안되어서 참 아쉬웠는데, 이제는 해결되었네요.
간단하게 성능 테스트로 시네벤치를 돌려봤는데요, 멀티 코어 19913 pts, 싱글 코어 1555 pts, MP Ratio 12.80x로 역시 5900X 답게 높은 성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새삼 감탄스러운 점이 1세대 스레드 리퍼인 1950X보다 물리 코어 개수는 4개 적어도 성능은 더 높게 나왔다는 건데요, 확실히 AMD 라이젠 아키텍처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게 체감됩니다.
그리고 CPU 온도는 왼쪽이 부팅했을 때, 오른쪽이 벤치마크 테스트를 하면서 측정한 값인데요, 최저 온도 44도, 최대 온도 74도로 이전에 3600에 수냉 쿨러를 사용할 때와 비교해서 온도가 조금이나마 더 낮게 나온 상태입니다. 온도 유지력 측면에 있어서는 분명히 수냉 쿨러가 더 뛰어나니 오래 사용할 경우에 있어서는 확실히 공냉이 불리하겠지만.. 제가 그렇게까지 오래 사용은 하지 않아서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난 이후로 확실하게 체감을 하고 있는 부분은 작성한 코드를 컴파일할 때입니다. 개인적인 귀차니즘과 개발 시간 단축을 위해서 개인적으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라이브러리 같은 경우, 이것저것 잡다한 게 많아서 집에서 컴파일하면 못해도 2-3분, 가끔 참조 라이브러리 업데이트 걸리면 5-1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5900X은 뭐.. 1분 이내, 길어도 3분 이내에 끝나더군요. 역시 코어 개수 많은 것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시스템 구성 업데이트는 파워서플라이랑 그래픽카드 교체하는 것만 남았는데요, 파워서플라이는 몇 달 안에 850-1000W 사이의 풀 모듈러 제품으로 바꿀 것 같고 그래픽카드는 기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진짜 언제 가격이 내려올지 모르겠습니다. AI 연산도 슬슬 해야 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 사긴 사야 되는데 말이죠.. 제발 MSRP 수준으로 가격 내려오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