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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Sep 14. 2023

식혜를 합니다.


이제 명절이면 식혜를 합니다.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너 줄려고 했다"


식혜를 좋아했던 날 위해 명절엔 불편한 몸으로 꼭 식혜를 해 주셨습니다.

멀리서 시댁에 오느라 고생하는 막내며느리를 위한 나름 무뚝뚝하신 어머니의 사랑표현이셨.


그래서 때론 이 식혜가 형님들과의 고부갈등이 되기도 했던 걸 기억합니다.

원래 가까운 가족보단 멀리서 가끔 오는  가족이 손님 대접받는 것이니까.


이젠 식혜를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엿기름은 가능한 시장 안 단골집에서 구입을 해요. 식혜 전용 마자루에 엿기름을 넣은 후 입구를 잘 묶어줍니다.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던 영업용 대형밥솥에. 고슬고슬 지은 밥 위 한편에 엿기름 자루를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찰랑찰랑하도록 물을 부어준 후 보온 버턴을 눌러 됩니다.


네댓 시간이 지나면 밥알이 동동 뜨기 시작하죠. 엿기름 자루를 건져내고 뚜껑을 열어둔 채 적당량의 설탕을 넣은 후 취사버턴을 눌러주기만 하면 된답니다.

팔팔 끓기 시작하면 떠오르는 거품을 걷어내고 전원코드를  뽑아준 후 식혀주면 됩니다.

전원을 끄도 한참 동안 끓어오릅니다.


요즘 김치냉장고는 성능이 아주 좋아요.

김치통 몇 개에 담긴 식혜는 그 옛날 말로만 전해 들었던 살얼음 살짝 언 그런 식혜맛이 요런 맛일까 쉽습니다.


명절 끝엔 멀리서 온 큰 아이네 차 트렁크에 꼭 식혜 한통을 들려 보냅니다.

옛날 시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가 맛있다고 리액션 찐하게 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해 줍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에도

다음에도 식혜를 합니다.


어머님께 섭섭함을 표하시던 형님처럼

남편 나름 귀여운(?) 투덜거림을 늘어놓습니다. 아들들 좋아하는 것만 한다나, 어쩐다나.


9월답지 않은 후덥지근한 오후.  

식혜 한잔과 함께

돌아가신 시어머님 얘기로 남편과 함께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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