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일주일 전,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Q 베타 GSI 이미지를 공개했습니다.
이전 안드로이드 파이(9.0) 일 때는 일부 트레블 지원 기기만 베타에 참여가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안드로이드 트레블 지원 기기 중 A/B 파티션 기기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GSI 이미지를 내려받아서 부트로더(Bootloader)에서 패스트 부트(Fastboot)를 통해, 안드로이드 Q 베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서 잠잠히 생각 좀 해보니..
한 가지 상황에 대한 그림이 문뜩 떠올랐습니다.
글을 시작하기 앞서..
안드로이드 트레블이란?
Android Treble Layout
안드로이드 트레블은 간단하게 설명해드리면,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드라이버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돌아가는 윈도우처럼, 안드로이드 OS도 하드웨어 벤더와 프레임워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던 구조에서 벗어나서 통일된 HAL 인터페이스로 어떠한 하드웨어가 되든 프레임워크가 구동 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서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어떤 그림이 떠올랐는데?
트레블로 안드로이드 파이가 올라간 엑스페리아 XZ (정식 펌웨어는 오레오에서 끝)
지금까지 출시된 많은 안드로이드 단말기들은 AOSP(Android Open Source Project, Android Core)만 올라간 상태로 출시되는 것이 아니라, 각 제조사에서 자체 서비스에 맞추어서 커스터마이징 한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를 탑재하여 출시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소비자들은 이미 순수한 안드로이드보다는 각 제조사에서 커스터마이징 한 안드로이드에 익숙해진 상황으로 인해 구글에서 출시하는 픽셀(Pixel) 같은 레퍼런스 단말기와 각 제조사에서 출시하는 AOSP 기반의 안드로이드 원(Android One) 단말기, 그리고 안드로이드 커스텀 롬(Custom ROM)을 제외하면 AOSP가 서 있을 자리는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안드로이드 Q 베타 GSI 이미지 공개와 함께 안드로이드 트레블을 지원하고 있는 단말기들 전부 베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잠잠히 살펴보니.. 더 큰 생각과 함께 AOSP가 서 있을 자리가 매우 크게 늘어날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2018년부터 안드로이드 오레오(8.0) 이상 탑재해서 출시된 기기 같은 경우, 안드로이드 트레블을 의무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즉, 부트로더만 언락되어있다면 커널(Kernel)과 HAL(하드웨어 추상화 레이어)가 지원하는 한, 얼마든지 패스트 부트를 통해서 GSI 이미지를 사용 중인 단말기에 올려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조금만 더 응용해서 넓게 본다면,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메이저 업데이트가 끝난 기기들이 사후지원 끝났다고 더 이상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사용할 수 있는 상위 버전의 안드로이드 GSI 이미지를 제공한다면, 트레블을 통해서 업데이트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단말기는 초기화)
그리고 그 누군가가 구글이고, 구글에서 꾸준히 안드로이드 버전마다 GSI 이미지를 제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한 번 GSI 이미지로 업데이트 한 기기에 대해서 구글이 OTA 업데이트를 제공한다면?
사용자는 제조사에서 메이저 업데이트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GSI 이미지를 통해서 사용 중인 기기를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올 때마다 GSI 이미지를 제공합니다.
한 번 GSI 이미지로 업데이트 한 기기는 이후 구글의 OTA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무언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요?
생각한 그림대로 그려지면 어떻게 돼?
글을 읽어주시는 분께선 제가 이야기한 것을 바탕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자면, 메이저 업데이트 지원이 끝난 단말기 사용자는 조금이라도 단말기를 오래 사용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부터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GSI 이미지를 통해서 업데이트를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하나 둘 늘어나게 되면서 점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 주기도 길어짐과 동시에 업데이트 미지원으로 인한 파편화가 일정 수준까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고, 초장기적으로는 사용자들이 제조사 커스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게 익숙해지면서 제조사 종속성이 옅어지고 동시에 AOSP 사용자가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최종장에서는 구글과 제조사 간의 줄다리기할 필요 없을 정도로 안드로이드 OS에 있어서 제조사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고 구글이 원하는 대로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장애 요소는 없을까?
안드로이드 트레블을 활성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요소는 단말기 최적화라 생각합니다. 각 하드웨어 벤더와 프레임워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방식과, 하드웨어 벤더와 프레임워크가 공통으로 정의된 HAL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통신하는 방식을 놓고 비교했을 때.. 최적화된 드라이버를 빠른 시간 안에 제공할 수 있다면 후자가 더 나을 가능성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후자보다는 전자가 단말기 최적화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야기한 그림에서는 주 대상은 제조사의 메이저 업데이트가 제공되는 최신 기기가 아닌 메이저 업데이트가 끝난 오래된 기기입니다. 즉, 최적화가 잘 되어있으면 더 좋겠지만.. 굳이 최적화가 완전히 다 되어있지 않아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동작하는데 문제없다면 다소 상관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럼 장애 요소가 무엇일까요?
바로, 점점 입지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대응하는 제조사와 부트로더 언락 후 GSI 이미지 올리는 과정까지의 사용자 교육입니다.
분명 제조사 측에서는 자사 서비스의 이익이 보장되어야 되기 때문에 입지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 경계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대응하기 위해서 보안을 앞세워서 부트로더를 잠그거나 언락 과정을 더욱더 복잡하게 만드는 형태고 견제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미 이 상황까지 예측해두고 혹시나 하니 미리 대응하고 있는 곳도 있을 것이고요.
그리고 또 다른 측면으로는 자체 OS로 전환하거나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몇몇 제조사는 이미 자체 OS를 보유하고 있거나,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런 곳들은 확실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사의 입지가 좁아진다 판단할 경우 안드로이드 대신 자체 OS를 탑재해서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나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정리하자면 자체 OS로 전환, 부트로더 언락 미제공, 쉽게 언락할 수 없도록 복잡하게 만들어서 대응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체 OS로 전환하거나 부트로더 언락을 미제공할 경우 GSI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기 힘들뿐더러.. 부트로더 언락 후 GSI 이미지 올리기 전까지 어느 정도 가이드를 보고 따라 해서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복잡하게 되어버리면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되는 경우가 되어버리니 정말 하드코어 사용자가 아니라면 시도하지 않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으며, 누군가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스크립트나 툴을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이미 자리 잡힌 이미지가 있어 별다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다소 높습니다.
사용자에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제가 안드로이드 트레블과 안드로이드 Q 베타 GSI 이미지를 같이 놓고 보고 있으면서 든 생각을 한 번 정리해보았습니다. 글을 다 적고 나니 제 개인적인 뇌피셜을 바탕으로 행복 회로를 돌린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서는 제가 그려본 그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려본 그림대로 이루어진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메이저 업데이트가 끝난 뒤에도 사용 중인 기기의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오랜 기간 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 전반적으로 이득이라 생각됩니다. 더 나은 성능과 새로운 기능도 좋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한 제품을 오래 써야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이외에도 만약 사용 중인 제조사 커스텀 안드로이드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AOSP로 변경하여 그 어떠한 커스텀 없이 사용할 수도 있고요.
앞으로 구글이 안드로이드 트레블을 어떻게 운용해 나갈지는 추측 이외에는 현시점에서 알 수 없지만.. 보다 사용자에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면서 이만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