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함이 아니고
별아!
할머니가 오늘 핑크색 옷 한 벌을 샀어.
물론 별이 꺼야.
이제 딱 핑크공주님으로 변신을 하고 싶은 나이가 되었지.
지난번 핑크색바지에 티아라머리띠를 한 언니 모습에 베이지색으로 깔 맞춘 너의 모든 옷을 벗어버리고 서럽게 울었잖아.
할머니 맘은 바로 옷가게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고, 할머니가 별이 귀에다 대고 속삭였어.
"할머니는 별이가 제일 예뻐"
누가 뭐래도 할머니에겐 별이가 특별하게 예쁘지.
핑크색 한벌옷은 별이 마음에 쏙 들거라 믿으며 설에 오면 깜짝 선물할 거야.
별아!
지난주 토요일 오후 합창연습을 했어. 일본으로 찬양선교여행을 떠나기 전 부족한 연습양을 채우기 위해서야.
건강한 식혜가 준비되어 있었고, 따뜻한 차 한잔과 요런 저런 간식 담긴 봉투도 하나씩 받았어.
권사님들이 직접 준비를 해 주신 거야.
향이 좋은 커피가 내려져있었지만 카페인에 민감한 할머니는 담에 혼자서 커피 마시러 오겠다고 약속을 했어.
별아!
꽤 긴 시간을 연습하면서 할머니는 자꾸만 '특별한 합창단이야' 생각이 드는 거야.
탁월한 합창단이 아닌 특별한 합창단.
며칠 동안 특별함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어.
[특별함]은 보통과 구별되게 다름이라 사전에서 알려주었어.
할머니가 어린이집을 할 때 생일잔치를 하면 앞 무대에
너는 특별하단다
이렇게 큰 글씨로 장식이 되어 있었어.
그때는 담당선생님의 아이디어여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자꾸만 그 문구가 생각이 나.
어떤 마음이었을까?
별이가 할머니에게 특별한 것처럼 생일 맞은 친구들에게 특별함을 전하고 싶은 그런 맘이겠지.
별아!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님 특별하게 창조하였으니 모두가 특별한 거 맞아. 세상에 모든 사람이 다르게 구별되는 거지.
그런데,
누구나 특별하지만 누구나 탁월하진 않아.
때론 우리가 특별함을 탁월함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탁월함]이란 남보다 두드러지게 뛰어난 것을 말하더구나.
혹,
'너는 특별해'라는 말에
넌 탁월해야 해
라는 의미를 부여한건 아닐 거라 믿어.
그래,
할머니 합창단 한 분 한 분은 특별하지만 모두가 탁월하진 않아.
때론 박자를 놓치고, 때론 엉뚱한 음을 내고, 때론 혼자 소리가 튀어나올까 입속에서 우물거리기도 해.
그러나,
무대에 서면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내는 합창단으로 변신한단다.
별아!
할머니에게 별이는 특별하지만 누구나 별이를 특별하게 여기진 않을 거야. 혹 탁월한 무언가 있어야 특별해진다는 생각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아.
할머니는 별이가 탁월하지 않아도 항상 특별한 존재야.
그건,
이 세상에 하나뿐인 별이니까.
우리 합창단도 세상에 하나뿐인 합창단이기에 누가 뭐래도 특별한 합창단이야.
별아!
핑크공주님으로 변신할 설날을 기다릴 거야.
모두 행복한 설날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설날을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