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잘 배우는 최고의 방법
벌써 20여 년 전 남편의 일방적인 재테크로 인해
우리 가족은 강제 하우스푸어가 되었다.
요즘 젊은 영끌 세대의 원조라고 할 수 있겠다.
여건상 잠시만 머물 거라던 말을 믿고
별다른 인테리어도 없이 들어간 곳이라
조만간 이사를 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어떻게든 아파트를 신줏단지 모시듯 지켜내려던
그의 일은 늘 순탄하지 못했고,
그 몫은 고스란히 가족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
영끌족은 이것을 잊지 말기를.
어린아이들과 어떻게든 살아보려던 나는
직접 영어를 가르치며 사교육 기회비용이라도
벌어보려 애를 썼다.
마침 내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영어 습득의 과정을
먼저 간 선배맘들의 사례를 참고하되
아이 마음을 존중하며 동기부여하는 방식으로
즐겁고 유쾌하게 진행을 했더니
영어를 정말 잘하는 친구로 성장했고,
이것이 경력 단절을 이기는 기회가 되었다.
당시 MBC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하게 되면서
이웃에게도 자연스레 소문이 나게 되었고
아이 덕분에 고맙게도 영어 공부방을 시작한 첫 달부터
가계에 큰 도움이 되는 수익을 얻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온라인에서 두루 강의하면서
비로소 조금이나마 안정적인 삶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얼마나 감사한 여정이었는지.
아무튼 또 다른 로드맵으로 가득한
소위 엄마표영어 담론에서
특별했던(?) 나만의 교육 비법은 무엇일까.
최근에 대박 난 안성재 유튜브의 최신 영상에 답이 있다.
유명한 요리 전문가 안성재 님이 그의 자녀들과
촬영한 '두쫀쿠' 만들기 챌린지 영상이 화제이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아이들이 먹고 싶은 간식을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보려던
산타아빠로서의 진정성은
그의 일방적 소통 방식으로 가볍게 희석되었고,
오히려 시청자들을 국민 이모 삼촌으로 만들며
온갖 비난을 받는 국민 불통 아빠로 등극했다.
특히 큰 딸 시영이의 방식을 무시하고
아이들을 병풍처럼 세워놓은 듯
아빠만의 '아부다비 퍽퍽 강정'을 만들어낸
그의 영상은 전국의 수많은 시영이 팬들을 양산하였다.
그들은 저마다
웃자고 만들어진 영상에
사춘기 시절에 남몰래 쌓아왔던
아부다비 퍽퍽 강정의 트라우마를
죽도록 쏟아내었다.
감정에 무슨 죄가 있으랴.
사실 내가 아이들 마음을 헤아리며
영어 교육에 나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 감정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 8할이다.
내가 아이들의 감정에 예민할 수 있었던 건
겉으로는 모범적인 성인이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사춘기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던
조금은 뾰로통한
한 소녀가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들어앉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 같은 시청자들이 많았나 보다.
50이 넘어도 나의 감정이
충분히 수용되지 않았던 그 언젠가의 기억이
지금의 나에게 여전히 존재한다.
나는 이 안성재 님의 유튜브 영상의
원본은 잘 몰랐지만,
지난 사춘기의 악몽을 쏟아내는 누리꾼들의
원성이 궁금해 댓글을 읽어보려 들어가 보았다.
센스 있는 댓글에 배꼽 잡고 웃다가도
청년뿐 아니라 70대 노인까지도
저마다의 아픈 기억을 하나씩 덧붙이는 모습에
마음이 촉촉해지기도 한다.
어느덧 50을 넘긴 한참 중년이지만
어린 시절의 나를 똑똑히 기억한다.
그리고 불통의 추억을 새로이 얹어준
또 다른 가족 속에서의 심통 난 어른이도 기억한다.
이것이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책을 이만큼 읽어야 한다며
일방적인 기준을 전달할 수 없는 이유이다.
입시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묻지 마 교육을 시키는 꼴을 보기 힘든 이유이다.
아이 마음이 실종된 일방향적 교육은
해소되지 않는 마음의 앙금을 만들어
내면 깊숙이 꽈리를 튼다.
실제로 모든 가정교육이 성공하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이유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성재 님은
이번 영상에서 진심으로 딸아이에게
따뜻한 사과를 전했고
아이가 주도할 수 있도록 길을 비켜 주었다.
세상 최고 미슐랭 쓰리스타 요리사가
작은 아이에게 당하는 영상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늘 말하고 있지만
아이가 잘 배우는 방법은
결국 그가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것.
자꾸 길을 가로막고, 제한하고
아이가 동의하지 않는 압박이
다 너를 위한 것이라며
사랑이라 포장하는 것은
부모의 착각일 뿐이다.
모든 부모들이 이 재미있는
해프닝에서 인생의 유쾌한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