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가 이제 지려합니다.
또다시 풍성하게 오겠지만
그냥 아쉬워 몇 송이 툭툭 잘라 작은 꽃다발 만들어봅니다.
마침 역할 다한 꽃 양귀비 줄기 하나로 묶어보았네요.
어렸을 적 나의 고향마을 나지막한 담장으로 이런저런 꽃들이 피어있었습니다.
담장밖으로 삐죽이 넘쳐 나온 해당화.
이제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하얀 꽃이 풍성하게 어울려질 때가 있었지요.
그러면 그걸 그냥 못 지나쳐 담임선생님의 탁자 위에 꽂아 놓곤 했답니다.
어느 날
들꽃들을 잔뜩 꺾었어요.
샛노란 계란노른자를 하얀 꽃잎 한가운데 옮겨 놓은 듯한, 계란프라이를 닮아 계란꽃이라 불리는 '개망초' 한 다발에 이런저런 꽃들로 풍성해진 꽃다발을 들고 십리길을 자전거로 달렸어요.
탁자 위의 꽃들은 어쩌면 그 담날 선생님이 보시기에 어떠했는지 지금에야 궁금해집니다.
얼굴이 하얀 다소 창백하셨던 남자선생님.
칠판 글씨가 예쁘다고 아침자습 문제를 꼭 저에게 부탁하셨던 선생님.
책상 위에 올라서서 하얀 분필로 또각또각 칠판 가득 적을 때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던 선생님.
어설픈 피아노솜씨로 올겐 건반을 두드릴 기회를 주셨던 선생님.
책 읽기 프로그램에 날 추천하신 선생님덕에, 나는 평생 읽은 책 보다 더 많은 책을 공짜로 읽을 기회를 부여받았습니다.
그러고도 많은 것으로 경험할 기회를 주셨던 선생님.
수줍었던 열두 살 소녀의 기억은 다시 조금씩 끄집어내서 즐기어 보겠습니다
오늘은 작은 이 꽃다발 그분께 맘으로 전달합니다.
오늘도 소풍 같은 날.
이제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기 위하여 준비하러 갑니다.
여러분께도 이 꽃다발 보냅니다.
상영국민학교 5학년 담임선생님이 다시 궁금해지는 유월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