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계모세요? 자립심 키우기
100점 엄마라 말해줘서 고마워.
"어머니 저 죄송한데 엄마 맞으세요?"
내가 짐작하기엔 큰아이 담임 선생님은 내가 '분명히 계모일 거야'라고 생각하고 계신 듯했다. 그분의 어이없다는듯한 목소리에서 그렇게 느껴졌다.
20년 전.
그래도 구미에선 꽤 입학하기 힘든 고등학교 3학년인 큰아이의 선생님께 전화를 드린 거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우리 아이가 오늘은 야간수업을 못 할 것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
그것도 9월이면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인데 '명성황후' 뮤지컬을 보겠단다. 구미라는 지방도시에 이런 인지도 높은 뮤지컬이 공연된다는 건 무조건 봐야 한단다. 물론 티켓은 본인의 용돈으로 구입했다.
이런 아들을 위하여,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빼 달라고 전화를 거는 엄마는 아마 나뿐이지 않았을까 쉽다.
'혹시 계모 아니세요?'
이 말은 전 해에도 들었다.
고 2짜리를 달랑 친구 한 명과 보호자도 없이 일본으로 8박 9일 배낭여행을 보냈다.
이때도 본인이 계획을 세우고 친구들을 설득했다. (처음엔 5명에서 1명의 친구만 용기를 냈지만)
내가 도와 준건 담임선생님을 설득하는 일과 여행사비 39만 원을 지불해 주는 정도였다.
나머지 경비는 외할머니와 친척들에게 본인이 찬조(?)를 받았다.
여행을 떠나는 날.
나는 아주 쿨 하게 "잘 다녀와" 그리고 어린이집으로 출근을 했다. 내가 생각해도 계모스럽다.
이때도 담임선생님의 반응은 상상초월이었다. 대 놓고 계모 아니세요?라고 물어보셨으니까.
이때만 해도 휴대폰이 보편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여행사만 믿고 보내는 패키지여행도 아니었다.
일본에서의 대다수 일정은 본인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우리 아이의 첫 여행은 배낭여행으로 시작되었고, 지금도 끊임없이 여행을 떠난다.
물론 큰 아이는 집으로 잘 돌아왔다. 콩쥐의 계모처럼 그리 걱정하지 않는 내가 신기하다고 말하는 분도 계셨지만.
우리 아이가 군 입대를 하는 날.
그때도 나는 어린이집을 비울 수가 없었다.
근처 시외버스를 타는 곳까지만 태워다 주었다. 우리 아이는 차문을 열고 내리면서
"엄마! 걱정하지 마. 군대로 여행을 다녀올게"
내 아들이지만 너무 멋있었다.
나는 부모교육을 하거나 자녀를 군에 보내고 걱정하시는 지인들에게 우리 아들 이야기를 한다.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 멋진 여행이 될 거예요"
그들에겐 이 말이 위로가 되었을지, 이 무슨 개 풀 뜯는 소리 라고 했을지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믿어보자는 거였다.
스스로 잘해 낼 수 있다는 것을.
그냥 응원(=격려)만 해 주자는 거다.
부모교육 시간에 허물없던 학부모님이 그랬다.
"원장님. 계모 맞아요"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지만 맞다.
나는 30점짜리 엄마로 만족하니 계모라고 해도 괜찮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우리 아이들은 이래서100점 엄마란다.
왜 그럴까?
#혹 계모라는 표현이 불편하시다면 이해해주세요.
그 당시엔 이런 표현이 그리 거북스럽지않은 시대여서.