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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Nov 07. 2024

우린 여전히 봄날이야

보라 내가 새일을 행하리니.

별아!


서리가 하얗게 눈처럼 내렸어.

할머니가 별이에게 처음 편지를 쓴 건 작년 눈이 하얗게 내린 날이었지.

별이가 부르던 '나는 눈이 좋아서' 노래가 생각나서.


곧 눈소식이 오는 날이 올 거 같아.





별아!

겨울이 다가오니 아침에 눈을 뜨면


'하나님 아파요! 좀 덜 아프면 안 될까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침인사를 시작해.

기지개를 힘껏 잘못 켰다간 다리에 쥐가 와 버리고, 묵직한 어깨는 침대로 나를 끄집어 내리는데 손가락은 왜 이리 뻣뻣한지.

빠알간불이 켜진 보온매트의 전원스위치를 끌까 말까 고민을 하다 보면 침대밖으로 내려져있는 두 다리를 보게 된단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렇게 겨울의 하루는 뻣뻣한 온몸으로 맞이를 하는 게 할머니의 모습이지.


별아!


아마 할머니만의 일상은 아닐 거야.

가끔씩은 건강이 안 좋으신 합창단 권사님을 위한 기도문이 기도방에 올라온단다. 잃었던 건강을 되찾고 오신 분에겐 아낌없는 축하와 환영의 박수를 보내드리기도 해.


때론 오랜만에 합창단에서 만나게 된 분의 생각지도 못했던 투병 이야기를 듣기도 한단다.


"하나님이 계시니 두렵지 않았어요"


평상시에도 짧은 쇼트커트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분은 항암치료로 빠진 머리가 이만큼 자란 거라고 활짝 웃으시며 말씀하셨어.


별아!

우리 합창단 권사님들은 지금 계절처럼, 늦가을인지 초겨울일지 모르는 삶의 어느쯤에 계시지 않을까?

조금 아프기도 하고,

열정만큼 몸이 안 움직여주고,

침침한 눈 때문에 악보는 콩나물대가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연습실은 늘 봄날 같아.


이번주 간식은 할머니가 좋아하는 보리떡과 망고주스였.

차속에서 맛 만보려고 한 것이 그만 다 뜯어먹고 말았지 뭐야. 소화기능 떨어진 나이란 걸 잠시 잊을 만큼 맛있었거든.


별아!

날씨가 차가워지니까 별이의 건강도 합창단원들의 건강도 걱정이 되네.

우리 건강하게 이번 겨울 잘 지내보자.

이만 안녕!

다음 주 기대하며 다시 만나자.






보라 내가 새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 (이사야 43장 19절)





https://youtu.be/8 dl16 VgedZ8? si=qlPTZJ7 LfnsOA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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