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날개를 퍼득이며 쫓아오던 벼슬이 유난스레 커다랗던 수탉이 생각나서 제가 움찔거리지만, 그들은 식사 중이라 그런지 게의치않고 땅파기에 집중하는 듯합니다.
위집 닭들은 '꼬끼오' 소리가 신호였는지 암탉 여러 마리를 거느린 수탉을 선두로 슬슬 우리 집 마당으로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한때는 그리 애지중지하는 배추를 뜯어먹어 버리는 바람에 남편의 불호령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론 남편의 소리에는 후다닥 도망을 가지만, 얘네들도 나 정도는 괜찮아 보이는 건지 어슬렁어슬렁 단체로 꽃밭을 향합니다. 그들만의 길이 있답니다.
오늘도 돌길을 따라 점심식사를 하러 오는 걸까요?
작년 이맘때쯤 다음 해 여름을 장식할 꽃씨들을 뿌려놓았습니다. 이제 겨우 새싹이 나서 매일매일 관리받고 있던 얘들을, 요 녀석들이 식사거리를 찾아 헤집어 놓는 바람에 엉망을 만들어 놓고 말았습니다. 노발대발한 제가 소리를 질러대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일 다 하던 요 녀석들입니다.
이 후로 귀한 꽃(나의 기준에서)들은 다른 장소로 이사시켰답니다.
요 녀석들의 식사장소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한바탕 식사시간이 끝나면 굳이 호미질을 하지 않아도 깨끗하게 바닥이 정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