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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Apr 15. 2024

'마지막 봄'인 것처럼.

 기적처럼  팔렸다.


4월, 봄꽃이 한창일 때 난 한바탕 몸살을 하곤 했다.


1월이 되면 어린이집 졸업식을 앞두고 긴 장문의 편지글을 적었었다.

떠나가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1년 동안 믿고 보내준 학부모님들에게, 그리고 혹 헤어지는 선생님들에게.

그러다 보면 벌써부터 슬슬 헤어짐에 대한 섭섭함이 밀려온다.


그래서 유난히 2월이 싫었다.

헤어진다는 게 두려운 것이었는지, 아님 슬픈 것이었는지, 서러운 것이었는지도 잘 모를 오래 묵은 감정 때문에 그랬던 거 같다.

억지로 새 학기 꾹꾹 눌러 놓았다가, 4월이면 가슴에 생긴 허한 통증으로 며칠씩 독하게 앓았다. 그러다 보면 봄이 저만치 막 지나쳐가려 한다.

그리곤 하늘 한을 채우는 덩굴장미와 마당을 점령한 양귀비가 붉은색으로 채워지면 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열정으로 채워지곤 했다.


재작년까지 거의 연중행사였던 일들이 작년과 올해는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

진짜 백수가 된 탓에 2월의 헤어짐이 사라졌고, 3월의 한계치 넘는 분주함도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는 남편과 봄꽃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녔다.


방송보고 다음날 떠난 창녕.

휴게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코스다. 호두과자 한 봉지 사고, 챙겨 오지 못한 벙거지 모자도 하나 남편 카드로 자연스레 긁었다.  


남편 좋아하는 각설이 공연은 사실 나랑은 안 맞는다. 각설이 가수걸쭉한 음담패설에 눈을 맞추며 웃어줄 용기가 없다. 그분의 사기를 위해 급히 남편을 데리고 옆 국밥집으로 옮겨갔다.  이것저것 먹어둔 간식 탓에 예의상 어묵 한 도 겨우 먹는 시늉만 하고 나왔다.


제주도가 아니어도 유채꽃은 넘쳐난다.

평생 볼만치 유채꽃 구경하고 그곳에서도 사진한컷 남겼다. 누군가는 제주도 신혼여행지에서 이렇게 찍었겠지.

창녕 유채꽃 축제장


누구나 한 장 정도는 가지고 있을 벚꽃사진. 우리도 여기저기서 찍었다. 그리곤 '꽃비란 이런 거지' 한바탕 꽃잎 날리며 달려본다.


팔공산 올라가는 길


팔공산 벚꽃길을 빙빙 돌아 도착한 군위 화본역.

지난날의 명성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많다.

더위에 지친 대기자들 넘쳐나는 국숫집은 패스. 역 바로 앞, 젊은 부부가 삶아주는 국수도 아주 맛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길거리찻집. 기찻길옆이었다. 우리의 단골 메뉴 치즈케이크와 바닐라라테 한잔씩 다시 부어주고 남편의 꿈이야기가 이어진다.


곳곳에 피어있는 복사꽃(복아꽃)에 남편이 또다시 매료되었다. 아이고, 몇 주 보겠다고 복숭아나무를 심을 땅을 사야겠단다. 참고로 우리 남편은 복숭아 알레르기가 극도로 심해서 복아향이 있는 음료도 못 마신다.


치즈케익이 맛있었던 기차길옆 찻집


진짜 기적처럼 김천 산꼭대기밭이 팔렸다. 말이야 소풍장소였지만, 손가락 휘게 가꾸어 놓은 농막 때문인 거 같다. 그리고 우리 남편 같은 로망을 가진 분이 또 한분 계신 덕이다.

우여곡절 끝에 놀이터하나가 사라지고 나니 온 천지가 놀이터로 활용가능해졌다.


자동차에 기름은 언제든 채워 둘 생각이다.

차 시동이 걸리면 우리는 동시에 말한다.


둘 다 백수여서 가능한 일, 우린 언제든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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