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화 브랜드는 조금씩 완성되고 있다.
제네시스, 현대자동차의 차종 중 하나였다가 몇 년 전부터 고급화 브랜드 전략을 통해 따로 독립을 시작해서 어느덧 시장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잘 분리가 이루어질까 의문이 많이 들었고, 지금도 약간의 의문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하나, 둘 잘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까지 출시된 차종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까 현대자동차 그룹 내 브랜드 중에서 가장 빠르게 전기차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한데요, 이들 중에서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기아자동차 EV6 GT와 더불어서 마음에 드는 차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전기 자동차인 GV60인데요. 도로 위에서 몇 번을 마주쳤지만 세세하게 살펴본 적은 없어서 이번에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아이오닉 5, EV6와 동일한 E-GMP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GV60은 GV80을 출시하면서 다듬어지기 시작한 ‘두 줄 쿼드 램프’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전 기차스러운 느낌이 많이 묻어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본닛부터 앞 범퍼까지 보고 있으면 깔끔함과 동시에 고급화된 브랜드 다운 느낌을 많이 받고 있는데.. 유독 한 부분에 있어서는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있습니다. 바로 범퍼 그릴 상단에 자리 잡은 삼각형입니다. 묘하게 거슬리는 부분인데.. 아무리 백미러 쪽에 모든 카메라 센서가 위치하고 있는 그룹 사 내 다른 자동차들과 달리 저 부분에 카메라 센서가 위치한다고 하더라도 굳이 저렇게 디자인을 했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그냥 그릴 상단을 깔끔하게 이어주면 더 괜찮지 않았을까 싶단 말이지요. 최근 몇 년 동안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출시되는 차량들을 보면 묘하게 하나씩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제네시스에서 말이지요.
두 줄 쿼드 램프 같은 경우, 보고 있으면 보고 있을수록 이쁘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듭니다. 특히 이번 G90에서 적용된 쿼드 램프 모듈이 가장 이쁘고, 실용적인 것 같은데.. 느낌 상 GV60을 비롯해서 모든 제네시스 차량들이 페이스리프트 또는 풀체인지 하면서 비슷하게 적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고급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클램쉘 후드인데요, 최근에 출시한 G90부터 전면적으로 마케팅 요소로 활용을 하고 있지만, 브랜드 내 가장 먼저 적용된 차량은 GV60입니다. 본닛 정도의 철판을 한 번에 찍어낸다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닐뿐더러 생산 원가가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는 요소인데..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전기차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일까요, GV60 역시 공기 저항 계수를 줄이기 위해서 캐릭터 라인이 정말 심심합니다. 더 많은 거리를 가기 위해서 공기 저항 계수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밋밋하게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참 아쉽게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측면에서 차를 보고 있으면 비슷한 시기에 나온 아이오닉 5와 EV6와 비교해서 쿠페스러운 느낌이 참 많이 묻어납니다. 쿠페 종류의 차량을 참 좋아해서 정말 마음에 듭니다.
더군다나 쿠페형 SUV 답지 않게 트렁크 공간에 있어서도 참 마음에 드는데요, 같은 E-GMP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아이오닉 5와 EV6 하고 분명 비슷한 크기의 공간을 가지고 있겠지만, 쿠페형 스타일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작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오산이었는데요, 충분히 여유로운 수준의 트렁크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 인포메이션 시스템과 공조 시스템 컨트롤은 최근 만나본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E-GMP 플랫폼 바탕으로 나온 전기차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듭니다. 전기차라는 이름 앞에 모험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시점에 가장 적절하면서 동시에 고급스럽게 잘 다듬어 낸 것 같습니다.
센터 콘솔에 위치하고 있는 기어 노브 같은 경우, 크리스탈 스피어 기어 셀렉터라고 해서 시동을 걸고 있을 때는 일반적인 다이얼 형태의 기어 노브이지만, 시동을 끄면 사이버 포뮬러의 아스라다처럼 돌아가서 감성을 자극하는 원형 구로 바뀌는데요, 시동을 끄고 한 번 보고 싶었지만.. 행사장 내라서 끌 수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사이드 브레이크가 좌측 버튼 박스에 있는 것은 현대자동차 E-GMP 플랫폼의 특징인가 봅니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회생 제동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브레이크 시스템 고장 시 제어에 있어서 고려를 거의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그만큼 절대적으로 장애가 없을 자신이 있다는 걸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USB 연결 관련해서는 역시나 마찬가지로 발에 선이 걸리는 경우가 없진 않을까 의문이 들기는 하는데.. 다른 차량 대비 배치가 꽉꽉 차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다른 E-GMP 플랫폼 사용하고 있는 차량과 비교해서 넉넉하게 12V 시거잭까지 같이 제공한다는 점은 참 마음에 듭니다.
GV60에도 사이드 카메라 옵션이 있는데요, 그나마 아이오닉 5와 비교해서 위치가 더 낫지만.. 여전히 어정쩡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운전하면서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요소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은데.. 글을 연속해서 세 편 정도 쓰면서 생각해보니까, 요즘 깜빡이 넣으면 사이드 카메라의 영상이 같이 나오잖아요, 크게 불편한 일이 없을 것 같단 생각이 조금씩 들고 있습니다.
다음은 제네시스 X 스피디움 쿠페입니다. 꽤 오래전부터 제네시스 쿠페 차량 콘셉트카 중 하나로 본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드는데.. 이번에 실물로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LED가 들어왔을 때 보여주는 느낌이 진짜 웅장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는데요, 현재 나오고 있은 제네시스의 디자인 코드가 잘 묻어나고 있으면서 미래 지향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것이 참 멋있습니다.
측면을 보면 완전 100% 쿠페 디자인은 아니고, 슈팅 브레이크가 섞여 있어 뒤가 약간 늘어지는 듯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약간 어정쩡한 형태로 물 탔다는 이야기가 많은 G70 슈팅 브레이크가 유럽에서 장사가 그렇게 잘 되는 것은 아닌지, 국내에 오픈런까지 해가면서 최근 판매를 시작한 것 같은데.. 과연 이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나올 차량은 과연 괜찮을 것인지 의문이 남긴 합니다.
뒷면은 최근에 출시한 G90의 느낌이 참 많이 들고 있습니다. 느낌 상 두 줄 쿼드 램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전형적인 제네시스의 디자인 코드가 여과 없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되는데, 정말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가 보아도 제네시스가 떠오를 정도로 확실한 브랜드 고유의 패밀리룩을 완성해냈다고 생각되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참 인상적인 디자인입니다.
지금까지 제네시스 GV60과 제네시스 X 스피디움 쿠페를 살펴보았습니다. 처음 제네시스가 고급화 브랜드로써 독립을 시작했을 때는 그동안 내, 외부적으로 보았던 현대자동차 그룹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있다 보니까 여러모로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 참 많이 들었는데, 요즘 와서 보면 차근차근 잘 다져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습니다. 판매 시스템, 서비스 센터 등 완전히 독립해서 별개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할 것 같지만.. 이번 모터쇼에서 여러 차량을 만나보니까 그렇게까지 긴 시간이 필요로 한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력만 된다면 언젠가는 제네시스를 타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도 꽤 많이 들기도 하고요. 뭐.. 아직 하고 있는 사업이 발걸음 단계이기 때문에 먼 미래의 이야기이겠지만요, 각설하고 여러모로 탐나서 앞으로가 참 많이 기대되는 자동차 브랜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