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위 성탄트리에 촘촘히 박힌 전구알들이 깜깜한 시골밤하늘 작은 별들처럼 쉼 없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사방이 온통 짙게 내린 회색이니 더 따뜻하게 반짝여줍니다.
몇 주간 쉬지 않고 먹어주는 감기약 탓에 꽤나 어울릴 커피 한잔은 엄두도 못 냅니다.
어제 선물 받은 도넛 하나 베어 물고 노트북을 펼쳤습니다.
비가 오니 글쓰기 좋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경주로 출장을 가고, 두 아들네는 지네끼리 일본으로 겨울여행을 떠났습니다.
딱 작년 이맘때쯤에도 며늘애의 복직을 앞두고 온 가족이 [오키나와]로 추위를 피해 여행을 갔습니다.
몇 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던 1월.[오키나와]로 가족여행을 떠났다는 이유로 우리 가족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한 달가량 두문불출하고 집에 있어야 했답니다.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국내에서 코로나 19 감염자가 발생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마침 중요한 모임 진행자여서 부득이하게 참여를 했다가, '외국에 다녀왔다'라고 조심스레 말한 것이 그 즉시 회의를 중단하는 사태를 발생시키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기억 탓인지 아이들의 거창한 계획 속에서도 남편과 저는 아직 어린 손녀만 챙기기로 했습니다. 손녀에게 모든 일정을 맞추다 보니, 오키나와 필수코스라는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물고기보고, 돌고래보고, 사진 찍어 주느라 하루가 다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육아로부터 모처럼 자유로워진 큰아이 내외를 위하여 기꺼이 손녀를 책임져 주자는 맘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생각은 달랐나 봅니다.
"엄마랑 해외여행 가는 건 돈이 조금 아까워. 음식도 안 맞아하고, 아이랑 숙소에만 있겠다고 하고 그럴 거면 무엇하러 외국까지 가지?"
'헐'
뭐 사실 음식은 평소 반찬투정하는 남편보다 도리어 좀 더 민감한 걸 인정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를 싫어하다 보니 조금만 특이한 향이 나도 전 별로입니다. 요즘 대세라는 [마라탕]은 절대 사양합니다. 오래전 [후쿠오카]에서 그렇게 유명하다는 [라멘] 집에 데려갔는데 한 젓가락 겨우 먹고 숟가락 놓던 저를 경악하듯 바라보던 분도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손녀를 보고 숙소에 있겠다는 건 젊은이의 취향에 맞는 여행장소를 선택해 보라는 건데, 요 녀석들은 아직 엄마와 아빠의 깊은 뜻을 잘 모르는 듯합니다. 시간 흘러 할머니, 할아버지 되면 그때 조금 더 이해하겠지요?
며칠 전 페이스톡으로 가족이 대화를 나누던 중 며늘애에게 '여행준비는 다했니? 재미있게 잘 다녀와' 그러자 며늘애가 그럽니다. '어머님이랑 아버님이랑 같이 가면 더 좋은데요'
이 말은 들은 남편이
"말만 들어도 고맙다. 우린 외국 체질 아니야. 설에 제주도나 가자."
그리고 한마디 더 합니다.
"선물 사 오는 것 잊지 말고"
둘째네가 대구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집에 잠시 들렀습니다. 커다란 여행가방을 한 개 구입했다고 자랑을 합니다. 반만 채웠답니다. 돌아올 때는 채워서 올 거라나요. 그러자 남편이 잊지 않고 또 한마디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